▲미스코리아 미로 뽑혔다가 수상자격이 박탈된 김희경씨 6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 52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미스코리아 미 한국일보에 선발된 전북 진 김희경이 수상을 위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홍기원
주최측인 한국일보사는 미스코리아를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 환경을 지키며 어린이를 보살피는 한국의 대표사절"이라고 정의한다. 그렇지만 이 대회가 참가자의 평화운동, 환경운동, 보육활동 경력을 따져 입상과 순위에 반영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지는 질문은 매끄러운 언변을 테스트하고 그의 아름다움이 최소한 백치미는 아님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친다.
그렇다면 무엇이 준거가 될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 대회의 수상자들, 특히 최고 수상자들 중에는 수도권 지역 대학교를 다니는 여학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서울예선의 수상자가 전국본선의 수상자로 굳어지는 경향도 강하다.
세상의 흐름상 그들의 가정환경 또한 부유할 확률이 높다. 대회가 은밀히 귀띔하는, 그러나 아주 실질적인 모토는 대충 이런 게 아닐까. '재색 겸비한 최고의 스펙녀를 가장 좋은 혼처로' 또는 '얼굴도 예쁘고 지능도 빼어난 연예인 탄생'(물론 '연기력'이나 '가창력'은 보장할 수 없다).
미스코리아대회 심사위원들은 11일 긴급회의를 열어 누드모델 논란을 빚은 2008 미스코리아 미 김희경씨에 대한 자격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서 벌어진 사건은 위선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의 누드화보가 세계평화를 깨트리거나 환경을 파괴한 것도 아니고, 화보가 어린이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쳤다고 보기 힘들다.
더욱이 주최 측은 '성의 상품화'를 들먹이며 자격박탈을 합리화할 처지도 못 된다. 그들은 참가자들에게 똑같은 색깔의, 그것도 예전보다 더 얇아졌다는 의혹을 받는 수영복을 입혀 무대에 세우지 않았는가. 차라리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한 대회에 프로의 참여는 반칙이다"라고 주장한다면 몰라도.
'미의 대제전'이란 수식어 먼저 박탈해야 게다가 주최측이 이미 누드화보 촬영 사실을 인지했다는 김희경씨의 증언이 진실이라면, 그들이야말로 심사의 자격을 박탈당해야 한다.
철학적 심미성은커녕 야트막한 통속적인 아름다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새삼스럽고 촌스러운 결정을 내린 이 대회로부터 '미의 대제전'이라는 수식어도 박탈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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