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벗하며 마음의 휴식을 찾는 낚시꾼들을 지난 12일 오후에 만나봤다. 찾아간 곳은 전남 여수시 소라면 현천리 '풍류지'다. 참붕어낚시를 한다. 어린 시절 수수깡으로 찌를 만들어 대나무낚시를 했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에게 친숙한 붕어낚시는 아기자기한 손맛이 그만이다.
소나기가 서너 차례 지나간 오후여서인지 제법 낚시꾼들이 모여든다. 비가 오면 산소량이 증가해 붕어의 입질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풍류지의 수면은 마름과 수초가 빼곡하게 뒤덮었다. 수초를 걷어내고 낚시 포인트를 잡는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붕어가 입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기자기한 붕어의 손맛이 최고?
우리나라 낚시 인구의 대부분이 즐긴다는 붕어낚시. 미국의 대표낚시가 베스낚시라면 붕어낚시는 대한민국의 대표낚시다. 유럽인들은 송어낚시를 즐긴다. 힘찬 잉어나 베스등과는 달리 붕어는 손맛이 각별하다. 그래서 일부 강태공들은 아기자기한 붕어의 손맛이 제일이라고 우기기도 한다.
풍류지 파라솔 아래에서 낚싯대를 펼쳐놓고 풍류를 즐긴다는 풍류객 이상용(49)씨. 그는 요즘 붕어낚시를 즐긴다. 여수의 남면 안도 섬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갈치낚시를 했다. 그는 낚시가 생활의 일부라고 한다.
한때 바다낚시에 푹 빠져 살다가 13년 전 민물낚시로 돌아섰다. 마름의 하얀 꽃이 피어나고 수초가 빼곡한 풍류지는 주변 경치도 빼어나다. 현천 들녘에는 연노랑 가을빛이 내려앉고 둑길의 누렁이 황소는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수면을 따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좋다. 나풀대는 갈대 잎에 까만 잠자리 한 마리 갈대 잎과 함께 흔들린다.
"아이고메~ 너무 빨라붓네!"
사랑을 나누는 잠자리에 한눈을 팔고 있었다. 이씨는 오랜만에 입질을 했는데 놓쳤다며 아쉬워한다. 조금 전에 그가 낚시는 기다림이며 인내가 필요하다더니, 너무 오랜 기다림이었나보다. 역시 낚시는 마음을 비우고 세월을 낚는 강태공의 지혜가 필요한 듯하다.
낚시에 매달려 앙탈 부리는 날씬한 참붕어
풍류지는 토종붕어가 잘 나온다. 씨알도 제법이다. 낚시의 찌만 바라보고 있어도 좋다는 그는 옥수수 낚싯밥을 사용하다 채비와 낚싯밥을 바꿨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누렁이 암소는 "음메~" 자꾸만 울음을 운다. 집으로 돌아가고픈 모양이다. 잠시 후 소 주인이 소를 몰고 간다.
소금쟁이가 물위를 뛰어다니는 풍류지. 낚싯밥을 글루텐으로 바꾸자 입질을 시작한다. 순간 챔질을 했다. 날씬한 참붕어가 낚시에 매달려 앙탈을 부린다. 녀석 매끈하게 빠졌다. 참붕어의 짜릿한 손맛, 이 순간을 그는 기다렸다고 말한다.
연이어 올라온다. 낚시는 기다림이라지만 역시 손맛이 최고다. 풍류지에서 참붕어와 풍류를 즐기며 아기자기한 참붕어의 손맛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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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보다 먼저 떠서 캄캄한 신새벽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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