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총회 열면서 대규모 갯벌매립이라니"

강화 출발 '갯벌대장정' 전국연안도보순례단 금강하구 도착

등록 2008.08.17 11:19수정 2008.08.1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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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하구에 도착한 서천군 연안순례단
금강하구에 도착한 서천군 연안순례단허정균
금강하구에 도착한 서천군 연안순례단 ⓒ 허정균

3년마다 열리는 람사르 총회가 오는 10월 27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다.

 

경남도에서는 '환경올림픽'이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총회 준비에 분주하지만 람사르 협약의 근본 정신을 뒤흔드는 대규모 습지파괴를 지척에서 벌일 계획을 병행하고 있어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람사르 총회를 3개월 앞두고 정부는 대규모 갯벌 매립계획을 세웠다. 지난 7월 8일 열린 국토해양부 중앙연안관리심의회에서 '공유수면 매립기본 계획 변경(안)'이 제출·심의되었는데, 여기에서 서남해안의 갯벌 가운데 총 24건 1544만1135㎡(467만평)의 매립계획이 통과된 것이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경남도에 있다. 이같은 이율배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008 람사르총회를 위한 한국 엔지오 네트워크' 주최로 경기도 강화부터 충청, 전라도의 서해안을 따라 내려가 오는 10월 27일 경남 창원에 이르는 갯벌 순례대행진이 펼쳐지고 있다. '제10차 람사르 당사국 총회에 즈음한 전국 연안 도보순례'이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서해 연안갯벌 따라 옮기는 발걸음은 더 이상 습지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도요와 뒷부리도요. 서천군 마서면 월포리 해안
마도요와 뒷부리도요. 서천군 마서면 월포리 해안허정균
마도요와 뒷부리도요. 서천군 마서면 월포리 해안 ⓒ 허정균

100일간의 갯벌대장정인 전국연안도보순례는 각 지역에서 연안습지 보존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와 지역주민, 관심있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100일간 이어받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4일 '생명과 문화의 보고 갯벌과 강하구를 살리자'라고 적힌 깃발은 충남 서천에 당도했고, '푸른서천21'(사무국장 김억수)의 주관으로 3일간 서천군 연안 도보순례가 진행돼 금강하구에 이르렀다.

 

3일간의 도보순례에 서천지역의 주민 20여명이 참여하였다. 서천군의회 조순희 의원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들과 함께하며 힘을 북돋워 주었다. 나홍렬(60 마서면)씨는 "몸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마음은 함께한다"며 순례단 일행에 점심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서천군 장항읍 금강하구를 따라 걷고 있는 서천군 연안순례단
서천군 장항읍 금강하구를 따라 걷고 있는 서천군 연안순례단허정균
서천군 장항읍 금강하구를 따라 걷고 있는 서천군 연안순례단 ⓒ 허정균

이들 순례단원들을 반갑게 맞은 것은 도요새들이었다. 비인면 선도리 해안을 지나며 청다리도요와 뒷부리도요, 노랑발도요, 마도요를 만났다. 마서면 월포리 해안을 지나며 천여마리씩 무리를 지어 수면을 날아오르는 도요새들을 보았다. 새만금갯벌이 사라지며 금강하구를 낀 서천갯벌은 도요새들에게 더욱 중요한 습지로 떠올랐다.

 

마지막 날 지역 향토사학자인 유승광(민예총 서천지부장) 박사가 동행하여 연안도보순례에 더욱 큰 의미를 더해주었다. 마서면 합전 마을에서 그는 "지금은 논이지만 옛날에는 조개가 하도 많이 나서 '합전(蛤田)'이라고 불렀다"며 마을 이름의 유래와 함께 옛날에 해안선과 조개무지가 있던 곳 등을 순례단에게 설명하였다.

 

 금강하구둑 아래에 모여든 도요새 무리
금강하구둑 아래에 모여든 도요새 무리허정균
금강하구둑 아래에 모여든 도요새 무리 ⓒ 허정균

 금강하구에 모여든 흑꼬리도요
금강하구에 모여든 흑꼬리도요허정균
금강하구에 모여든 흑꼬리도요 ⓒ 허정균

금강하구둑 아래 금강 하구는 도요새들의 천국이었다. 흑꼬리도요, 큰뒷부리도요 등이 수천마리씩 떼지어 먹이를 찾고 있었다. 금강습지보전관리사업단 전홍태씨는 "올해 시베리아 지역에서 이상기후로 기온이 낮아 도요새들이 산란에 실패하여 일찍 한국 서해안 갯벌에 예년보다 일찍 찾아왔다"고 하였다.

 

금강하구둑에서 3일간의 서천군연안도보순례를 마쳤다. 도보순례단은 서천갯벌이 싱싱하게 살아있음을 확인하며 "새삼 내 고장의 자연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대규모 갯벌매립계획을 세워놓고 어떻게 람사르총회 개최를 자랑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푸른서천21' 김억수 사무국장은 "오늘 우리는 금강하구에서 수만 마리의 도요새들을 보았다"며 "금강하구에 짓고 있는 군산복합화력발전소가 이들을 다 내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하구갯벌에 모여든 도요새 무리 가운데 군산복합화력발전소 건설중지 가처분 소송의 원고로 참여한 검은머리물떼새가 보인다.
금강하구갯벌에 모여든 도요새 무리 가운데 군산복합화력발전소 건설중지 가처분 소송의 원고로 참여한 검은머리물떼새가 보인다.허정균
금강하구갯벌에 모여든 도요새 무리 가운데 군산복합화력발전소 건설중지 가처분 소송의 원고로 참여한 검은머리물떼새가 보인다. ⓒ 허정균

한국서부발전(주)은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금강하구둑 바로 아래 군산시 경암동에 700MW급 2기의 군산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이에 서천군 어민들은 서천군의 군조이며 환경부지정멸종위기야생동물2급인 검은머리물떼새를 원고로 함께 참여시켜 지난달 22일 군산복합화력발전소 공사계획 인가를 취소 처분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갯벌순례대행진은 8월 17일부터 25일까지 새만금생명평화전북연대의 주관으로 군산시 금강하구둑~비응도 새만금 방조제 구간과 부안군 새만금 방조제 구간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이어 각 지역별로 이어가기를 진행해 오는 10월 27일 경남 창원의 람사르총회 개막식장에서 전국연안순례도보행진을 마감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관련 사이트 http://cafe.daum.net/Ramsar-NgoNetwork

2008.08.17 11:19ⓒ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관련 사이트 http://cafe.daum.net/Ramsar-NgoNetwork
#람사르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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