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일 대로 꼬인 여덟 명의 남녀이들이 서로 엉키면서 관계는 파탄나면서 새롭게 형성된다
마방진
이어 날개 없는 나비들처럼 자신의 정체가 모호한 아이디들이 무대를 어지럽게 배회하며 등장한다.
무대와 음악의 앙상블이 감춘 치명적 반전....극공작소 ‘마방진(魔方陣 magic square)'의 2008 개관기념작 <팔인(八人)>은 인트로에서 '소통망 속에서 중풍에 걸린 듯한 세상살이'를 한 컷의 사진처럼 상징적인 퍼포먼스로 드러낸 후 어지럽게 회오리친다.
여덟 명의 등장인물들은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편리함과 신속함이 극을 향해 치닫고 있는 때에 되려 불통의 네트워크에 갇혀 버린 현대인들이다. 현대인들이 한번쯤은 경험했음직한 사건들이 ‘인트로 MSN’과 에필로그를 포함, 열 한 토막으로 구성된 이야기에서 고함과 몸싸움으로 전개되어 나간다.
그러나 무대는 극 이야기의 뜨거움과는 대조적으로 극히 심플하고 기능적이다. 유일한 무대장치인 곡선형 흰색 큐빅은 극중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에스자나 원형으로 변하거나 여차하면 뿔뿔이 흩어지기도 하다. 어쩌다가는 사람을 때리는 흉기가 되며 때로는 차폐막처럼 소통을 끊어놓는다. 여덟 남녀들이 서로 원하고 미워하고 사랑하고 거부하며 드러내는 소통에의 몸부림에 어울리게 무대 분위기는 공허하고 추상적이며 파편적이다.
815 광복절 저녁, 이 작품의 창작 동기에 대해 매진 공연을 마치고 나온 고선웅 연출가한테서 들어보았다. “우연히 들어간 채팅 메신저 프로그램에서 쉴새없이 올라왔다가 사라지는 벼라별 아이디의 댓글과 욕설을 보면서 소통의 꼬임이 인생의 꼬임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데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