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국보1호인 남대문이 불에탄 다음날 아침에 현장을 가서 찍은 사진을 기본으로 작업하였다.부랴부랴 다시 짓는게 문제가 아니라 유리돔을 이런식으로 설치하여 10년간 그대로 두었다가 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작가의 글 중에서)이상현 작가의 작품
조정숙
더위가 유난히도 기승을 부렸던 올 여름도 이제는 한풀 꺾이면서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하기까지 하여 이불을 잡아 당기게 하는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것이다. 오늘이(23일) 바로 입추와 백로 사이에 드는 절기인 처서다. 처서가 지나면 추수할 일만 남았으므로 이 무렵이 되면 농촌이 한가해지기도 하는 시기다.
어렴풋이 기억을 되살려 보니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는 여름 내내 더위와 싸우며 집안 농사를 도와주었던 일꾼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며 하루를 편하게 쉬도록 했던 기억이 난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 는 속담이 있는데 새벽까지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뚝 그치더니 맑고 넓은 청명한 하늘이 밖으로 유혹하는 주말이다. 이른 아침 비가 그쳤으니 올 농사는 풍년이 들게 당연지사고 덥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며 그 동안 소홀히 하였던 마음의 양식과 고갈 되었던 영혼의 양식도 불어 넣을 겸 과천에 있는 현대 미술관을 찾았다.
한국 현대 사진의 역사와 현재를 조망하고 미래의 지평을 제시하는 대규모 기획전으로 8월 15일~10월 26일까지 한국 현대 60년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알아본 다음 사진전을 보기위해 우선 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끔 조용히 생각도 하고 마음에 정리를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면 집에서 가까운 이곳을 찾아 전시관 앞마당을 산책하기도 하고 조각가들이 만들어 놓은 조형물을 보면서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도 하고 상시 열리고 있는 전시관을 들려 관람을 하기도 했던 곳인데 방학을 해서인지 단체로 온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재잘거림이 전시관을 어수선하게 한다. 한 무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한가한 틈을 타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진들을 감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