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문서 내기 바둑에 져 27번이나 등기 바뀌어"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 ... '우리나라 최초 국수' 노근영 선생 사적비 건립

등록 2008.08.24 11:25수정 2008.08.2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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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군은 23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수였던 노근영 선생 사적비 제막식을 열었다.
함양군은 23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수였던 노근영 선생 사적비 제막식을 열었다.함양군
함양군은 23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수였던 노근영 선생 사적비 제막식을 열었다. ⓒ 함양군

 

우리나라 최초의 국수(國手)였던 사초(史楚) 노근영(盧近泳, 또는 碩泳, 1875~1945) 선생의 사적비가 경남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에 세워졌다. 함양실내체육관에서 23∼24일 사이 '제1회 노사초배 전국 아마추어바둑대회'가 열리는데, 함양군이 이 대회에 맞춰 23일 제막식을 열었다.

 

이날 제막식에는 천사령 함양군수와 풍천노씨 종친뿐만 아니라 조건호 대한바둑협회장과 김상수 경남바둑협회장, 서봉수 9단, 문명근 8단 등 바둑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천사령 군수는 이날 축사를 통해 "사초 선생 기념비 제막식을 계기로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지역 유·무형의 지역자원과 보물을 찾아내어 이를 빛나게 갈고 닦아 아름답게 가꾸어 함양군이 바둑의 메카로 후손에게 길이 전승하는 전통을 가꾸어 나가자"고 말했다.

 

사초 선생은 일제시대 최고의 국수였다. 그의 바둑맥은 조훈현, 이창호 등으로 이어졌다. 그는 조남철 국수가 한국기원을 만들기까지 국내 바둑계의 1인자로 전국을 유랑하면서 바둑을 즐겼다.

 

함양 개평마을 출신인 그는 현재 문화재로 지정된 ‘노참판댁’에서 출생했다. 사초는 백남규한테서 바둑을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호방한 전투형 바둑으로 노상 패싸움을 즐겼는데, 그래서 별명이 '노(盧)패' 내지 '노상(盧上)패'라 불렸다. 요즘도 TV바둑 해설가들은 패싸움과 관련해 '노상패'를 자주 설명할 정도다.

 

사초는 많은 일화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처럼 대국료와 지도대국료가 없었던 당시에는 내기바둑을 주로 두었다. 사초도 내기바둑을 자주 두었는데 막걸리 몇 잔과 동전 몇 냥을 두고 바둑을 두기도 했지만, 더러는 집문서, 논문서를 걸고 큰 내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기면 가난한 기우들과 나눠 쓰기도 했지만 때론 지기도 했다고. 지게 되면 함양 개평리 집이 여러 차례 가차압에 걸렸다가 풀리기도 했는데, 그런 연유로 무려 27번이나 등기가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초창기 국수였던 신호열 국수는 "사초는 전형적인 선비다운 내기의 국수로 바둑동호인들이 명국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었다는 의미에서 바둑계에 이바지한 공로가 크다"고 평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일제시대 바둑의 최고봉으로 굴림했다.

 

김성진 함양문화원장이 지은 사적비문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요, 자신이 하는 일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이 명예로운 삶인데 사초 노근영 선생은 행복과 명예를 함께 누린 인물이다"고 되어 있다.

 

또 비문에는 "선생의 검소한 생활과 자기 일에 심취하여 정력을 쏟아 일인자가 된 일과 이웃을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 낙천적인 삶은 후세 사람들에게 사표가 되며 교훈을 주는 일이기에 선생의 정신과 행적을 기리고자 중의(衆意)를 모아 이 비를 세운다"는 대목도 있다.

 

함양군은 사초 선생을 기리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함양군은 2004년 '제47기 국수전 도전기'를 함양에서 개최했으며, 전국아마추어바둑대회를 매년 개최한다. 이번에 사적비를 건립했으며, 기념정자인 '사초정'(史楚亭)도 세운다.

2008.08.24 11:25ⓒ 2008 OhmyNews
#바둑 #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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