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마디 한자말 털기 (44) 당하다(當-)

[우리 말에 마음쓰기 410] ‘불의의 사고를 당하다’, ‘무시당하기’ 다듬기

등록 2008.08.27 15:11수정 2008.08.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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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불의의 사고를 당하다

 

.. 안전에 유의하고 유의하여 되도록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겠지만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경우엔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할 것이다 … 이처럼 산재를 입은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박채란-국경없는 마을》(서해문집,2004) 93∼94쪽

 

 “유의(留意)하고 유의하여”는 “살피고 살피어”나 “헤아리고 헤아려”로 손봅니다. “불의(不意)의 사고(事故)”는 “뜻하지 않게 다칠”이나 “갑작스레 다칠”로 다듬어 주고, ‘합당(合當)한’은 ‘마땅히’나 ‘알맞게’로 다듬으며, “할 것이다”는 “한다”나 “하리라”로 다듬습니다. ‘경우(境遇)엔’은 ‘때는’으로 손질하고, “노동자의 경우”는 “노동자는”으로 손질합니다.

 

 ┌ 당하다(當-)

 │  (1) 해를 입거나 놀림을 받다

 │   - 사기꾼에게 당하다 / 거짓말에 또 당했다 / 꼼짝없이 당하고 말 것

 │  (2) 어떤 때나 형편에 이르거나 처하다

 │   - 시합 날에 당하여 마음을 더욱 단단히 먹었다 / 이 지경에 당하도록

 │     어려운 때를 당하여 용기를 내다 / 이런 사태를 당하여

 │  (3) 맞서 이겨 내다

 │   - 그에게 당할 사람이 없다 / 자식의 고집을 당해 낼 부모는 드물다 /

 │     이 근방에서는 그들을 당해 낼 패거리가 없다

 │  (4) 어떤 사람에게 부당하거나 원하지 않는 일을 겪거나 입다

 │   - 사람들에게 조롱을 당하다 / 상급자에게 창피를 당하다 /

 │     지금 놀림을 당하고 있다 / 불량배들에게 폭행을 당하였다

 │  (5) 좋지 않은 일 따위를 직접 겪거나 입다

 │   - 사고를 당하다 / 피해를 당하다 / 화를 당하다 /

 │     갑자기 부친상을 당했다 / 국난을 당하여 온 겨레

 │  (6) 일이나 책임 따위를 능히 해내거나 감당하다

 │   - 이 많은 일을 당해 낼 도리가 없다 / 그 많은 부담을 당해 내는지 놀랍다

 │  (7) 다른 것에 해당하거나 맞먹다

 │   - 효과가 3배에 당한다는 보고가 있다

 │  (8) 사리에 마땅하거나 가능하다

 │   - 그들에게는 결코 당치 않은 일이었다

 ├ 입다

 │  (1) 옷을 몸이나 팔다리에 끼거나 꿰거나 두르거나 덮다

 │     <옷을 입다 / 학교옷을 입다>

 │  (2) 고마운 일이나 도움을 받아서 누리다

 │     <혜택을 입다 / 부모님께 은혜를 입다>

 │  (3) 나쁜 일이나 손해나 상처를 받거나 겪다

 │     <동상을 입다 / 손해를 입다 / 부상을 입다 / 피해를 입다>

 │

 ├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경우엔

 │→ 뜻하지 않게 다쳤을 때엔

 │→ 갑작스레 다치게 되었을 때엔

 │→ 난데없이 다쳤을 때엔

 └ …

 

 좋은 일도 ‘받’고 나쁜 일도 ‘받’습니다. 고마운 일을 ‘입’고 궂은 일도 ‘입’습니다. 반가운 일도 ‘겪’고 슬픈 일도 ‘겪’습니다. 이런 일도 ‘보’고 저런 일도 ‘봅’니다.

 

 ┌ 사기꾼에게 당하다 → 사기꾼한테 속다

 └ 거짓말에 또 당하다 → 거짓말에 또 넘어가다

 

 마음이 착해서인지, 또는 어리석어서인지, 달콤하게 구슬리는 말에 ‘넘어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모르면서도 ‘속’고, 알면서도 ‘속아넘어’ 갑니다.

 

 ┌ 시험날에 당하여 → 시험날을 맞이하여 / 시험날이 되어

 ├ 이 지경에 당하도록 → 이 노릇이 되도록

 └ 어려운 때를 당하여 → 어려운 때를 맞이하여

 

 오늘 하루를 ‘맞이하’고 내일 하루도 ‘맞이합’니다. 오늘이 ‘되’어 비로소 하는 일이 있고, 내일이 ‘되’어도 꾸물꾸물대며 게으름을 피우기도 할 테지요.

 

 ┌ 그에게 당할 사람이 → 그한테 맞설 사람이 / 그한테 이길 사람이

 ├ 창피를 당하다 → 창피를 받다

 └ 폭행을 당하였다 → 얻어맞았다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사람이 있지만, 짓궂은 사람한테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는 사람도 있습니다. 짓궂은 사람은 괴롭히다 못해 우리가 창피를 ‘받’게 들볶습니다. 때로는 주먹질을 서슴지 않아서 ‘두들겨맞’거나 ‘얻어맞’곤 합니다.

 

 ┌ 사고를 당하다 → 사고를 겪다 / 사고가 나다

 ├ 피해를 당하다 → 피해를 입다(보다) / 피해가 있다

 ├ 부친상을 당했다 →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 국난을 당하여 온 겨레 → 어려움(국난)을 겪어 온 겨레

 

 아픈 일은 안 ‘겪어’야 좋을 텐데. 서로서로 기쁜 일을 ‘만나’야 할 텐데. 고이 늙어서 ‘죽어’야지, 슬픈 일이 터져서 일찍 ‘죽’고 말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 이 많은 일을 당해 낼 도리 → 이 많은 일을 치러 낼 길

 ├ 효과가 3배에 당한다는 → 효과가 세 배에 이른다는

 └ 당치 않은 일 → 마땅하지 않은 일 / 되도 않은 일

 

 그래도 이럭저럭 일을 ‘치러’ 내면서 다시금 주먹을 쥘 수 있으려나요. 아픔을 ‘겪어’ 내고, 슬픔은 ‘딛고’ 일어서면서 새 빛을 찾아나설 수 있으려나요. 이제는 ‘되’도 않은 일이 없게끔, ‘마땅하지’ 않은 일은 떨쳐내도록 또 한 번 힘을 낼 수 있으려나요.

 

 

ㄴ. 무시당하기 일쑤

 

.. 원래 시인이 되고자 했던 이케우치는 깡마르고 왜소한 체격에 성격까지 소심해서 학생들한테 무시당하기 일쑤다 ..  《시게마츠 기요시/오유리 옮김-허수아비의 여름휴가》(양철북,2006) 35쪽

 

 “왜소(矮小)한 체격(體格)”은 “작은 몸집”으로 다듬고, ‘소심(小心)해서’는 ‘얌전해서’나 ‘조용해서’로 다듬습니다. ‘원래(元來)’는 ‘처음에’나 ‘워낙’으로 손봅니다.

 

 ┌ 무시(無視)

 │  (1) 사물의 존재 의의나 가치를 알아주지 아니함

 │  (2) 사람을 깔보거나 업신여김

 │   - 남에게 무시를 당하다 / 내가 자네보다 못 배웠다고 무시 말게

 │

 ├ 학생들한테 무시당하기 일쑤다

 │→ 학생들한테 무시받기 일쑤다

 │→ 학생들한테 얕잡히기 일쑤다

 │→ 학생들이 깔보기 일쑤다

 └ …

 

 국어사전에서 ‘무시’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깔보다’와 ‘업신여기다’라는 풀이말이 나옵니다. 말풀이 그대로, 우리 말은 ‘깔보다’와 ‘업신여기다’라는 이야기이며, 한자말로는 ‘무시’라는 이야기입니다.

 

 한자 ‘無視’를 뜯어 보면, ‘안 + 보다’입니다. 한자 짜임 그대로, “쳐다보지 않는다”, “생각도 않는다”, “없는 듯 여긴다”는 이야기입니다.

 

 ― 얕잡다 / 깔보다 / 업신여기다

 

 다른 이를 알아주지 않거나 생각하지 않는다고 할 때, ‘무시’라고 한다면, 다른 이한테 ‘안 보기’를 받는다고 할 때는 ‘무시 + 당하다’입니다. 이때, 토박이말로는 ‘얕잡히다’와 ‘깔보이다’입니다. 국어사전에는 실리지 않으나 ‘업신받다’로 적어도 괜찮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8.27 15:11ⓒ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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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우리 말 #한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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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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