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29일 저녁 촛불집회가 열렸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던 지난여름 밤에 이어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밤에도 촛불은 밝혀졌다.
창원 촛불집회는 이날로 32번째다. 한때 1000~2000여명까지 몰리기도 했지만, 이날 촛불집회에는 100여명만 자리를 지켰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온 주부도 있었고, 각종 구호가 적힌 조끼를 입은 노동자도 보였으며, 수업을 마치고 나온 고등학생들도 있었다.
유현석 창원YMCA 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촛불집회는 영상 상영과 노래 공연 등으로 이어졌다. 김별(창원 봉림고 3년)양은 마이크를 잡고 반주에 맞춰 "내 마음에 들어오지 마세요"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지나가던 시민들이 걸음을 멈추고 듣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쩐다 쩔어", "쥐를 잡자", "미국에서 굽신굽신 국민에게 강경강경", "재협상이 답이다", "독도분쟁 원인제공 미국", "공영방송 장악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등이라고 쓴 종이피켓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김한수(35)씨는 "이명박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정책을 보면 과거 독재시절로 돌아가려는 것 같고, 모든 게 재벌 위주다"면서 "촛불을 계속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민아엄마'라고 한 주부(38)는 "아이들도 현장을 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같이 나왔다"면서 "촛불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에 꺼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끈질기게 해야 한다"면서 "사람이 100만명 모이는 것도 중요하고, 소수더라도 그 정신은 이어가야 하기에 촛불은 결코 꺼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안티이명박' 카페에서 '형님푸우'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고 한 참가자는 "지금 정부는 촛불이 꺼지기만을 바라고 있는데, 촛불이 꺼지면 정부를 견제할 길이 없어진다"면서 "국민들이 항상 너희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어야 하기에 촛불을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동자 김덕하씨는 "노사 갈등이 빚어지는 노동현장에서도 흔히 '질긴 놈이 이긴다'는 말을 한다"면서 "국민이 끈질기게 촛불을 들어야 이명박 정부가 정신을 차릴 것이기에, 숫자에 관계없이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촛불집회 현장에는 하얀 천 조각에 하고 싶은 말을 써도록 해놓았는데, 촛불집회 참가자뿐만 아니라 지나는 시민들도 각종 구호를 적기도 했다. 거기에는 "쩐다 쩔어 정신차려 이 친구야"를 비롯해, "× 먹고 떨어져 이명박", "재산 납부 언제쯤…", "내가 소 때문에 이 고생을 한다", "5년 동안 이어질 촛불집회, 무능정치 이명박 각오해"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날 촛불집회는 1시간30분 가량 진행되었으며, 사복 경찰 몇 명이 나와 살펴보기도 했다. 또 '법무부 범죄예방위원 창원지구협의회'라고 쓴 조끼를 입은 사람 10여명이 나와 촛불집회 장소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돌아가기도 했다.
광우병경남(창원)대책회의는 앞으로 매주 한 두 차례 지역 곳곳에서 촛불집회를 계속하기로 했다.
2008.08.29 21:29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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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놈이 이긴다, 촛불은 끈질기게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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