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장목수의 목조주택이야기 2] 다시 태어나도 집을 짓고 싶다

등록 2008.09.02 10:46수정 2008.09.0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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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도 나에게 제일 어울리는 폼이 망치 들고 집을 짓는 일이다
▲ 그래도 나에게 제일 어울리는 폼이 망치 들고 집을 짓는 일이다장승현

얼마 전에 친구가 골프채를 줘서 집 마당에서 폼을 잡고 있으려니까 아내 왈, "여보, 근데 이상한 건 왜 당신이 골프채를 들고 있으면 무기로 보일까?"라고 했다.


또 한 번은 어느 으스스한 폐가에서 골프채를 들고 있으려니까 어느 동료 기자가 사진을 찍으면서 아주 좋은 사진감이라며 사진 찍으며 배를 잡고 뒹굴었다.

이처럼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들이 많은데 유일하게 망치질을 하면 그냥 그냥 자연스럽다고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서 망치질이나 하지 취재다니는 기자질을 왜 하냐고들 비아냥거린다.

예수의 직업이 목수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즐거운 일이 집을 짓는 일일 거다. 목수 중에서도 형틀목수, 필름 목수, 무늬목 목수, 인테리어 목수, 한옥 목수 등 다양하지만 그래도 나무를 만지고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을 짓는다는 게 그 어느 일보다 나에게는 즐겁다.

 ▲ 오래간만에 지붕에 올라가 서까레 작업을 하고 있다
▲ 오래간만에 지붕에 올라가 서까레 작업을 하고 있다장승현

요즘은 일이 바쁘다 보니까 세세한 마감은 내가 하지 않고 다른 목수들이 거들어 준다. 처음에 기초에서 골조까지 집의 형태를 잡거나 중요한 서까레 작업을 할 때는 다른 목수들한테 맡길 수가 없어 내가 직접 망치질을 해서 형태를 잡는다.

오늘도 오래간만에 몸을 풀었다. 햇볕이 지리한 마지막 무더위를 장식하느라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내려 쬐었다. 이런 날씨는 밭에 나가 그냥 서 있어도 쓰러지기가 십상인데 그것도 지붕 위에 올라가 망치질을 하는 건 곤욕중에 곤욕이다.


그러나 목수들은 일단 망치만 들었다 하면 신이 나게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런 편인데 한 번 필 받으면 정신이 없을 정도라 주변에서 함께 일하는 목수들한테 미안할 정도다.

 ▲ 다른 목수들이 함께 서까레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 다른 목수들이 함께 서까레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장승현

집을 짓다보면 단순히 집을 짓는 일만 있는 게 아니라 집주인과의 갈등, 돈을 받고 집을 짓기 때문에 돈 문제가 속을 썩이고 신경을 많이 쓰게 한다.


언젠가는 같이 집을 지으러 다니던 후배가 목수일을 그만두면서 제일 힘든 게 집주인들을 상대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집을 짓는 일보다 사람 상대하고 돈이라는 게 관련 되면 힘들어진다. 그래 한 번은 이런 생각도 해봤다.

"집을 짓고 망치질 하는 게 좋은데 어디 가서 신경 안 쓰고 그냥 머슴처럼 일만 하는 데가 없을까?"
"밥 세끼 얻어먹고 집이나 짓고 편하게 살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은 항상 집을 지으러 다닐 때마다 하고 있다. 집을 짓다보면 경비가 들고 사람들 인건비 생각해야 하고 전체 이윤도 챙겨야 하고 그러다 보면 정말 집짓는 일이 신경 쓰는 게 너무나 많다.

  ▲ 논산 등화동에 서까레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목조주택은 이 서까레를 걸어야 제멋을 느낄 수 있다
▲ 논산 등화동에 서까레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목조주택은 이 서까레를 걸어야 제멋을 느낄 수 있다장승현

 
 이젠 서까레를 자르고 처마 돌림과 지붕 합판 작업을 할 단계다
이젠 서까레를 자르고 처마 돌림과 지붕 합판 작업을 할 단계다 장승현


그러나 집을 지어놓고 보면 누가 그랬듯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라 그 재미로 집을 짓는지도 모른다. 며칠이 지나면 없던 모양이 생기고 목수의 손길에 따라 이렇게 조렇게 집 이 생기는 걸 보면 역시 목수는 창조자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세종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세종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목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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