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인들이 숨가쁜 행사를 펼치는 까닭은?

6~7일, '소안도 문학축전' '마라도 문학축전' 잇따라

등록 2008.09.02 16:25수정 2008.09.0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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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없이 맑고 푸르른 전남 완도군 앞바다. 그 바다가 펼친 수평선을 입에 물고 끝없이 떠돌며 일제가 남긴 그림자를 후여후여 내쫓고 있는 항일의 성지 소안도…. 한반도 최남단에서 산더미만한 파도에 수없이 자맥질하며 빼어난 절경과 신비한 전설을 속내 깊숙이 간직한 아름다운 섬 마라도….

 

가을 들머리. 생명, 평화를 사랑하는 문학예술인들이 한반도 서남쪽 바다를 옹골차게 거머쥐고 있는 소안도와 마라도를 찾는다. 이들은 이 두 섬에서 시를 읊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항일정신을 새롭게 되새기고, 우리 국토가 낳은 아름다운 비경과 민족혼을 가슴 깊숙이 담기 위해서다. 

 

이들은 5일(금) 저녁 6시, 서울 사당역(4호선 4번 출구)에서 완도행 관광버스로 출발해 새벽 0시30분께 완도에 도착해 1박을 한다. 이어 6일(토) 오전 8시 완도항을 출발해 9시 소안항에 도착, 미라상록수림 등 소안도 명승지 관광을 한 뒤 오전 10시30분부터 소안항일운동기념탑 광장에서 제4회 '소안도문학축전'을 치른다.

 

이들은 다시 제5회 '마라도문학축전'을 위해 6일 오후 3시30분 완도항에서 제주항으로 가는 배에 탑승, 오후 6시40분 제주항에 도착한다. 이들은 이날 저녁 7시40분쯤 제주 모슬포항에서 신양호를 타고 저녁 8시10분쯤 마라도에 닿아 7일(일) 행사를 치른다. 이들이 소안도와 마라도에 모여 대규모 문학축전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일과 해방, 우리 국토 소중함 일깨우기 위한 행사

 

한국문학평화포럼 문학축전 2008 포스터 '국토, 모심, 평화를 위한 문학축전 2008' 행사를 꾸준히 치러온 한국문학평화포럼(명예회장 고은, 회장 김영현)이 문학축전을 숨 가쁘게 연다
한국문학평화포럼 문학축전 2008 포스터'국토, 모심, 평화를 위한 문학축전 2008' 행사를 꾸준히 치러온 한국문학평화포럼(명예회장 고은, 회장 김영현)이 문학축전을 숨 가쁘게 연다한국문학평화포럼
▲ 한국문학평화포럼 문학축전 2008 포스터 '국토, 모심, 평화를 위한 문학축전 2008' 행사를 꾸준히 치러온 한국문학평화포럼(명예회장 고은, 회장 김영현)이 문학축전을 숨 가쁘게 연다 ⓒ 한국문학평화포럼

"이번에 열리는 두 행사는 항일과 해방, 국토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함입니다. 소안도(전남 완도군)는 일제강점기 때 함경도 북청, 경상도 동래와 더불어 3대 항일운동지로 일컬을 정도로 치열한 항일투쟁을 펼친 곳입니다. 마라도는 오랜 해풍의 영향으로 해식동굴과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으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합니다." - '인사말' 몇 토막

 

지난 7월부터 '국토, 모심, 평화를 위한 문학축전 2008' 행사를 꾸준히 치러온 한국문학평화포럼(명예회장 고은, 회장 김영현)이 문학축전을 숨 가쁘게 연다. 6일(토) 항일의 성지 전남 완도군 소안도에서 열리는 '소안도문학축전'과 7일(일)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 제주 마라도에서 열리는 '마라도문학축전'이 그것.

 

이번 축전은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아 항일애국운동에 헌신한 순국선열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림과 동시에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우리 국토 사랑을 되새겨보는 자리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문학평화포럼이 주관한다. 후원은 국무총리복권위원회, 한미약품, 완도군, 광주전남작가회의, 제주작가회의, 기원정사.

 

하지만 큰 행사 두 개를 한꺼번에 치르기에는 너무 바쁘고 힘겨워 보인다. 문화예술인들이 이렇게 행사를 빠듯하게 치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부(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하는 행사 비용이 예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러 문화예술단체들이 지난해 신청했던 예산 지원에 따른 심의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너무 늦추었기 때문일까.

 

한국문학평화포럼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했던 10차례에 걸친 문학축전을 올해는 때늦은 7월부터 시작했다. 정부의 예산 지원에 따른 심의가 너무 늦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7월부터 12월까지 10차례에 걸친 문학축전을 치러야 한다. 12월이 행사가 많은 것을 감안한다면 한 달에 2차례 이상씩 문학축전을 열어야 겨우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게다가 다음 해부터 진보적인 색체를 띠는 문화예술단체들에게는 지원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윤재걸(언론인) 시인은 "요즈음 이명박 정부가 '신공안정국'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진보적인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내년 지원은 큰 폭으로 줄어들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승철 사무총장은 "내년부터 진보적인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이 줄어들면 기업체의 후원도 덩달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기업체들도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이다. 이 총장은 이어 "그렇잖아도 빠듯한 예산을 더 줄인다면 내년부터 문학축전 행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독도문학축전  6일(토) 항일의 성지 전남 완도군 소안도에서 열리는 '소안도문학축전'과 7일(일)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 제주 마라도에서 열리는 '마라도문학축전'이 그것
사진은 독도문학축전 6일(토) 항일의 성지 전남 완도군 소안도에서 열리는 '소안도문학축전'과 7일(일)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 제주 마라도에서 열리는 '마라도문학축전'이 그것이종찬
▲ 사진은 독도문학축전 6일(토) 항일의 성지 전남 완도군 소안도에서 열리는 '소안도문학축전'과 7일(일)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 제주 마라도에서 열리는 '마라도문학축전'이 그것 ⓒ 이종찬

 

6일, 소안항일운동기념탑 광장에서 '소안도문학축전'

 

"소안도는 애국지사 송내호 선생을 비롯한 20여 명의 건국훈장 서훈자와 88명의 독립애국지사를 배출한 항일의 성지입니다. 소안도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약 4천명의 지역주민 중 800명이 일제에 의해 불량 선인으로 낙인찍힐 정도로 전국의 면, 군 단위 지역에서 가장 많은 애국지사를 배출한 곳입니다." - '인사말' 몇 토막

 

6일(토) 오전 10시30분부터 소안항일운동기념탑 광장에서 열리는 제4회 '소안도 문학축전'은 소안항일기념탑에 헌화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소안도 항일운동의 역사를 담은 비디오 및 소안항일운동기념관 관람, 소안도 주민 및 학생들에게 한국문학평화포럼이 선정한 우수 도서를 증정한다.

 

작가 강기희씨의 사회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작가 김영현(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김종식 완도군수의 축사, 조정석 소안면장과 김진침(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 회장, 완도군) 의원의 환영사, 김삼웅(전 독립기념관장,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의 기조강연 순서로 진행된다.

 

본 행사에는 박선욱 시인(성악가, 바리톤)의 항일애국지사에게 바치는 뜻이 담긴 노래, 김기인과스스로춤모임(서울예대 무용과/ 김진숙, 정미영)의 날렵한 춤사위, 가수 인디언수니의 절절한 노래가 항일정신을 다시 한번 되살린다. 평화시 낭송에는 시인 이상국, 박설희, 조진태, 이지담(시인), 홍일선, 조성국, 고영서가 나와 항일의 성지에 바치는 시를 파도소리에 맞춰 읊는다.

 

김영현 회장은 "항일의 성지, 해방의 땅 전남 완도군 소안도에서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아 문학축전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말한다. 이 회장은 이어 "이번 행사는 최근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에 맞서 국민과 함께 순국선열들의 애국애족의 정신을 기리고, 해방의 참의미를 공유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독도문학축전 이번 축전은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아 항일애국운동에 헌신한 순국선열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림과 동시에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우리 국토 사랑을 되새겨보는 자리다
사진은 독도문학축전이번 축전은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아 항일애국운동에 헌신한 순국선열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림과 동시에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우리 국토 사랑을 되새겨보는 자리다이종찬
▲ 사진은 독도문학축전 이번 축전은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아 항일애국운동에 헌신한 순국선열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림과 동시에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우리 국토 사랑을 되새겨보는 자리다 ⓒ 이종찬

 

7일, 마라도 기원정사 절마당에서 '마라도문학축전'  

 

"소안도와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에 50여 명의 문학예술인들이 모여 문학축전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리가 마라도를 선택한 것은 대한민국 문학예술인들이 아름다운 우리 땅을 스스로 지키고 있다는 것을 일본인들에게 똑똑하게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인사말' 몇 토막

 

7일(일) 열리는 제5회 '마라도 문학축전'은 이날 새벽 6시 마라도 해돋이를 바라보면서 마라도 일대 산책과 관광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와 함께 오전 11시부터 마라도(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기원정사 절마당에서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 김영현의 인사말 및 기조 강연이 이어진다.

 

본 행사에는 박선욱 시인의 아름다운 우리 국토에게 바치는 내용이 담긴 노래, 김기인과스스로춤모임(서울예대 무용과/ 김진숙, 정미영)의 마라도를 끌어안는 춤, 가수 인디언수니의 마라도 사랑을 담은 아름다운 노래가 대한민국 최남단 앞바다를 향해 물결처럼 예쁘게 너울진다.

 

평화시 낭송에는 시인 임효림, 차주일, 유명선, 방남수, 류외향, 강덕환이 나와 '아름다운 우리 국토 우리가 지키자'는 내용을 담은 시를 낮게 흐르는 음악에 맞춰 잔잔하게 읊는다. 이번 행사의 꼭지점은 마라도에서 '마라원 짜장집'을 운영하고 있는 류외향 시인의 집으로 가 점심식사를 한 뒤 모슬포항으로 나와 평화박물관, 한림공원 등을 관광하는 것이다.

 

이승철 사무총장은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마라도에는 제주민들의 역사와 삶이 담긴 전설이 많이 깃들어 있어 문학예술인들에게 창작을 향한 새로운 열정을 불러일으키게 해 줄것"이라고 말한다. 이 총장은 이어 "이날 오후 4시30분 제주공항에 도착해 오후 5시 김포공항발 비행기로 귀경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독도문학축전 큰 행사 두 개를 한꺼번에 치르기에는 너무 바쁘고 힘겨워 보인다
사진은 독도문학축전큰 행사 두 개를 한꺼번에 치르기에는 너무 바쁘고 힘겨워 보인다이종찬
▲ 사진은 독도문학축전 큰 행사 두 개를 한꺼번에 치르기에는 너무 바쁘고 힘겨워 보인다 ⓒ 이종찬

 

한국문학평화포럼은 7월13일 안성 새터민문학축전을 시작으로 7월13일 안산 이주노동자문학축전, 7월26일 태안문학축전을 연 바 있다. 한국문학평화포럼은 오는 9월20일 태백문학축전, 9월21일 속초 아바이마을문학축전, 10월18일 강화 외포리문학축전, 10월25일 여순문학축전, 11월2일 해남문학축전을 숨 가쁘게 열 계획이다.

 

국토, 모심, 평화를 기치를 내걸고 한반도 곳곳의 이슈 현장을 찾아다니며 문학축전을 펼치고 있는 문학예술인들. 호주머니 돈까지 몽땅 털어 넣으며 이 땅 곳곳에 생명과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이들의 노력에, 이제는 정부와 기업체가 나서서 폭넓은 지원을 해 주어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2008.09.02 16:25ⓒ 2008 OhmyNews
#한국문학평화포럼 문학축전 #소안도 #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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