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네티즌탄압 저지 범국민행동(이하 범국민행동)이 2일 오후 '2008년 방송의 날' 기념식이 열리는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9월 3일 제45회 방송의 날은 두고두고 방송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차라리 '방송의 날'을 없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념식에는 이명박 대통령,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범국민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날 기념식은 방송 장악 주범들의 자축 파티와 단합 대회의 날로 전락했다, 그리고 이 방송 장악 주범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방송사 경영진들의 낯 뜨거운 아첨의 장으로 타락했다"고 비판했다.
범국민행동은 이어, "시중에 떠돌던 이명박 정권의 노골적인 방송장악 시나리오가 하나하나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제45회 방송의 날은 언론 경영자와 노동자 할 것 없이 방송 사수를 위한 싸움을 힘차게 벌여야 할 날"이라며 "우리는 이 방송 치욕의 날을 결코 잊지 않고 더욱 가열 차게 떨쳐 일어나 대한민국의 언론 그리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길 것이다"고 선언했다.
이날 범국민행동을 대표해 나온 현업 방송인들은 소리 높여 이명박 정부를 규탄했다.
양승동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는 "매년 방송의 날에는 현업 방송인들에게 '휴일'이었는데 지금 상황이 집에서 마음 놓고 쉴 상황이 아니다, 집단 단식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현재 KBS 상황을 설명했다.
양 대표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등장 이후 이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가 차례차례 실현됐고 이번 정기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정부는 방송법, 신문법 등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마음 편하게 자축하는 분위기를 가질 수 없다"고 한탄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제 전체 방송인들을 적으로 돌리는 행태, 허황된 꿈을 빨리 접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 대통령은 실패한 대통령이 될 것이고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석대 SBS 노조 위원장은 "오늘만금 방송의 날에 대해 각별한 의미를 새긴 날이 없었다"며 "방송의 날을 하루 앞두고 올 들어 벌어졌던 일들을 하나씩 돌아본다"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예년 같으면 그냥 넘어갔을 '방송의 날'이지만 방송장악에 혈안이 됐던 이들이 오늘 한 자리에 모여 방송노동자들에게 그동안 해왔던 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생각나게 해줬다"며 "찬바람이 불 때까지 대오를 무너뜨리지 않고 열심히 싸워가겠다는 각오가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지금 저 자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축배와 이 자리에서 현업 언론노동자들의 규탄이야말로 지금 방송 현실의 참담함을 잘 대비해 드러낸다"며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를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지금 이명박 대통령, 최시중씨, 이병순씨. 방송 3적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축배를 들고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방송 3적은 4적, 5적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송·언론인들의 분노와 원성을 산 권력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경고한다"며 "우리는 민주주의의 제단에 오를 희생양이 될 준비가 돼 있다, 만약 우리가 몸을 사른다면 광화문 사거리를 메웠던 촛불은 전국 방방곡곡을 뒤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63빌딩 앞에 등장한 경비견... 경찰 "시위하면 연행할 수밖에 없다" 엄포
한편, 경찰은 이날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정장을 차려 입은 정보과 형사 등 1백여명이 빌딩 안팎에 배치됐고, 일부는 경비견까지 데리고 순찰을 돌았다. 정복을 입은 의경 1백여명도 기자회견장 주위에 배치돼 범국민행동의 추후 행동에 대비했다. 범국민행동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방송의 날 기념식이 열리는 63빌딩 2층 국제회의장으로 이동하려고 하자 형사들은 '연행할 수밖에 없다'며 돌아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범국민행동은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입장에 맞춰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를 규탄하는 피케팅을 하고자 했던 계획을 취소하고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를 규탄하는 현업 언론인들의 뜻과 '방송장악 주범'들을 초청한 방송협회에 유감의 뜻을 표하는 서한을 방송협회에 전달하는 것으로 이날의 기자회견을 마쳤다.
이에 대해 박성제 MBC 노조 위원장은 "연행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있을 방송장악 투쟁에 여기 있는 이들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려해 우리의 뜻을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2008.09.02 21:47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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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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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초청한 방송의 날은 '치욕'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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