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맡은 기계로 열심히 벌초 중이다.
송상호
이런 이야기가 들리자 조용한 무덤가에는 삽시간에 웃음 폭탄이 터진다. 봉순영씨 말에 의하면 6년 동안 관리해 준 남의 산소만 해도 500개 정도 된다고 하니 그의 돌아가신 장인, 장모(?)가 500명이 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정성들여 산소를 관리해 주었다는 이야기렷다.
실컷 엉뚱한 산소 관리해 주고는 단골 만들어“아, 한번은 땀을 뻘뻘 흘리며 산소를 관리해주고 내려왔는디, 며칠이 지나 산소 주인으로부터 연락이 오더라고유. ‘왜 산소를 그냥 두었냐고’. 그래서 ‘무슨 소리냐고. 우리가 풀 깎고 정리 다 해놨는디’. 알고 보니 비슷한 위치에 있는 엉뚱한 산소를 깎아 준 거지 뭐여. 그랴서 후딱 가서 또 거기를 관리해 줘버렸지유. 근디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실수로 관리해준 그 산소 주인이 지금도 우리에게 산소를 관리해달라고 한다니께요. 허허허허.”
이런 실수가 벌어지는 것은 모두 다 묘비 없는 산소 때문이란다. 묘비가 있으면 어떻게든 찾아가서 실수하지 않을 텐데 묘비가 없는 경우는 전화로 위치 설명을 듣거나, 아니면 팩스로 위치를 그린 도면을 보고 찾아 가기에 실수하는 것.
6년 동안 벌초를 대행하면서 유일한 실수담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단골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니 옛말 하나 그르지 않는 셈. 바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산소는 이렇게 관리해야“요즘은 명당자리 개념이 바뀌었시유. 옛날엔 조금 깊은 숲속에서 햇빛 잘 드는 동향이나 남향이었잖아유. 요샌 그것보다도 큰 길가가 명당이라니께유. 자손들이 들락날락 하기 쉬운 곳에 있어야 산소가 잘 관리되더만요. 접근하기가 어려운 숲속 깊은 곳에 있는 무덤은 자손들이 관리를 잘 하지 않아 엉망인 경우가 종종 있시유. 그러니께 명당은 자손들이 자주 오기 쉬운 곳이 명당자리 아니것시유.”
추석 한 달을 남겨두고부터 본격적으로 벌초대행을 부탁해온다지만, 부지런하고 신경 좀 쓰는 자손들은 봄이 지나 한식 무렵(6~7월 경)에 한 번 더 산소를 관리해준다고. 그러니까 1년에 2회를 관리해 준다는 이야기다.
산소 주변에 나무가 많이 우거지면 좋지 않다는 것. 나무가 그늘을 만드니 잔디가 잘 자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나무들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잔디를 덮어 그늘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당연히 풀만 깎고 나뭇가지만 쳐주는 것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것은 갈퀴로 낙엽을 모두 긁어모아 다른 곳으로 버리는 작업인 게다.
또한 예초기를 사용할 때는 절대로 음주를 삼갈 것을 봉순영씨는 신신당부한다. 물론 본인들은 한 번도 예초기 사고가 없었지만, 자기가 아는 사람이 술기운으로 일을 하다가 크게 다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눈치 챘겠지만, 역시 산소 관리의 핵심은 접근이 용이한 곳에 조상의 묘를 모시는 것이라고. 아무리 좋은 산소라도 접근이 어려워 자주 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벼가 잘 자라듯 자손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산소는 잘 간수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