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오고나서 9시뉴스 달라졌다"

KBS 사원행동, 민주광장서 총회... "끝까지 방송독립 지킬 것"

등록 2008.09.03 21:28수정 2008.09.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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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KBS 사원행동 총회에서 참석자들이 이병순 신임 사장, KBS 노조와의 문제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KBS 사원행동 총회에서 참석자들이 이병순 신임 사장, KBS 노조와의 문제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남소연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 3일 오후 4시 KBS 본관 1층 민주광장에서 총회를 열고 제작 자율성 수호투쟁, 구조조정 반대투쟁, 과거 권위주의로 회귀 저지 투쟁, 방송법 개악 반대 투쟁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했다. 

'사원행동' 총회에 모인 KBS 사원 50여 명은 "공영방송 장악음모, 이명박은 각오하라", "이명박 정권 꼭두각시 이사회를 해체하라", "이명박 정권 관제사장, 온몸으로 거부한다"고 외쳤다.

사회를 맡은 이재후 아나운서는 "우리 가슴엔 상처와 응어리가 졌다"며 "앞으로 더 시급한 제작 자율성 수호나 구조조정 반대를 외치는 결의를 동료들에게 전파하는 시간을 갖자"고 말했다.

먼저 지금까지 경과와 상황에 대해 김현석 '사원행동' 대변인이 설명했다.

김현석 대변인(KBS 기자협회장)은 "8월 27일 사장이 취임했다, 예전 사장은 열 명 정도 막고 있으면 다른 길로 가거나 대화 시도라도 했는데 이병순씨는 그냥 첫날부터 강제 진입을 했다"며 출근 저지 투쟁 상황 뒤에도 침묵으로 일관한 사장 모습을 가리켜 "역시 대화할 의도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그는 9월 1일 부사장 임명, KBS 일부 사원들이 감사실에 '사원행동'에 대해 감사를 요청한 상황, 2일 '사원행동'의 특보 '올드보이의 귀환' 발행에 이어 3일 젊은 기자들이 신임사장 불인정과 이사회 해체를 밝힌 '특보'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서 양승동 '사원행동' 대표는 사원행동 전국운영위원회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 보고하고 총회 말미에 이 결정에 대한 의결을 요구했다.


양승동 대표는 "8월 29일 전국운영위원회 위원들 20여 명이 모여 토론했다"며 "'사원행동' 존속 결정, 이사회 정통성은 인정하지 않고 사장은 관제 청부 사장으로 규정하지만, 사장 출근 저지와 이사회 해체 투쟁에 변화가 필요하단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애초 '사원행동'은 이명박 정권 방송장악음모에 맞서 KBS를 수호하기 위해 설립했고, 향후 활동방향과 목표 어찌 설정할 것인지 논의했다"며 "네 가지 투쟁, 제작 자율성 수호투쟁, 구조조정 반대투쟁, 과거 권위주의로 회귀 저지 투쟁, 방송법 개악 반대 투쟁을 위해 싸우겠다"고 운영위 결정 사항에 대해 공개했다.


이병순 사장 취임 뒤, KBS 뉴스 벌써 달라져

 양승동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사원행동 총회에서 이병순 신임 사장, KBS 노조와의 문제 등에 관한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양승동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사원행동 총회에서 이병순 신임 사장, KBS 노조와의 문제 등에 관한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남소연
이어서 KBS 사원들의 자유 토론이 이어졌다.

자유 발언에 나선 김명섭 기자는 "운영위의 제작 자율성 부분 관련해 우려되는 게 있다"며 "이병순 씨가 사장으로 취임한 날부터 뉴스를 주의 깊게 봤는데 조금 달라진 모습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명섭 기자는 "지난 토요일, 불교 쪽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 편향성 관련해 할복하고 법회 하겠단 뉴스가 나왔는데 우리(KBS) 뉴스에선 간단히 단신으로 처리했고, YTN 미디어 관련 신재민 차관 발언도 MBC나 다른 뉴스에선 아주 중요했는데, 우린 여야 동향 식으로 다뤘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그는 "사실 이런 문제들을 노조 공정방송위원회에서 다뤄줘야 하고, 노조에서 좀 더 과감하게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냥 넘어갔다"며 "앞으로 '사원행동'이 노조의 '공정방송위' 대체할 모니터링 기구나 감시 기구를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신기섭씨는 "기본적으로 '사원행동'이 모인 순수한 목적이 우리의 주인은 국민이고 독재권력은 배제한다였다"며 "이사회 구성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KBS를 어떠한 독재적인 권력을 행사하면서 여기까지 온 모든 부분, 이병순 체제 모든 방송전략이나 정책 결정에 대해 '사원행동'은 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경영 기자는 "앞에 지적했지만, 불교도 법회 때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하라' 이런 걸 불자들이 다 들고 있었는데, KBS 9시뉴스 보면 그걸 교묘하게 검은 글씨로 지웠다"며 "그걸 지운 게 9시뉴스 편집팀으로, 지금 실제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9월 9일 이명박 대통령 대국민 담화로 청와대와 여러 가지 대화가 오고가고 있는데, 생각보다 훨씬 심한 상황"이라며 "벌써 게이트 키핑이 들어오고 있고,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제작 자율성 이미 침해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걸 적극 알려나가고 이슈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토론 사회를 맡은 김현석 '사원행동' 대변인도 KBS 내에서 제작 자율성 침해가 어찌 벌어지는지 폭로했다.

김현석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 대화 방송을 가리켜 "저항하는데도 (청와대의) 각종 압력이 만만치 않다"며 "(청와대쪽에서) 촛불 전경 나와서 촛불 시위에 대해 질문토록 해라, 국민과 대화 주제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겠다, 다시 뛰잔 메시지라며 이게 가장 정확한 사람이 장미란이라고 어제까지 장미란을 출연시켜 달라, 이용대도 같이 하면 안 되냐며 엄청 압박을 넣어서, 제작진이 장미란 나오면 사표 낸다고 해서 무산됐다"는 비화를 털어놨다.

KBS 난입 경찰, 책임 물어야

이어서 자유 발언에 나선 이광용 아나운서는 "8월 8일 베이징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TV 앞에 모여 분노와 울분을 삼키며 지켜봤던 기억이 생생한데, 분노 안고 서울에 왔는데 분위기가 생각했던 만큼 싸워야겠단 것보다 패배주의가 많이 흘렀고, 가라앉은 분위기에 충격 받았다"며 "8월 8일 경찰이 민주광장 지나 계단까지 올라와 본관 3층까지 온 사태에 묵인하고 방관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에 대해선,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수신료프로젝트팀 김영한씨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터가 공권력에 짓밟히고 경찰들이 아무렇지 않게 민주광장을 짓밟고 그래서 이 자리 모였다"며 "이사회와 이사장은 이 사태에 대해 근본적 책임을 지니고 있는 사람으로, 우리는 이사장이 KBS에 공권력을 불러들이고 경찰을 난입시켜 KBS 사우들의 정당한 요구를 무력으로 짓밟았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로 선출돼, 9월10일부터 새 집행부를 꾸리는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오늘은 방송의 날인데 참담한 날"이라며, "우리가 목숨처럼 지켰던 방송 독립성이 풍전등화 위기 앞에 서있다, PD협회는 지금처럼 여러분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KBS 사원행동 총회에서 참석자들이 이병순 신임 사장, KBS 노조와의 문제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KBS 사원행동 총회에서 참석자들이 이병순 신임 사장, KBS 노조와의 문제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남소연

한편 자유 토론에 나선 KBS 사원들은 현 KBS 노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드러냈다. 11월 KBS 노조 선거를 앞두고 어찌할지 의견이 분분했다.

양동일 PD는 "언론노조로부터 탄핵당하고, 지금 언론노조와 연을 끊어버린 노조가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노조를 결성하겠단 의지를 천명하자"며 "언론노조와 연대하고 새로운 힘을 제안하는 노조 건설에 우리 힘을 모아야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또 다른 사원은 "노조가 실질적으로 못하고 있다", "지금 노조가 1년 동안 한 일이 무엇인지 다 까발려야 한다"고 성토했다. 김영한씨는 "지금 노조는 식물 노조다, 노조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며 "하지만 이 노조가 마지막까지 어떤 짓을 할까 두렵다, 노조의 잘못된 점에 대해 끝까지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 토론이 끝난 뒤 양승동 대표가 밝힌 '사원행동' 전국운영위원회 결정을 총회에 모인 KBS 사원들은 박수로 의결했다. 양승동 '사원행동' 대표는 "앞으로 더 강력하게 방송 독립을 위해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방송의날, 방송장악 음모 분쇄 결의

이어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은 제45회 방송의 날을 맞아 '방송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원행동'은 '방송독립선언문'에서 "60여 년 전 일본제국주의의 오랜 지배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호출 부호를 부여받은 '방송독립'을 기념해 오늘을 '방송의 날'이라 이름하였으나,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방송 독립이라는 대명제가 처참히 부정되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은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을 시작으로 방송 장악의 야욕을 거침없이 드러내왔다"고 밝혔다.

또 "마치 KBS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독일병정과도 같은 모습으로 KBS에 밀고 들어온 이병순 씨는 직원들과 한 마디 대화 시도도 하지 않았다"며 "사원들과 대화에 나서는 대신 그가 찡그린 얼굴로 읽어 내려간 취임사는 보도와 제작에 대한 철저한 김시, 그리고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점철돼 있었다"고 비판했다. 또 "스스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구현하는 권력의 도구가 되겠다는 충성 맹세에 다름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에 예속되어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홍보의 도구로 전락하는 일은 우리가 결단코 막을 것"이라며 "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에 손을 대거나 제작자의 자율성을 해치는 그 어떠한 간섭과 압력도 우리는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또 "이명박 정권과 그 대리인 관제사장의 방송장악 음모에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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