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늘에 탐닉한다>(황윤숙 지음. 갤리온 펴냄)
갤리온
그렇다면 바늘은 어떨까. <나는 바늘에 탐닉한다>(황윤숙 지음, 갤리온 펴냄)는 한국에서 아직 익숙하지 않은 '리넨' 바느질을 소개한다. 작가는 리넨을 '마(麻)로 짠 천연 섬유로, 은은한 광택과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장점이다'라고 소개한다.
책은 비교적 탄탄한 구성을 갖췄다. 여러 손바느질 방법을 그림으로 알기 쉽게 구성한 것을 비롯해, 일상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만한 소품을 알뜰히 수록했다. 통장지갑, 앞치마, MP3 주머니, 컵받침 등 가짓수도 다양하다.
작가가 만든 것을 구경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직접 활용해 볼 수도 있다. 정확한 치수와 필요한 패턴, 만드는 과정까지 그림과 사진으로 구성해, 독자가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게끔 만든다.
인형 옷부터 시작된 인연이 '리넨 전문가'로"어릴 적, 바비 인형의 옷을 만들기 위해 엄마 몰래 양말을 많이도 없앴다. 엄마에게 들키면 항상 혼이 났지만 내가 양말로 만드는 인형 옷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바늘을 만지는 일이 즐거웠던 것 같다."(본문 116쪽) 어린이가 인형 자체만을 좋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순수하게 인형 수집을 좋아하고 그걸 감상할 줄 아는 것은 좀 더 성장한 후의 일이 아닐까. 어린이는 인형 보다는 그에 따르는 행위에서 더 즐거움을 느낀다. 인형의 머리를 땋는 일이나 친구들과의 소꿉놀이, 옷을 갈아 입히거나 옷을 만드는 일 등에서 나만의 다양한 놀이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연한 기회로 리넨에 빠지게 됐다고 말한다. 결혼 후 산책로에서 만난 양모 펠트
공방. 그곳에서 양모 펠팅을 배우다 작품의 소재로 사용된 리넨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그 덕분에 책의 내용이 한층 풍부하다. 양모로 만든 생활 소품도 구경할 수 있고, 리넨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품까지 볼 수 있어 독자들 눈이 즐겁다. 무난한 흰색 스웨터에 연두빛 양모 펠트로 봄느낌을 준 작품을 보면 나까지 경쾌한 기분이 든다.
<작은탐닉> 연재물, 벌써 열네 번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