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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작은탐닉' 연재물 12번째 이야기, <나는 바늘에 탐닉한다>

등록 2008.09.05 16:36수정 2008.09.0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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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손뜨개질의 계절이 다가온다. 부지런한 사람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부터 겨울을 지낼 스웨터를 준비할 것이다. 하지만 복슬복슬한 털뭉치를 쥐기엔 아직은 손에 땀이 찬다.

바느질쟁이의 계절, 가을


 <나는 바늘에 탐닉한다>(황윤숙 지음. 갤리온 펴냄)
<나는 바늘에 탐닉한다>(황윤숙 지음. 갤리온 펴냄)갤리온
그렇다면 바늘은 어떨까. <나는 바늘에 탐닉한다>(황윤숙 지음, 갤리온 펴냄)는 한국에서 아직 익숙하지 않은 '리넨' 바느질을 소개한다. 작가는 리넨을 '마(麻)로 짠 천연 섬유로, 은은한 광택과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장점이다'라고 소개한다.

책은 비교적 탄탄한 구성을 갖췄다. 여러 손바느질 방법을 그림으로 알기 쉽게 구성한 것을 비롯해, 일상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만한 소품을 알뜰히 수록했다. 통장지갑, 앞치마, MP3 주머니, 컵받침 등 가짓수도 다양하다.

작가가 만든 것을 구경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직접 활용해 볼 수도 있다. 정확한 치수와 필요한 패턴, 만드는 과정까지 그림과 사진으로 구성해, 독자가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게끔 만든다.

인형 옷부터 시작된 인연이 '리넨 전문가'로

"어릴 적, 바비 인형의 옷을 만들기 위해 엄마 몰래 양말을 많이도 없앴다. 엄마에게 들키면 항상 혼이 났지만 내가 양말로 만드는 인형 옷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바늘을 만지는 일이 즐거웠던 것 같다."(본문 116쪽)


어린이가 인형 자체만을 좋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순수하게 인형 수집을 좋아하고 그걸 감상할 줄 아는 것은 좀 더 성장한 후의 일이 아닐까. 어린이는 인형 보다는 그에 따르는 행위에서 더 즐거움을 느낀다. 인형의 머리를 땋는 일이나 친구들과의 소꿉놀이, 옷을 갈아 입히거나 옷을 만드는 일 등에서 나만의 다양한 놀이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연한 기회로 리넨에 빠지게 됐다고 말한다. 결혼 후 산책로에서 만난 양모 펠트
공방. 그곳에서 양모 펠팅을 배우다 작품의 소재로 사용된 리넨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그 덕분에 책의 내용이 한층 풍부하다. 양모로 만든 생활 소품도 구경할 수 있고, 리넨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품까지 볼 수 있어 독자들 눈이 즐겁다. 무난한 흰색 스웨터에 연두빛 양모 펠트로 봄느낌을 준 작품을 보면 나까지 경쾌한 기분이 든다.

<작은탐닉> 연재물, 벌써 열네 번째 이야기

 <작은탐닉>연재물. 조만간 <나는 허브에 탐닉한다>도 출간될 예정이라는 기쁜 소식이 들린다.
<작은탐닉>연재물. 조만간 <나는 허브에 탐닉한다>도 출간될 예정이라는 기쁜 소식이 들린다. 갤리온
손바닥 크기 만한 <작은 탐닉> 책은 첫 번째 이야기인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를 시작으로 <나는 부엉이에 탐닉한다>까지 지금껏 총 열네 권을 연재했다.

책은 한결같이 '마니아'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어렵거나 특이하기만 하지는 않다. 평범한 일상에 묻혀 흘려보내는 일들을 나만의 것으로 붙잡은 사람들, 그들의 시선을 세심하게 쫓는다.

어찌보면 실용서 같다. 이미 그 분야의 프로가 된 작가가 탐닉의 개기, 주의할 점, 손쉽게 활용할 방법 등을 너무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나는 티타임에 탐닉한다>(이민숙 지음)에서는 흥미로운 차(茶) 이야기 속에서 티백 보관법, 집에서 밀크티 맛있게 우리는 법 등을 덤으로 얻는다. 홍차 폐인이 되면 하루 세 번의 미백치약 사용은 필수라니 꼭 알아두자.

어쩔 수 없는 환경이 작가를 전문가로 만든 경우도 있다. <나는 부엌에 탐닉한다>의 이성실 작가는 막내아들이 아토피를 앓았다. 통밀을 사용해 직접 빵을 굽고, 설탕 대신 꿀을 사용하는 조리법 속에서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두 아들의 장난끼 넘치는 사진들과 그녀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소박한 한 주부의 요리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다.

<나는 바늘에 탐닉한다> 책을 읽고 한참이나 다른 리넨 서적을 검색하다가 결국 원단 시장으로 달려갔다. 중·고등학교 가정시간 때 만든 작품들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은 사람은 누구나 이해하리라. 결국 구경만 실컷 하고 줄자 하나만 달랑 사 왔지만, 내가 만든 작품으로 집을 가꿀 상상에 벌써 마음이 벅차다.

나는 바늘에 탐닉한다

황윤숙 지음,
갤리온, 2008


#작은탐닉 #나는 바늘에 탐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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