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애니메이션 <내일의 죠 2>에 나온 주인공 야부키 죠
내일의 죠
<거인의 별>, <타이거마스크> 등으로 유명한 다카모리 아사오(필명 카지와라 잇키)의 원작에 치바 테츠야의 작화로 1968년부터 주간 <소년매거진>에 연재를 시작한 <내일의 죠>는 1970년에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지휘 하에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79화에 걸쳐 방송되기도 했다.
1980년에는 역시 데자키 오사무가 감독을 맡아 <내일의 죠 2>라는 제목으로 47화에 걸쳐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송된다. 70년대의 애니메이션이 다카모리 아사와와 치바 테츠야의 연재만화 중에서 1부를 다룬 것이라면, 80년대의 애니메이션은 2부를 다뤘다. 한국에서도 <내일의 죠 2>가 MBC를 통해 공중파를 타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로는 전례가 없던 스포츠 근성물의 전형을 보여준 기념비적 작품 <내일의 죠>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팬에게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해서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 뛰어난 만화나 애니메이션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세상의 변혁을 꿈꾸는 전공투 세대들에게 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철완 아톰>, <사이보그 009>, <철인 28호>, <타이거 마스크>, <루팡 3세>, <데빌맨>, <독수리 5형제>, <마징가 Z> 등 60년대와 70년대에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수많은 걸작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그저 인기 있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이었을 뿐이다. 그에 비해 <내일의 죠>는 이 작품들과는 분명히 달랐다.
<내일의 죠>의 배경은 철저하게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야기의 상당부분이 빈민가와 소년원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주인공 야부키 죠는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고아에 소년원을 제 집처럼 들락거리는 문제아 중의 문제아. 동네 길바닥에서 싸움질하기 일쑤이며 태연하게 사기를 치기도 한다.
그런 그가 빈민가에서 만난 왕년의 권투선수 출신 단뻬이와 소년원의 리키이시를 통해 권투에 눈을 뜨게 된다. 이야기 중간 중간에 사실적으로 그려낸 빈민가의 모습들은 분명 그 당시의 만화나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지금으로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이러한 점은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해방을 꿈꾸는 전공투 학생들의 이념적 성향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계급적 지향의 동일성보다 더욱 강한 영향을 끼친 것은, 쓰러져도 쓰러져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야부키 죠의 모습이었다. 상대 선수의 무차별적 가격에 피투성이가 되어 다운을 당해도 카운트 나인이 되면 무엇에 홀린 듯 다시 일어나 상대에게 전진하는 야부키 죠. 그리고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 노가드(No Guard) 상태로 맞받아치는 크로스 카운터(Cross Counter)는 젊은 대학생들의 가슴에 불을 당겼다.
'550엔 대 9,550엔의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