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밤 방송한 KBS '시사기획 쌈'의 'MB정부 부동산정책 점검-건설족 전성시대 열리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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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금융기업 리먼브러더스를 쓰러뜨리고 미국 경제를 위기에 몰아넣은 건 익히 알려졌다시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다. 불량한 주택 담보 대출로 일어난 참사였다. 담보인 집이 제값을 하지 못하니, 집 팔아야 빌려준 원금도 건지지 못하는데다 집도 안 팔려 생긴 문제다.
문제는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일각에선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고 일축한다. 미국과 달리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 준 돈이 실제 집값에 비해 꽤 적어, 집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그 집 팔면 빌려준 원금은 건지고도 남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로 정부측 주장이다.
미국 리먼 위기가 우리나라에도 일어난다?하지만 반론은 만만치 않다. 'choi_archi'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한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라며, "주택담보 대출이자의 연체 및 부실 ↔ 신용불안 ↔ 금융 및 가계 불안이 왔다리 갔다리 반복할 것인데 이 상황에서 너 같으면 집사겠니?”라고 꼬집었다.
이유는 있다. "가계대출 중에 62%가 주택담보대출이다. 담보대출의 90% 이상이 시장상황에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다. 또 담보대출 중에 25%가 단기 대출"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안전한 은행에서 주로 빌린 한국은 (미국과)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 "사채를 쓰든, 은행을 이용하든... '빚'을 못 갚으면, 그게 통틀어 '비우량'이 된다"고 꼬집었다.
'미네르바'는 지난 9일 아예 "11월 물가대란에 대비를 해야 할 시점"이라며, 가계별 늘어난 대출금과 그에 따른 이자액수에 주목했다. 그 증거로 '한국은행'이 공개한 '가계대출 잔액과 주택담보대출', 가계 대출 연간 이자부담액 도표를 소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연간 이자부담액은 2004년엔 20조원이 조금 넘었던 데 반해 2007년엔 40조원을 넘어섰다. 2008년 7월말 기준으로 정확히 44.3조원이다. 가계대출 잔액도 2005년 말 493.4조원에서 2008년 6월말 현재 622.8조원으로 증가했다. 그 가운데 주택 관련 대출은 208.4조원에서 248.7조원으로 증가했다.
결국 국내에서도 주택을 담보로 돈을 많이 빌렸고, 가계별 갚아야 할 이자가 4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이자가 늘면 돈 갚는 사람은 어려움에 처하기 마련이다. 거기다 경제 상황도 안 좋고, 덩달아 금리가 오른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하다. 그 징후는 어쩌면 벌써 나타났는지 모른다.
다음의 '아고라'에 자신을 부동산 컨설팅 및 건설 관련일 을 10년 넘게 하고 있다고 밝힌 '강태공'은 18일 올린 글에서 "어제 오후, 오늘 오전, 강남, 서초, 송파 매수 전무, 매도 급증"이라며 "과도한 부동산 담보대출자들의 투매현상이 나타나기 시작"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았던 이들이 갚을 능력이나 이자를 갚을 능력이 사라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집 팔러 나섰단 소리다. 문제는 집 팔러 나섰는데, 살 사람이 나서지 않아서다. 그렇다면 집값은 떨어진다.
문제는 집값이 떨어져도 팔리지 않을 때다. 결국 대출금 이자는 연체된다. 그 뒤 일어날 일은 뻔하다. 집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은 그 집을 압류하고 경매로 넘긴다. 빚 내 집을 산 사람에겐 파산이나 다름 없다. 제대로 된 집값은 고사하고, 이전 집값에 훨씬 못 미치는 대출금에 집이 넘어가는 셈이다. 거기다 경매로 팔아도 경매가가 원래 대출금에 못 미친다면? 은행은 손해다. 이게 쌓이면 바로 금융권 위기다.
그래서일까? '이민석'은 투자도 성공과 실패로 나눠 "2006년을 전후로 한 투자의 결과는 전체인구 5% 안에 드는 부유층으로의 롤러코스터 타기와 30% 이하 저소득 하층민으로의 전락으로 다르게 나타났던 것"이라며 "부유층이라면 몰라도 대출이 많은 이들에겐 닥치고 현금 이전에 닥치고 '빚 청산'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분석했다.
현금은 둘째 치고, 당장 있는 빚부터 갚으란 조언이다. 금융 위기로 금리가 오르고, 대출금 부담에 대한 경고로 보인다.
"현금이 만능 아니다, 그래도 믿을 건 주택뿐?"그렇다면 정말 당장 현금 마련이 최선일까? 무조건 현금을 보유하란 주장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현금을 보유하란 주장은 집부터 팔란 주장과 동일하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 부동산 차익을 얻으려던 이들에게 당장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으란 소리다.
만약 이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많은 집들이 매물로 나올 게 틀림없다. 팔려는 집들이 많아지면, 또 집값은 내려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