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전남지사전남도청
- 2004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4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옛 민주당 당적이었고, 지금은 통합했으나 야당이어서 한 번도 여당 도지사가 아니었다. 소수 정당, 야당 당적을 가진 도지사로서 정부와 국회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은 없는가.
"그 질문을 참 많이 받는데 나는 도지사의 소속 정당이 여당이냐, 야당이냐는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 여당 입장에서 '단체장이 여당 소속인 데는 떡 하나 더 주자' 이런 생각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또 각 지역이 다 지켜보고 있어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이번에 '5+2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을 선정할 때도 정부가 호남권은 하나로 묶어 5개를 선정하고 영남은 동남권과 대경권, 2개 권역으로 나눠서 10개를 선정했다고 하는데 나는 정부가 어떤 의도를 갖고 그랬다고 보지는 않는다.
수도권이건 비수도권이건, 여당이건 야당이건, 그런 것과 관계없이 우리 지역이 갖고 있는 독특한 자원을 근거로 발전계획을 세우면 된다. 우리에게 적당한 아이디어를 갖고 승부를 해야지 요즘 같은 수도권 대 비수도권 논쟁은 소모적이고 오히려 그런 얘기를 함으로써 지역간 갈등을 조장하는 면이 있다. 다만, 세계 어느 곳에도, 이처럼 조그만 지역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부의 70%가 집중된, 이런 나라는 없다. 이것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떠나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일부에서 이런 식으로 '공산당 논쟁'(수도권 규제완화를 둘러싼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완구 충남지사의 논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있는 갈등과 감정의 골도 줄여나가는 것이 지도자들의 할 일인데 이런 식으로 논쟁을 하면 곳곳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는 다른 지역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는 자기지역에 필요한 것이 뭔지를 말하고 정부는 그런 발전계획을 지원해주고 미래성장동력을 분산해주면 된다고 본다."
-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지금쯤 행정구역 개편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급물살 타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떤 입장인가."나는 모두가 합의해서 아무런 사회적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면 좋다고 본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가 않다. 현재의 행정구역은 조상들이 자연지형적인 조건을 고려해 정한 역사적 산물인데 불필요한 논쟁을 한다는 생각이다.
우선 온 나라와 세계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하필 이럴 때 행정구역 개편 논쟁을 하는지 모르겠다. 또 현재의 행정구역 체제가 낭비적 요소가 많다는데 뭐가 낭비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행정구역 개편을 하기 위한 낭비가 더 크다.
현재의 행정구역은 100년 동안 유지되어온 역사와 전통을 가진 시스템이다. 미국의 50개 주는 200년 전에 지도에서 획을 그어 만든 행정구역이지만 불편해서 고치자고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광역으로 가는 것이 더 낫다."
- 왜 그렇다고 보는가."전남 여수·여천시와 여천군이 합해져 여수시가 된 것처럼 자치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논의해서 통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도를 없애 16개 시도를 70개로 나눈다는 것은 중앙집권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와는 역으로 가는 것이다. 중앙 의존도가 더 높아진다. 지장자치 선거는 하지만 광역계획은 모두 중앙에 종속된다.
미국은 200년 넘게 50개 주를 유지하고 있다. 그 대신 미국은 50개 주를 잇는 고속도로를 중앙정부가 다 했다. 어디든 접근을 쉽게 하도록 60년대까지 다 끝냈다. 국가가 할 일은 균형발전을 위한 SOC 기반을 닦는 것이다. 우리는 호남선 복선화 하는 데만 36년이 걸렸다. 앞으로는 70개 자치단체가 다 정부를 쫓아 다녀할 판인데 70개의 서로 다른 이견을 누가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도를 없애는 것은 국가 전체의 발전틀을 짜는 데도 문제가 있다."
"중소형 조선산업 전력화 위해 대출 풀어야"그는 2004년 도지사 취임 일성으로 "낙후된 전남 경제를 살려 희망과 비전이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면서 "특히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 일자리 창출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구체적 지표를 들어 얘기해 달라. "우리 도는 '일자리 창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올해부터 2012년까지 24만4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4만8천개 정도인데 상반기까지 3만6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64%의 성과를 거두었다. 구체적으로 조선산업에서 3천개,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서 2만3600여개, SOC 투자건설 분야에서 17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앞으로 전남도와 기업이 체결한 투자유치 MOU가 실현되어 1만4천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된다면, 금년도 일자리 창출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최근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중소형 조선산업이다. 전남은 리아스식 해안이 많다. 그래서 지난 2004년에 중소형 조선산업을 전남의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기로 중앙정부와 협의가 되었다. 그래서 2005년부터 입지를 찾아 조선소를 유치했는데 최근 들어 금융권이 중형 조선사업장에 대출을 안해준다. 조선소는 선박 수주를 받으면 대출을 받아 도크를 만들어 배를 건조하는데, 대출을 안해주니 선박 건조를 못하고 오히려 수주한 것에 대해 위약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이렇게 되면 중소형 조선을 전략사업으로 지정한 정부나 도에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본다."
- 금융권이 대출을 해주지 않는 데는 특별한 배경이 있는가."은행권이 여러 가지 이유를 대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지금 문제가 되는 회사가 대한조선(해남)과 C&중공업(목포)인데 두 회사가 수주한 중형선박이 103척, 돈으로 따지면 65억 달러 정도다. 우리나라의 선박건조 기술자립도가 85% 수준이니 최소한 50억 달러가 국내로 들어오게 된다.
물론 그 기업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 정도 문제를 갖고 대출을 안해주면 살아남을 기업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런 문제는 지역적인 문제를 떠나 국가 전체의 일자리, 외화 획득, 국가 전략사업 육성의 문제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두 회사의 직접 고용이 1만7천 개이고, 협력업체까지 따지면 3만 명의 일자리가 걸려 있는 사안이다."
그는 "장기적인 좋은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들어 낸다"면서 정부와 전남도의 도의적 책임감을 강조했다. 투자유치에 도정의 핵심 역량을 집중해 투자유치, 일자리 창출, 인구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여수엑스포는 대전 전철 밟아선 안돼"- 지난 4년간의 성과 중에서 지난해 여수세계박람회(2012년 개최)를 유치한 것을 들 수 있는데, 특별법 제정 등 정부의 지원은 차질 없이 돼 가고 있나."'정부 지원'이라는 표현보다는 이것은 '정부 사업'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국가가 유치한 박람회이고 오히려 조금 늦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11월에 유치를 했는데 준비기간에 대통령 선거가 있어 새정부 출범까지 공백이 3~4개월 생겨 조직위 구성하느라 시간이 흘러버렸다. 그래서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도에서는 2005년부터 전남 SOC 예산의 절반을 엑스포 관련 사업에 배정하는 식으로 SOC 예산을 집중 투자했다. 전라선 복선 전철화, 전주-광양간 고속도로, 순천-여수간 자동차전용도로, 광양-여수간 '이순신 대교' 등에 집중 투자하느라 다른 지역이 소홀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렇게 투자를 했기에 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었다.
이제 2012년 엑스포가 성공리에 열릴 수 있도록 마무리를 해야 한다. 한번의 박람회로 끝낼 것이 아니고 사업적으로 잘 활용해서 지역과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는 엑스포 이후 시설 활용방안 등에 대해 정부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전엑스포 얘기를 꺼냈다. 90년대 초에 열린 대전 엑스포 시설은 운영권이 정부에서 대전시로, 다시 엑스포재단으로 넘겨졌으나 얼마 전에 파산이 되어 해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여수엑스포 시설이 이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면서 투자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어떤 것은 집중투자해 사후에도 사업적으로 활용하고, 어떤 것은 돈을 적게 들여 끝나고 나면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 도쿄 엑스포 등 세계박람회 역사를 보면 엑스포는 국가발전단계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수세계박람회는 과연 전남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과거 엑스포를 계기로 새로운 산업이 뜨곤 했다. 여수엑스포는 우리나라가 세계 5대 해양강국으로 도약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전국적으로는 10조3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4조원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 9만여명의 고용창출 효과 등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우리 전남에는 생산유발효과 6조5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5만 5천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수엑스포는 전남지역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대규모 국제행사다. 따라서 박람회 개최 준비를 통해 낙후된 지역 SOC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뿐 아니라 박람회 기간 동안 800여만명의 국내외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돼 여수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 일대는 국제적인 해양관광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부산에서 목포에 이르는 남해안은 정부가 이미 선벨트 지역으로 확정했지만 그것은 큰 구호이고 거기에 뭘 심을 것인지는 지자체가 고민해야 한다. 여수는 부산과 목포의 중간지역이다. 우리 도는 여수엑스포를 통해 지역의 전체적인 발전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연계사업(남해안 선벨트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박람회 개최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는 "우리처럼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는 해군을 키워야 하는데 선조들 때부터 바다와 섬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면서 "그 결과 100년 후에는 나라가 먹히는 수모를 겪었다"고 역사적 사실까지 언급했다.
"신라, 백제시대만 해도 해양세력이 중국과 일본에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고려시대 삼별초의 난이 끝나자 중앙정부가 해양세력을 죽이기 시작했다. 또 조선시대는 임진왜란 등으로 왜구가 들어오면 공도(空島) 정책을 썼다. 서양 같으면 최전방 섬에다가 성을 쌓고 군사를 파견했을 텐데 우리는 사람들을 나오게 해 섬을 비웠다. 어찌 보면 영토를 포기한 것이다.
이런 우(愚)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여수 엑스포는 우리 민족이 해양으로 눈을 돌리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바다는 식량자원, 에너지 자원 등이 무궁무진하다. 일본은 이미 해수의 온도 차이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을 연구하고 있다. 전남은 전국 해조류의 80%를 생산하는데 다시마, 파래, 톳 등이 모두 특별한 성능을 갖고 있다. 기능성 보조식품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신약으로 개발할 소지가 무궁무진하다. 그런 기회로 바다를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