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이주노동자 전용보험은 '족쇄'가 아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전용보험 독과점 폐해 시정돼야

등록 2008.09.23 17:51수정 2008.09.2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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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가입자 90% 이상 가입율, 보험업계 추산 연간 보험료 수입 예상규모 2000억~2800억원.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 전용, 고용허가제 4대 보험인 출국만기보험, 귀국비용보험, 상해보험, 보증보험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고용허가제 4대 보험은 2004년 고용허가제 실시와 함께 시행되었다. 사업 초기부터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는데, 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동일 사업자가 독점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현재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입국 후 국내 적응교육장에서 보험 가입을 강요받고 있다. 고용허가제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이주노동자들의 퇴직금 성격의 '출국만기보험'과 체불임금에 대비하는 '보증보험'에 의무 가입하도록 되어 있다. 반면 이주노동자들은 질병·사망 등에 대비한 '상해보험'과 출국시 필요한 귀국 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귀국비용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하며, 이를 어길시 '벌금'과 '과태료'가 부과된다.

출국만기보험은 월 평균 급여의 8.3%를 월납하도록 하고 있는데, 독점사업자인 삼성화재측은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이탈 없이 동일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최초 보험료 입금일 기준 350일 이상 경과할 경우에 월 적립 합계액의 100.5%을 노동자에게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에서 출국만기보험 납입을 하지 않을 경우 이주노동자는 퇴직금을 받을 길이 없다.

인도네시아인 야신은 경북 문경의 모 전자업체에서 1년 8개월을 근무하던 중, 일감이 줄어든 사측의 사정으로 지난 7월 근무처를 변경했다. 변경 당시 2개월치의 급여를 받지 못했던 야신은 일단 퇴직금 성격의 출국만기보험금이라도 받고 생활할 수 있으려니 했었다. 하지만 일년 반 동안의 퇴직금을 적립한 돈은 고작 30만원을 조금 넘었다. 사측에서 출국만기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은 탓이었다.

한편 이주노동자 스스로 납입하는 '귀국비용보험'의 경우, 입국하면서 일시납으로 40만~60만원을 보험료로 내야 하며, 30개월 이상 경과시 납입원금의 101%를 보상한다고 되어 있다. 게다가 가입 기간 내에 귀국비용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80~100만원)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주노동자들은 국내 적응 교육기관에서 일괄 가입하고 있다.


귀국비용보험은 귀국을 앞둔 이주노동자의 출국 비용부담을 덜어주자는 의도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휴가 등의 개인 사정으로 일시 귀국하는 경우에는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인 리야는 가정 문제로 일시 귀국을 하기 위해 9월초에 귀국비용보험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리야는 "차라리 완전 귀국하는 경우라면 퇴직금도 있고, 모아 놓은 돈이라도 있을 텐데, 집에 문제가 있어 갑자기 귀국하는 마당에 귀국항공료까지 준비하려고 하니 난감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은 질병·사망 등에 대비한 '상해보험'도 일시납으로 내야 한다. 귀국준비보험이나 상해보험 어느 것 하나 분납이 없다. 일시납에 적은 보상인 셈이다.


이처럼 '고용허가제 4대 보험'은 철저히 보험 판매자의 구미에 맞춘 상품으로, 이주노동자는 '호구' 취급을 받고 있다. 귀국비용 보험이란 명목으로 납입하지만, 40만원을 일괄 납입하든, 60만원을 일괄 납입하든, 3년 동안 이자 한 푼 없고,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는 외면당하는 보험이 운영되는 이유는 뭘까?

노동부에 의하면 원래 '외국인근로자 전용보험'은 고용허가제 제도 안착을 목적으로 시행되었는데, 귀국비용 보험 같은 경우는 불법 체류를 방지하고, 혹시라도 이탈하게 될 경우 이미 받아둔 보험금으로 압박하기 위한 장치라고 한다. 도입 취지 자체가 보험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고용허가제 운영기관의 편의를 위한 의도를 갖고 있다면, 운영만이라도 제대로 해서 애매한 피해를 줄였어야 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고용허가제 전용보험의 단체계약자로 산하기관인 산업인력관리공단을 지정하고, 공단이 삼성화재와 체결한 보험에 이주노동자와 고용주들이 일괄 가입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양산하고 있다.

고용허가제 4대 보험의 독과점적 폐해를 시정하고, 제도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이유는, 상식적인 보험의 의미만 알아도 될 부분이다. 보험이란, "재해나 각종 사고 따위가 일어날 경우의 경제적 손해에 대비하여, 공통된 사고의 위협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미리 일정한 돈을 함께 적립하여 두었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주어 손해를 보상하는 제도"이다.
#삼성화재 #독과점 #고용허가제전용보험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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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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