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 대전 은평공원에 세워진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조부의 휘호비(왼쪽)와 생애비(오른쪽). 당초 사업은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의 휘호비와 생애비를 세우기로 한 것이었으나 선생의 기록은 뒷면에 새겼다.
심규상
대전시가 은평공원에 잘못 세워진 계룡건설 이인구 명예회장 조부의 휘호비와 관련, 비를 세운 애국지사숭모회를 상대로 '비문 삭제'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역시민단체들은 대전시의 시간끌기와 명분 쌓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난 2000년 대전애국지사숭모회가 대전시의 지원을 받아 세운 계룡건설 이인구 명예회장 조부의 휘호비는 당초 지원대상이 아닌 잘못 세워진 것"이라며 "애국지사숭모회에 지속적으로 시정명령을 명했음에도 이행하지 않아 지난 6월 비문을 삭제하라는 요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양측이 서면 공방을 거쳐 26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소송가액은 2000여만 원이다.
대전애국지사숭모회(회장 이규희)는 지난 2000년 은평공원(대전 서구 월평동)에 대전지역 대표적 항일운동가인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의 휘호비와 생애비를 건립하기로 하고 대전시로부터 950만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 단체는 생애비와 휘호비 앞면에 당초 계획에 없던 계룡건설 이인구 명예회장의 조부를 '독립운동가'로 새겨 놓았다. 정작 주인공인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은 '뒷면'에 새겼다. 게다가 이인구 명예회장 조부의 경우 항일독립운동을 했다는 증거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독립운동 여부가 불분명한 인물이다. 대전시는 건립직후 거듭된 민원제기로 이를 확인하고도 수정 건립 요구를 8년째 묵살해 왔다.
하지만 해당 단체에 대한 형사고발이나 행정대집행 등 실효적 방법을 취하지 않고 때늦게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은 시간끌기와 명분 찾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문 건립을 주도했던 이규희 대전애국지사숭모회 회장은 지난 2004년 2월 대전시에 "철거조치하고 재설치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확인각서'를 제출한 바 있다.
'생애비'는 소송대상 제외... 시민단체 "민사소송은 시간끌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