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잡기"메뚜기는 말여 이런 곳에 많이 사는 겨. " 메뚜기가 많이 사는 곳, 메뚜기를 잡는 방법 등을 즉석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농부아저씨.
송상호
도착하자 마자 벌어진 고구마 구워먹기. 정성껏 호일에 싸서 숯불에 던져 넣으니 잠시 후 노릇노릇 군고구마 냄새가 들녘에 자욱하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각자 군고구마 하나씩 집어 들고 까먹는다. 어른들은 옛 추억을, 아이들은 고소한 맛을 만끽하기에 여념이 없다. 어딜 가도 먹는 게 남는 것. 먹는 재미없으면 무슨 재미이랴.
이어지는 숯불구이 고기파티에 참가한 남녀노소가 입맛이 즐겁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돼지는 사료를 먹이지 않고 재래방식으로 키운 '흙 돼지'를 잡은 것이니 맛이 오죽하랴. 벼가 익어가는 황금들판에서 아이들과 수다를 떨며 먹는 맛이라니. 바로 이어지는 잔치국수 식사에 그야말로 잔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오전에 도착할 때만해도 조금 쌀쌀하다고 느꼈던 날씨는 모두의 배가 넉넉하게 찬 것과 조금씩 오후로 날이 기울어진다는 것이 맞물려 쌀쌀하다는 느낌은 벌써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지 오래다.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화사하다. 이젠 뭘 해도 용서가 되고, 어떤 걸해도 기분이 좋을 것 같은 분위기다.
이제 본격적으로 벼를 베 보는 시간이다. 난생처음 잡아보는 낫을 아이들은 겁을 내기는커녕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본다. 날이 바짝 서 있어서 위험하다는 생각은 순전히 어른들의 기우다. 아이들은 낫질 한 번 해본다는 마음이 앞서 '숙련된 조교'의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이제 벼를 벤다. 낫질이 처음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손으로 벼를 베어내고서 한 움큼 쥐어진다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몇 분 동안 부지런히 벤 벼를 한 아름 안고 옮길 때면 아이들은 잠시 '추수하기에 맘이 들 떤 농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