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다섯바탕에 나선 소리꾼 유하영씨. 흥보가를 부르며 고수와 소리를 주고 받고 있다.
김대홍
소리축제는 총 6개 분야 57개 공연으로 꾸며진다. 중국, 루마니아, 러시아, 이탈리아, 몽골 등 해외공연도 13개나 된다. 그래미상 수상자 재즈 연주자 다이안 리브스, 2008 베이징올림픽 홍보예술단 베이징 세계예술단의 공연을 비롯 마술과 마임 등 공연이 다양하다.
그 가운데 핵심은 역시 우리소리다. 무용극 판소리 심청가 <청의 눈물>과 야외에서 열린 판소리 다섯바탕을 봤다. 청의 눈물은 화려한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용궁 신, 인당수 신 등 무대에 공을 들인 흔적이 잘 드러났다. 뺑덕어멈과 잔치에 참가한 봉사들은 과장된 몸짓을 선보이며 객석에 큰 웃음을 줬다. 특히 10여명의 봉사들이 객석에 뛰어들어 법석을 떨자 관객들은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관객분위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전반부 지루한 전개가 다소 흠이었다.
판소리 다섯바탕은 현미, 정경화, 유하영, 조정희, 정승희 등 젊은 소리꾼이 실력을 뽐낸 자리. 그 동안 실내공연장에 열리던 판소리를 야외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역시 실험이었다. 29일 오후 3시 공연을 봤다. 대공연장에선 아프리칸 타악기 공연이 열리고 있었고, 실내공연장에선 가족연회컬 <타이거헌터>가 진행 중이었다.
햇볕은 따가웠고, 주위 공연장에서 울리는 소리들이 판소리 공연장까지 들렸다. 객석에 앉은 사람은 약 20여명. 그 중 한쪽에 앉았다. 연주자인 유하영씨는 판소리 다섯바탕인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중 <흥부가>를 불렀다. 아주 열심히 불렀지만 지루하기만 했다. 역시 우리소리는 지루한 것인가.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났다. 다른 곳에 갈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우리소리 하나쯤은 들어야지'하는 마음이 맞섰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30분이 지나자 슬슬 재미있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느낀 것일까. 고수가 말을 뽑아내며 객석 분위기를 띄운다.
"아따, 박수 치려면 치고, 말라면 마시오.""아이구, 목마르다. 물 좀 마시고 해야 쓰겄네. 괜찮죠?"소리꾼은 부채를 '홱' 펼치기도 하고, 바닥에 털썩 앉아 소리를 하기도 한다. 고수와 말을 주고받기도 한다. 판소리는 그 자체가 한 편의 연극이었다. 원래 30분 예정이었던 판소리는 20분을 더 한 뒤 마쳤다.
근처 실내전시관엔 '쑥대머리'로 유명한 임방울(1905-1961)전이 열리고 있었다. 1930년 '쑥대머리'가 실린 음반은 100만장이나 팔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전시관 크기는 작았지만, 임방울의 생을 아는 데는 충분했다.
"내 소리를 들으러 오는 것만도 고마운 일인듸, 돈 좀 없다고 구경을 못 한 대서야 쓰겄는가.""어허! 나가 소리 헐라고 이 세상에 태어났제 돈 벌라고 태어났남."짧게 요약한 몇 마디 말로도 임방울의 삶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세계악기 및 원시미술전에선 우리 악기 금과 슬을 봤다. "금슬이 좋다"는 말이 여기서 비롯됐단다. 두 악기가 항상 붙어 다녀 그런 말이 만들어졌다고. 지금까지 금슬이 악기 이름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우리 악기에 대한 무식이 탄로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