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최진실이 2일 새벽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된 가운데 고인의 시신을 실은 구급차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자택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유성호
죽음이 감히 우리에게 찾아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 비밀스런 죽음의 집으로 달려 들어간다면,그것은 죄일까? - 윌리엄 셰익스피어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세상에 던진 물음표는 현실 통념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에게 당돌하다 못해 자극적이며 선동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물음표에 답을 써내려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질문의 맞고 틀림에 대한 언급도 할 수 없다.
먼저 비밀스러운 집으로 달려들어간 이유가 죄?어제 우리는 또 한사람의 부음 소식을 접하며 충격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었다. 배우 최진실의 사망. 그녀의 사망 원인이 '자살'이라는데 있어 받아 들이는 충격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불과 얼마 전 있었던 한 연예인의 자살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이라 더욱 그러하다.
세간 사람들은 셰익스피어가 말한 것처럼 그녀가 '비밀스런 죽음의 집'으로 스스로 달려 들어간 까닭에 대해 분분한 의견을 나눈다. 그러나 말이 말을 낳는 세상이고 보면 속시원한 답을 구하는 것 자체가 고인에 대한 도리는 아닌 듯 싶다.
그래서였을까. 역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 체사레 파베제는 "자살에는 다 그럴 듯한 이유가 하나씩은 있는 법이다"라고 했다.
그럴 것이다. 세상엔 이유 없는 죽음이 없고 사연 없는 무덤이 없다. 아마 공동묘지에 묻힌 영혼들이 어느 날 밤 한데 모여 자신의 죽음에 관한 사연들을 풀어놓기 시작한다면 현실 세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적나라한 사연과 비밀들이 쏟아질 것이다.
시인이었던 실비아 플러스는 1급 자살가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수차례 자살을 시도한 끝에 32살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죽음의 길로 들어갔다. 그녀가 남긴 글들은 자살을 연구하는데 있어 주요한 문서가 되기도 했다.
지난 9일 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사망 원인 통계 결과'를 보면 20~30대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었다. 질환에 의해 사망할 확률이 낮은 연령대이기에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자살이 사망 원인 1위가 된데에는 개인의 사적 감정보다는 사회가 만들어낸 폭력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는 사회적·교육적·정서적 폭력 등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의 길로 접어 든 이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그 문제의 심각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