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이들의 시름이 실려 있는 갯배.평소엔 이용하는 이가 없어 쓸쓸함 마저 든다.
강기희
가을이면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미지가 많다. 그중에서 '가을 여행'이라는 말에는 듣는 이의 마음까지 아련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가을 여행을 떠났다. 설악을 뒷산으로 푸른 동해바다를 앞마당으로 여기며 도시를 형성한 강원도 속초였다.
그대, 혹시 이 가을 청호동에 가본 적이 있는지...
지난 추석 연휴가 시작될 즈음 나는 속초에 있었다. 어딘가를 향해 가을 소식을 전하고픈 청명한 가을날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9월 21일(일)에도 속초에 있었다. 나는 속초 하늘의 청명함과 푸른 바다를 뒤로 하지 못하고 다음 날인 월요일까지 속초에 머물렀다.
오래 전 나는 속초에 오면 중앙로에 있는 생선구이집에서 꽁치와 도루묵구이로 소주를 마셨으며, 어느 날은 동명항으로 가서 자연산 회를 먹으며 어둠이 내릴 때까지 출렁이는 바다를 바라보곤 했다.
바다를 지켜 보는 일도 심드렁해지면 버스를 타고 설악으로 갔다. 설악의 정상인 대청봉을 밟아 보는 것 또한 애초 목적이 아니었으니 비룡폭포 계곡에 발을 담그고 싸구려 포도주를 병째 홀짝거리거나 좀 더 다리 걸음을 한다면 계조암에서 땀을 식히고 하산하는 것이 전부였다.
속초와 인연이 있는 시인이 많다. 설악산 시인인 고 이성선 시인이 있고, 이상국, 함성호, 고형렬, 최영미, 박설희, 김창균 시인 등등. 많은 시인, 소설가들이 속초와 인연을 맺고 있지만 속초는 아직 문향이 풍기는 도시가 아니었다.
문향보다는 뱃사람들의 땀 냄새와 생선을 손질할 때 나는 비릿함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속초는 산보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도시였다. 산과 바다를 함께 품고 있는 땅인 속초에서 나는 내 삶의 근원을 찾지 못해 자주 혼란스러워 했다.
이번 여행에서 내 더딘 발길을 이끈 것은 '갯배'와 실향민촌인 '아바이 마을'이었다. 속초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가장 짙게 나는 청호동으로 가면 내 여행의 종점인 '갯배'와 '아바이 마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