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상담 받더니 동생 하숙비 올리기야?"

[온달아빠의 재무이야기 5] 재무수치에 근거한 진정한 인생목표 달성하기

등록 2008.10.06 16:49수정 2008.10.0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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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 진씨에게 여러 재무목표를 물어봤다. 그때 나온 대답 가운데 부동산 구매 건이 두 개다. 2년쯤 후에 부평 쪽에 현재 살고 있는 것보다 넓은 40평대 아파트를 사는 것이고, 5년쯤 후에는 남편 사업에 필요하면서도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는 상가나 다가구주택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진씨의 재무형편에서 그런 부동산을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진씨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대부분 부동산 구매를 쉽게 생각한다. 대출이 있으니까, 또 사두면 값이 오르니까. 그러나 우리 재무상담사들은 이런 생각에 반대한다.

 

현재 진씨가 사는 집은 2년 전에 샀다. 당시 대물로 받은 업체가 시세보다 싸게 내놓은 것을 산 것이다. 국민주택기금이 5천만 원 정도 있었고, 전세와 가지고 있던 돈 그리고 일부 대출을 받아 샀는데, 그 사이 5천만 원 이상 올라 현재 시세는 2억 원쯤 된다. 가만히 앉아서 월 1백만 원 정도씩 수익을 올린 것이다.

 

대출을 뺀 진씨의 순 투자금액이 8천만 원이니까 2년 동안의 자본수익률은 62.5%나 되는 셈이다. 게다가 국민주택기금 외로 추가로 대출받은 2천만 원을 그 동안 다 갚았으니, 다소 강제저축인 면은 있지만 그 동안 저축을 많이 한 셈이고 남편 소득도 생각보다 꽤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초기에 진씨가 직장을 다녔고, 퇴직금으로 대출을 갚은 게 있다고는 해도 그렇다.

 

물론 좀 더 정교하게 계산하면 수익률은 많이 떨어진다. 거래비용, 취득세와 등록세, 보유하는 동안의 세금 등을 다 따져야 한다. 그리고 진씨가 ‘가만히 앉아서’ 이 수익률을 올린 것은 아니다. 가만히 앉아서라는 표현은 별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뜻과 함께 위험도 감수하지 않았다는 뜻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투자가치가 적다는 작은 단지 매물이었고, 그것도 정상 분양이 아닌 하청업체가 대물로 받았던 것을 내놓은 물건이었다. 다소 쉽지 않은 판단이었고, 그 후 시세가 오를 것이란 장담을 할 수도 없었다. 제법 위험을 감수한 투자였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그 위험을 잘 비껴가서, 아직 실현된 것은 아니지만, 수익을 낸 것이다. 그러기에 진씨는 추가 부동산 투자도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 진씨 가구의 자산은 비슷한 조건(30대 초반, 외벌이, 자녀 1명)의 포도재무설계 2007년 고객에 비해 50% 많은 1억6천만 원 정도다. 지금까지는 잘 해온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문제는 수익이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가장 급한 건 남편 사업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위 두 건의 부동산 구입은 재무적으로 무리다. 자금흐름을 컴퓨터를 통해 보여줬다. 두 사람 모두 말을 잃고 실망스러워했다. 그러나 어찌 하랴.

 

현재 23평 아파트에 세 식구가 사는 건 큰 불편이 아니다. 그런데 거기에 진씨 친동생 둘이 얹혀살고 있다. 그 동생들이 독립해 나간다면, 둘째를 낳아도 지금 주택에서 꽤 오래 살 수 있다. 이런 걸 진씨가 모르는 바는 아닐 테고, 넓은 아파트를 사려는 진짜 뜻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진씨가 40평대 아파트를 갖겠다는 직접적인 동기는 그게 아니었다.

 

“40평대 아파트 사는 아이가 그보다 좁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이런대요. ‘너희 집은 왜 이리 좁아?’ 저는 우리 애들한테 그런 얘기 듣게 하고 싶지 않아요.” 

 

어느 부모라고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내가 사업에 망한 후 강화로 이사해서 우리 아이들이 그런 비교를 당하지 않고 살게 한 것이 참 잘한 것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러나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큰 동생은 직장 다니고 작은 동생은 대학생이다. 미혼이 서울이나 근교에서 주거를 해결하려면 적어도 30만 원은 든다. 미혼과 신혼 초가 종자돈을 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때인데, 미혼 때 부모님 집에서 살거나 회사 기숙사 같은 데 있는 것은 저축률을 높일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다. 그래서 그런 미혼들 가운데 알뜰한 사람들은 소득의 60%까지 저축하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의 간호사들이 받은 재무상담에서 많이 확인한 바다. 

 

진씨는 큰 동생으로부터 10만 원을 주거비 명목으로 받아, 그걸 막내 동생에게 용돈으로 준다. 맏언니 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그런데 상담사인 내가 볼 때 큰 동생이 진씨보다 훨씬 여유가 많다. 남편 사업이 특별히 잘 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둘째까지 낳아 상당 기간 동안 진씨가 맞벌이를 할 수 없다면, 사실 진씨의 재무여정은 순탄하지 않다. 반면 여동생이 특별히 큰 사치를 하지 않는다면 저축여력은 훨씬 많을 것이다.

 

“동생한테 하숙비 더 받아야겠습니다.”

 

가볍게 던진 말이지만, 진씨는 진지하게 받았다.

 

“그런데 동생들도 그렇고 엄마도 다 내가 책임지라고들 해요. 동생은 이것저것 저축과 펀드에 넣느라 쪼들린다고 엄살을 부려요. 막내도 용돈이 적다고 아우성이라니까요.”

 

그런가 하면, 친정 어머니는 언니가 동생들을 책임져야 한다고 떠넘긴다고 한다. 마음씨 좋은 진씨지만, 동생들에게 잘 해주기만 하고 절제하기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던 차였다. 친정 얘기라 남편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었을 것이고, 동생들과 부모님에게는 말이 안 통했던 것이다.

 

“대학생 동생도 아르바이트 해서 용돈은 자기가 벌면 될 텐데….”

 

이 대목에서도 진씨는 맞장구를 쳤다.

 

“애가 그런 걸 잘 하려고 안 해요.”

 

아직도 핸드폰이 안 터지는 충청도 산골짜기에서 자란 진씨는 거의 자기 힘으로 인생을 헤쳐 나온 듯했다. 그런 진씨이기에 동생들이 나약해 보였다. 하긴 동생들이니까 언니에게 의지하고픈 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진씨는 재무상담사인 내 말에 확신을 얻은 눈치였다. 그 다음 상담 때 현금흐름을 설명하는데, 진씨가 조금 흐뭇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둘째한테는 15만 원 받기로 했고요, 막내는 자기가 용돈 벌기로 했어요.”

 

단호하게 얘기하니까 동생들이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 단호함은 어디서 왔을까? 물론 진씨 내면으로부터 온 것이고, 현실에서 느껴진 것이다. 다만, 재무설계 수치와 재무상담사인 내 의견이 확신을 좀 더 높여주는 보조자료가 되었을 것이다. 작은 것이긴 하지만 재무상담의 효과가 느껴져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어, 그럼 저축을 15만 원 더 할 수 있겠네요.”

 

동생들한테 갈 돈이 온 것이긴 하지만, 진씨네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다. 그럼 동생들 입장에서는 나쁜 일일까?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더 많고 적음을 떠나, 공짜냐 고생해서 얻은 것이냐를 떠나, 사회 순리에 맞는 게 옳고 좋은 것이다. 그런 순리에 몸이 적응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잠시 이런 생각을 하는데, 순간 오래 전에 대우자동차 다닐 때 담당이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가장 악독한 집 주인이 누군지 아나?”

 

전셋값이 많이 올라 사회문제가 되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전세계약이 1년 단위였다. 해마다 전셋값 올려주느라 세입자들은 고생을 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전셋값 많이 올리는 집주인에 대한 원망이 크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담당이사는 좀 엉뚱한 설명을 했다.

 

“몇 년째 안 올리고 그냥 살라고 했다가 갑자기 나가라는 주인일세.”

 

웃자고 한 말이지만 뼈가 있는 말이다. 맘씨 좋은 주인이 전세 안 올리고 그냥 살라고 하다가 사정이 생겨 나가라고 하면 그때는 주변 시세가 다 올라서 마련해야 할 돈 차액이 굉장히 커진다는 것이다. 방심하고 있다가 대비하기가 어렵게 된 셈이다. 주인은 의도한 게 아니지만, 세입자에게는 결과적으로 그런 꼴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세를 따르면 큰 위험에 닥치지 않는다는 말도 생기는가 보다.

 

진씨가 동생들에게 인심을 쓴 것이 동생들의 자발성이나 사회적응력을 떨어뜨리게 한 것은 아닌지 잘 생각해 볼 일이다. 그 인심을 발판삼아 한층 더 나아지는 노력을 한다면 좋겠지만, 쉽게 얻어진 좋은 조건에 만족해 하며 나태해지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조금이나마 동생들이 언니의 뜻에 따라준 것이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그런데 진씨는 동생들 용돈 얘기를 하며 내게 동생의 반응도 전했다.

 

“동생이 ‘그 아저씨 언니한테는 좋지만, 나한테는 안 좋네~’ 그러던데요.”

 

그 말을 하며 진씨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사실 네 차례나 만나 상담을 하는 동안 진씨 표정이 썩 밝지만은 않았다. 중간에 애가 아파 입원한 적도 있었고, 남편의 사업수지를 정리하면서도 즐겁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어두운 터널의 끝부분에 온 듯한 기분인가 보다.

 

그나저나 동생에게 점수를 잃었으니 어쩌지? 처음 들어올 때 인사하던 동생 표정이 밝지 않았다는 느낌이 떠올랐다. 괜한 추측일까? 처음 진씨에게 동생들 얘기를 들을 때, 큰 동생이 직장 다니고 사귀는 남자가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애인과 함께 상담을 받아보도록 권해보라고 했는데, 기대하지 말아야겠다.

2008.10.06 16:49ⓒ 2008 OhmyNews
#부동산투자 #재무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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