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누에봉 일출과 억새
류홍렬
그 사진을 본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흔들거리는 억새의 끝에서 타오르는 구름, 그 구름을 헤치고 솟구치는 태양, 점점 커지던 태양은 무등의 하늘을 붉게 태우고 있었다. 억새들 사이로 내려온 우주도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내 마음에 움츠려있던 산에 대한 그리움이 타오르고 있었다.
10월 11일(토) 오전 10시, 전교조 광주지부에서 주최한 '무등산 생태 산행'에 70여명의 조합원과 가족들이 참여하여 무등산 원효사 입구에서 출발하였다. 억새의 군락으로 유명해진 무등산 중봉과 군부대 복원터를 거쳐, 금년에 개방되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 신선바위와 누에봉에 이르는 코스였다.
원효사 입구에 조경으로 심어진 나무들이 유난히 붉게 물들어 가을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있다. 그 붉은 나뭇잎 너머 무등의 끝이 보이고, 그 무등의 끝 위로 푸른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다. 가을에 산을 찾는 즐거움이 출발하는 발걸음을 들뜨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가을을 노래하듯 하늘은 그대로 투명한 거울이었다. 간혹 흘러가는 구름 줄기는 더욱 선명한 흰색으로 아로새겨지며 청명을 노래하고 있다. 무등에 오르다보면 뿌연 매연으로 가려지고, 구름으로 가려져 무등의 모습도 흐릿하고, 시내의 모습도 흐릿한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모든 매연이 바람에 씻겨 갔는지 서석대의 끝까지 선명하게 드러나며 가을 하늘의 멋을 충분히 뽐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