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즈이 토모미의 소설 <먹는 여자>
도서출판 이룸
<이트 앤 러브>를 읽고 조금은 허전하고 배가 고프다면 쯔즈이 토모미의 소설 <먹는 여자>로 그 허전함을 너끈히 채울 수 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던 이 소설은 성욕과 식욕의 관계를 다루었다기보다는 우리 삶에서 '먹는 것'의 의미를 담아낸 소설이라고 할 수있다.
아빠의 재혼사실을 알고 엄마와 함께 간 피크닉에서 처음으로 마셔본 와인 맛,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여동창이 서로 불행했던 과거를 털어놓고 서로 위로를 주고받으며 먹는 스파게티의 맛, 실연 후 사랑의 따듯함을 새삼 느끼게 해준 한 레스토랑 주방장의 음식, 산전수전을 겪은 중년의 여인 세 명이서 마사지를 받으며 나누는 티타임….
짧은 단편 18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파란만장한 한편의 드라마속 주인공이기도 하고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보통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속살을 조금만 들춰보면 누구나 그러하듯 약간의 생채기를 지니고 있다. 움푹움푹 파인 삶의 생채기에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나는 음식이 견고하게 딱 붙어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참 행복하다. 아울러 그 소설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꼭 음식자체가 맛있어 보여서라기보다는 왠지 그 음식을 먹으면 나도 행복해질 것 같다는 착각 때문이다. 그렇게 삶의 허기를 조금이라도 메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삶의 허기는 음식을 나누는 사람과의 진실한 교감, 따뜻한 눈빛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집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뒷맛만큼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다. 감각적이고 경쾌한 맛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이트 앤 러브>를, 씹을수록 우러나오는 깊은 맛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먹는 여자>를 추천하고 싶다.
지금, 당신이 즐기고 싶은 맛은 무엇일까?
먹는 여자
츠쯔이 토모미 지음, 한성례 옮김,
자음과모음(이룸), 2004
Eat & Love - 섹스와 음식, 여자와 남자를 만나다
요코모리 리카 지음, 나지윤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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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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