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가 쓴 <구름의 성, 운남>. 1987년 <민중시> 3집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글쓴이는 그 동안 <장다리꽃 같은 우리 아이들> <작은 바람 하나로 시작된 우리 사랑은> <천 년 전 같은 하루> 등 시집과 소설 <비에 젖은 종이비행기 <꽃비> 산문집 <가지 않은 나무가 큰 그늘을 만든다>, 기행서 <어느 시간 여행자의 일기>를 펴냈다. 지금은 청량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삶이보이는창
어디나 사진기만 갖다 대면 그림인 곳이 운남이다. 하지만 단지 좋은 경치 이야기만 하고자 한다면 좋은 사진기로 찍은 사진 수십 장이면 충분했을 것이다.
지은이는 황홀한 경치에 푹 빠진 뒤에도 이내 그곳에서 사람을 읽어낸다. 이 책엔 수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너무 가난해서 1년 내내 한 가지 옷만 입는 할머니, 갑자기 다가와 "한국 드라마 재밌다"고 말한 뒤 '배시시' 웃으며 사라진 아가씨, 눈이 와서 고립됐는데도 눈싸움하며 신나게 노는 마을 사람들, 사진 한 장에 감동하는 이름 모를 사람들….
운남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특집 다큐멘터리에서만 볼 것 같은 풍경들이 쏟아진다. 우리가 잊어버렸던, 잊어버린 줄도 몰랐던 어느 시절 사람의 모습이 그 곳에 남아 있다.
그 이들은 다이족, 하니족, 푸이족, 수이족, 모수족, 나시족, 지누어족, 장족 등 낯설기만 한 소수민족들이다.
32세에 18세 아이를 둔 모수족의 뱃사공 아주머니, 과거 모수족은 열세 살이 넘은 남자와 여자들이 모여 축제를 열었다. 축제 자리에서 마음이 맞은 남녀는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나 그 뿐, 남자든 여자든 책임은 없는 축제다.
모수족은 통돼지를 삶아 말린 뒤 필요할 때마다 먹는다. 통돼지는 길게는 10년까지 간다. 죽은 사람의 시체를 토막 내어 새들에게 던져 주는 조장(鳥葬)이라는 풍습을 가진 티베트 사람들, 결혼할 때는 양가 부모에게 결혼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흘이 지나서야 남자쪽에서 중매쟁이를 보내 허락을 얻는 하니족 등 책엔 입이 '딱' 벌어질 만한 독특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다' '미개하다'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지은이가 그런 눈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가 몇 천 년 전 그랬을지도 모르는 문화와 풍습을 고스란히 이어온 사람들이다.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진짜 보물을 그네들이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글쓴이는 경외의 눈길로 바라본다. 유토피아 또는 샹그리라(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지상낙원으로 묘사된 도시)가 오버랩되는 것은 그래서다.
요괴로부터 살아나 해와 달이 된 자매, 홍수에서 유이하게 살아난 뒤 세상을 만든 남매, 야크를 살리고 대신 죽은 소년 등 각 부족에 얽힌 설화도 재미있다. 이들 설화를 읽다 보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원래는 한 뿌리라는 게 실감난다. 그 설화 속에서 노아의 방주, 우리설화 해님달님 등 동서양의 옛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연상된다.
자연에 순종하며 사는 운남성 사람들, 우리는 잘 사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