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추억을 잇는 섶다리

횡성 섬강의 섶다리와 징검다리

등록 2008.10.12 18:31수정 2008.10.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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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6일 횡성의 섬강을 따라 오르다가 섶다리가 놓아지는 광경을 목도했습니다. 오직 인근 마을 주민들의 몸으로만 놓이던 섶다리의 기억이 또렷해졌습니다. 그 일을 육중한 포클레인이 거들고 있어서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다시 섬강에 다다랐을 때 그새 섶다리와 징검다리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완성된 섶다리와 징검다리를 보자 그 다리를 건너보지 않고는 서울로 향하는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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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잇는 섶다리 동네와 동네를 잇던 섶다리는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를 잇고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었다. ⓒ 이안수

▲ 마음을 잇는 섶다리 동네와 동네를 잇던 섶다리는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를 잇고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었다. ⓒ 이안수

섶다리는 폭이 넓지 않은 얕은 하천이나 개울 위에 나무 교각을 세우고 그 위에 소나무의 생가지를 올리고 가로는 뗏장을 놓고 안으로는 흙은 깔아 상판을 삼고 다리를 완성합니다. 여름 장마철에 떠내려가면 다시 놓아야 했고 빗물에 다리 위에 덮인 흙이 쓸려 내려가면 흙을 다시 올려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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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섶다리 두 갈래의 나무를 거꾸로 세우면 섶다리의 교각이 된다. ⓒ 이안수

▲ 석양의 섶다리 두 갈래의 나무를 거꾸로 세우면 섶다리의 교각이 된다. ⓒ 이안수

저의 기억으로도 고향 마을 동구 밖 개울에 섶다리를 다시 놓거나 고치는 일에 동네 어른들의 노역(勞役)이 1년에도 몇 번씩 투입되었습니다. 그 섶다리를 건너 장에 가신 할아버지를 다릿목에서 기다리던 추억도 되살아났습니다. 그때 기다린 것은 할아버지가 들고 오실 새 고무신과 자반고등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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섶다리의 나무교각 이 섶다리는 여름 장마철 홍수에는 철거되거나 떠내려가 큰 물의 흐름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 이안수

▲ 섶다리의 나무교각 이 섶다리는 여름 장마철 홍수에는 철거되거나 떠내려가 큰 물의 흐름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 이안수

섶다리는 튼튼한 시멘트 다리가 놓아지기 전까지 이 나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특별한 때에 추억을 불러오는 행사의 일환으로 놓아졌다가 바로 철거되는 볼거리의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섬강의 섶다리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진행될 횡성한우축제의 일환으로 놓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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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진행될 횡성한우축제 준비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우사 ⓒ 이안수

▲ 우사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진행될 횡성한우축제 준비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우사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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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석 징검다리 징검다리에 앉아 손을 뻗으면 피라미와 어름치가 노니는 맑은 물에 손이 닿을 수 있다. ⓒ 이안수

▲ 자연석 징검다리 징검다리에 앉아 손을 뻗으면 피라미와 어름치가 노니는 맑은 물에 손이 닿을 수 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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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강의 징검다리 섶다리 양옆에 두개의 징검다리가 함께 놓였다 ⓒ 이안수

▲ 섬강의 징검다리 섶다리 양옆에 두개의 징검다리가 함께 놓였다 ⓒ 이안수

여행길에 이 섶다리를 만나면 포장도로를 잠시 내려와 한번 걸어보면 어떨까요? 그 섶다리를 느린 걸음으로 건너면서 그동안 소원해지거나 잠시 잊었던 이를 떠올려보는 겁니다. 그리고 여름 불어난 물에 떠내려갔던 이 섶다리를 매년 또다시 복원했듯이 서로 간 바쁜 일상으로 소원해졌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다리를 전화 한 통 혹은 그리움을 담은 엽서 한 장 보내는 것으로 다시 복원해 보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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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강위로 놓인 섶다리 오늘날 편리하고 튼튼한 시멘트다리는 외로움을 낳고 마을사람들이 힘을 합해 몸만으로 되풀이해서 놓아야했던 불편하고 허술한 섶다리는 그 외로움을 치료하고 있다. ⓒ 이안수

▲ 섬강위로 놓인 섶다리 오늘날 편리하고 튼튼한 시멘트다리는 외로움을 낳고 마을사람들이 힘을 합해 몸만으로 되풀이해서 놓아야했던 불편하고 허술한 섶다리는 그 외로움을 치료하고 있다. ⓒ 이안수

오늘날 편리하고 튼튼한 시멘트 다리는 외로움을 낳고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해 몸만으로  되풀이해서 놓아야했던 불편하고 허술한 섶다리는 그 외로움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이제 동네와 동네를 잇던 섶다리는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를 잇고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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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의 여울목 징검다리로 만들어진 여울물이 빠르게 흐르는 여울목 ⓒ 이안수

▲ 징검다리의 여울목 징검다리로 만들어진 여울물이 빠르게 흐르는 여울목 ⓒ 이안수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모티프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motif_1 에도 포스팅되었습니다. 

2008.10.12 18:31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모티프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motif_1 에도 포스팅되었습니다. 
#섶다리 #횡성 #섬강 #한우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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