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혼란, 변동성 그리고 정책과잉

정책과잉이 변동성을 낳고, 변동성은 고통을 낳는다

등록 2008.10.15 13:09수정 2008.10.15 13:09
0
원고료로 응원

지구촌의 경제가 대혼란을 겪고 있다. 대공황을 지난 후 이렇게 엄청난 혼란을 겪은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모든 것을 시장의 자율에 맡기자고 주장하던 신자유주가 세계경제의 흐름을 지배하던 것이 최근의 일이다. 그런데 이제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금융기관의 국유화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격변하는 경제환경은 경제주체들의 피로도를 높일 뿐 아니라 적응하기 어렵게 만든다.

 

금융시장의 극심한 혼란

 

세계의 자본시장은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서로 뒤엉켜있다. 거대한 금융자본은 물론 헤지펀드들과 투기자본들까지 전세계를 돌아다닌다. 그래서 지금의 금융위기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거의 없다. 극도로 폐쇄된 나라가 아니라면 혼란에 휩싸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러한 금융시스템의 동요는 미국을 진원지로 전세계에 강력한 폭풍이 되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사태와 파생금융상품의 문제로 그 폭풍은 본격화 되었다. 그러나 사실은 미국의 금융자본이 그동안 누려온 과도한 이윤추구의 자유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정부가 적절한 수준의 시장실패를 사전에 통제할 수단을 모두 놓아버린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맞물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금리정책이 뇌관에 불을 붙여버린 일대 사건이다.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의 경기는 과열을 염려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염려가 늘어갔고, 연준은 5% 수준까지 금리를 점차 올렸다. 부시의 집권 이후 경기 침체 기미가 나타날 때마다 급속히 금리를 인하하였다. 결국 1%까지 인하한 후에 멈췄다. 1%의 금리는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인상률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였다.

 

행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규제해체가 수많은 파생금융상품과 금융자본들의 투기를 부추겼다. 또 낮은 금리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여 투기광풍을 만들었다. 이 때 연준의 앨런 그린스펀은 다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였다. 순식간에 1%이던 연방금리는 5%에 육박하게 되었다. 단기간에 금리가 5배를 왔다갔다 한 것이다. 결국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들의 매물이 증가하며 집값은 곤두박질을 하고 말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부실화되는 것은 불문가지였다.

 

물론 강한 달러정책을 포기하여 원자재의 가격이 폭등하고 세계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빠뜨린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자국의 쌍둥이 적자(무역수지+재정)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을 테지만 전세계가 심대한 악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전 세계는 한물에 쌓인 고기가 되어 극심한 고통을 함께 감당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세계경제의 중심인 미국의 부침은 지구촌 전체를 함께 흔들고 있는 것이다.

 

변동성

 

경제정책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회자되는 것이 있다. 바로 경기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정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철학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경기가 과열되면 그것을 식혀야 한다. 금리를 올리고, 지급준비율을 높여서 유동성을 흡수하며, 재정흑자를 늘려서 조절한다.

 

또 경기가 냉각되는 시기에는 금리를 인하하거나 지급준비율을 낮춰서 유동성을 공급하 고 적자재정을 편성하는 등의 정책수단을 사용하게 된다. 이런 모든 정책이 바로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의 급격한 과열도, 냉각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급격한 변동성은 피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시장주체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급격히 경기가 과열되는 경우에는 곧 이어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뒤따른다. 고물가는 소비를 위축시키고 투자과 고용을 위축시킨다. 과도한 변동성은 악순화의 고리를 만들기 십상이다. 반대로 경기급냉도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한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게 마련이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기 마련이다. 높은 산을 오르거나 깊은 골을 내려갈 때는 모두가 힘들다.

 

그래서 항상 정책의 우선순위는 과도한 변동성을 막는 데 둘 수 밖에 없다. 물론 경쟁력이 있는 시장주체들에게는 과도한 변동성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자본력과 정보력 그리고 예지력이 있다면 변동성이 클수록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경쟁력을 지닌 경제주체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변동성이 과도할수록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과도한 변동성이 경제주체들을 고통으로 몰고간 사례는 무수히 많다. 아니 지금 현재도 전세계가 이 고통의 와중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대공황이 그랬고, 오일쇼크가 그랬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 고도성장의 그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그랬다. 지난 10여년 동안 엄청나게 상승한 집값이 여전히 우리경제에 골치거리가 되고 있다. 변동성은 당연히 줄여야한다.

 

정책의 과잉

 

각국의 행정부가 종종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정책의 부재보다 정책의 과잉이다. 정책의 부재는 정책의 과잉에 비하여 그 파장이 크지 않다. 그래서 잘못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낳는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정책과잉의 사례를 살펴보자.

 

개발독재의 시기에 한국은 강력한 수출드라이브와 노동탄압 정책을 구사하였다. 물론 그 것이 세계가 깜짝 놀랄 고도성장을 이룩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내수기반은 상대적 취약성을 면치 못하였다. 또 대외변수에의 취약성과 극심한 양극화 그리고 열악한 분배구조는 이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되었다. 성장률이 좀 낮더라도 근원적 경제의 기반을 튼튼히 만들었어야 한다.

 

문민정부 시절 세계는 드디어 개방과 자유무역의 파고가 불어왔다. 김영삼 정권은 본격적으로 세계화를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또 무리하게 일인당 국민소득 일만달러를 넘기려고 노력하였다. 일련의 시장자율 확대조치도 무리한 점이 없지 않았다. 그로 인하여 외환위기를 맞았고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가계들이 파산을 피할 수 없었다. 이 때부터 대한민국은 자살공화국이 되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정부도 정책의 과잉을 자주 보여준 바가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 기업의 합병, 노동시장의 유연화, 카드의 남발과 부동산 규제의 급격한 폐지 등이 그것이다. 외환위기를 신속히 벗어난 점은 인정받아 마땅한 일이나 그 과정에서 경제주체들의 고통은 너무도 컸다. 또 카드채의 문제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수단을 너무 많이 없애버린 것은 커다란 후유증을 남겼다.

 

참여정부의 경우도 혁신도시의 건설이나 지방분권을 위한 정책들이 상당한 후유증을 남겼다. 토지보상비로 풀려나간 과도한 유동성이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들었다. 결국 지금 남아있는 미분양 아파트들은 그런 투기광풍의 잔재들이다. 집값을 잡기 위하여 정책을 숱하게 쏟아 냈지만 효과를 거두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미국의 금융파생상품과 부동산 버블붕괴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의 문제는 바로 정책과잉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시장의 주체들이 각기 이기적 동기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본질을 간과하고 과도하게 규제를 풀어버린 후유증이다. 또 금리를 가지고 경기를 마구 조절하려고 인상과 인하를 반복하며 시장을 흔들었던 후유증도 심대한 것이다.

 

정책의 과잉은 뒤 이어 엄청난 변동성 확대를 낳고, 변동성의 확대는 곧 바로 대부분의 시장주체들에게 고통이 된다. 정책 당국자들이 더욱 신중한 고뇌를 아끼지 말아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이 경제를 운용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느끼는 염려는 바로 이점이다. 정책의 과잉이 자주 목도된다.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외환시장에 대한 성급한 구두개입이 원화가치를 급속히 떨어뜨렸다. 세계적 금융위기에 직면하자 외환보유고를 풀어서 환율을 방어하려한 것도 그렇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일련의 조치들도 향후 일어날 후폭풍을 염려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은 바로 세계적 흐름과 보조를 맞추지 못할 것에 대한 염려이다. 지금 극단화된 신자유주의적 흐름은 한계에 도달하였다. 이미 은행의 국유화까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대통령의 입에서는 규제철폐의 의지가 흘러나온다. 모든 정책은 과유불급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10.15 13:09ⓒ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미국발 금융위기 #경제혼란 #변동성 #정책과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4. 4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5. 5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