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서원 내부 전경근래 들어 복원된 까닭에 내부가 공원처럼 새뜻하게 정돈돼 있습니다. 그러나 서원의 공간 배치는 정형화된 틀을 따라 동재, 서재, 강당, 사당이 질서정연합니다.
서부원
마을 어귀에 어계 조려를 배향한 서산서원(西山書院)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느 대저택의 정원처럼 새뜻하게 단장된 까닭에 마을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이곳의 명실상부한 얼굴이자 랜드마크이며, 마을 구경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흥선대원군 집권 당시 훼철되었다가 1980년에 와서야 지금의 자리에 복원된 것이니, 옛 모습을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마을의 속살을 들여다보자면, 서원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동네 '마실'다니듯 게으르게 걸어 다녀야 합니다. 마을 안 좁은 고샅길마다 시멘트로 포장돼 있어 승용차로 나다닐 수는 있지만, 그래서는 수박 겉핥는 격입니다. 구수한 사투리로 건네는 촌로의 후덕한 인사를 만날 수 없고, 조롱조롱 흐르는 개울가 물소리를 들을 수도 없으며, 가로수처럼 늘어선 감나무에 아슬아슬 매달린 까치밥 홍시들의 군무(群舞)를 즐길 행운도 누리지 못합니다.
자동차 도로를 따라 걷다가 마을을 관통하는 오른편의 고샅길로 접어듭니다. 열녀문과 송덕비 등이 늘어서 있고, 족히 일이백 년은 됐음직한 기와집들이 많지만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지, 집성촌의 예스러운 맛을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마을 한가운데 별장 같은 붉은 벽돌집이 도드라지고, 마을 사람들의 일상과는 괴리된 음식점의 간판들이 눈에 거슬립니다. 외려 길에서 마주치는 주름 깊게 패인 촌로들의 삶이 마을의 오롯한 전통을 힘겹게 보여주는 듯합니다.
명문가 고택 치곤 너무 소박한 조려의 옛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