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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덩굴, 지난 계절 해야할 모든 일을 마치고 이젠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렇게 붉게 물들면 몇 날 못되어 흙으로 돌아갈 터인데 삶의 마지막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요.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아갈 일입니다.
단 한 번도 대충 살아본 적이 없는 자연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들은 언제나 첫날이요, 마지막 날입니다. 자연은 절망하지 않습니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그들은 절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입니다. 그들이 절망하지 않는 까닭, 마지막 날일수도 있는 지금 이순간을 대충 살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을은 외로움을 많이 느낍니다. 아마도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때문일 것입니다. 가는 것을 보면서 다시 만날 것까지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긴 겨울이라 느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가는 것 속에서 오는 것을 보는 순간, 겨울은 고난의 계절이 아니라 쉼의 계절이요, 축복의 계절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간혹 외롭겠지요. 그동안 정들었던 것들과 이별한 순간들이 어찌 외롭지 않겠습니까?
가을은 깊어지는 계절입니다. 아마도 가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죽음을 생각하게 되고, 죽음의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돌아보는 계절입니다. 그러니 깊어질 수밖에요.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더 깊어집니다. 늘 겸손하게 살아가야 할 이유, 내 삶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깊습니다. 지난 봄부터 새록새록 싹튼 것들이 제 일을 마치고 가는 계절입니다. 연록의 새싹을 볼 때의 신비스러움, 쉼의 계절 겨울을 맞이하는 자연을 볼 때의 신비스러움을 통해 비움의 삶을 봅니다.
아,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아가는 자연을 봅니다. 지난 계절 힘써 일했으니 이제 한껏 쉬고, 흙으로 돌아갈 것들은 돌아가고, 다시 흙에서 나무로 들풀로 혹은 또다른 것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그들은 늘,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아갑니다.
2008.10.18 19:37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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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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