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 게시글은 법령 위반 우려가 있으므로..."

[주장]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침해 심각하다

등록 2008.10.22 10:43수정 2008.10.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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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1일)은 도서관 휴관일이라 집에서 불질(블로깅)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전내내 잠자리에서 뒹굴거리며 세르반테스의 책 <질투심 많은 늙은이>를 다 읽고 그것을 우선 포스팅하고,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용역깡패와 구사대, 경찰의 폭력과 강제진압 소식을 접하고 든 짧은 생각도 블로그에 정리했습니다. 그 사이 아침 겸 점심도 챙겨먹고 다시 불편한 불질에 임했습니다.

오후 3시쯤 되었을까 바깥 일을 보고 어린 조카와 함께 돌아온 어머니가 방문을 열더니 우편물을 하나 건네주셨습니다. "이거 지난번에 무혐의 받은 거 아니냐?"는 말을 건네면서 말입니다. 어머니가 건넨 우편물은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에서 보내온 것이었습니다.

 수원지방경찰청 안산지청에서 보내온 우편물
수원지방경찰청 안산지청에서 보내온 우편물이장연

진성고(학원)의 학생인권침해 문제에 관심 둔 것이 죄?

이는 지난 2, 3월 '명문사립고등학교'라는 경기 광명시 진성고등학교의 학생인권침해와 반민주적 학교운영에 대한 오마이뉴스와 KBS2TV 시사투나잇 등의 언론 보도로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리얼정글고'라 비판하고, 시사투나잇 방송 이후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문제해결에 노력하기보다 CCTV 등을 설치해 학생들을 더욱 감시하기에 급급한 진성고의 모습(조회방송)을 전하고 학교문제를 푸는데 도움을 달라는 진성고 학생이 제작했다는 UCC와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뒤늦게 진성고UCC를 접하고 학생, 청소년 인권을 묵살하고 맹목적이고 살인적인 입시경쟁을 강요하는 교육현실과 함께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진성고 문제들을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조회방송을 통해 수용소에 갇힌 듯 숨죽여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비판의식, 부정적인 사고방식 필요없습니다"라고 세뇌시키고 위협하는 학교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301조 (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시사투나잇 방송보도 이후 진성고는 조회방송에서 이러 말을 학생들에게 했다. 진성고 UCC 중
시사투나잇 방송보도 이후 진성고는 조회방송에서 이러 말을 학생들에게 했다. 진성고 UCC 중진성고UCC 중

이에 대해 '외부 음해세력' 운운하는 진성학원의 이사장 차모씨로부터 친히 명예훼손 및 권리침해신고를 받았습니다. 권리침해신고를 받은 것은 네이버 비디오였습니다. 진성고 UCC를 인코딩해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놓은 것을 진성학원 측에서 네이버에 권리침해를 해서 제한조치를 당했는데, 그것과 다른 포스트를 엮어서 그들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네티즌까지 명예훼손으로 사이버수사대에 고발조치했습니다.


"무혐의" 처분받은 블로거 못살게 구는 진성학원

당시 응하지 않아도 되는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 사건의 주요 피의자가 되어버렸고, 참고인 조사 이후 지난 6월 27일에는 수원지방검찰청으로부터 "통신망 피의사건에 대한 처분결과 혐의없음(증거불충분)" 통보를 받았습니다.


진성학원 이사장 차씨의 명예훼손 고발(형사)사건에 대한 "무혐의" 통보를 받은 뒤, 두 달이 지난 9월 5일에는 난데없이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으로부터 전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전화를 걸어온 검찰 관계자는 진성학원 차씨가 진성고 UCC 명예훼손 관련 형사사건에 대한 무혐의 결정에 불복해 바로 항고(서울중앙지방검찰청)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피의자인 제 거주지가 인천이라 조사를 받으러 안산까지 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관할이 따로 없는 이 사건을 자신들도 관할하기 어려우니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이송하게 해주겠다며 관련 메일을 보내달라 했습니다. 그 뒤 10월 초 다시 안산지청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인천지방검찰청 이송이 진행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21일) 저를 자꾸 못 살게 구는 진성고 UCC 명예훼손 형사사건이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이송(담당 검사 정재봉)되었다는 피의사건 처분결과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진성학원 이사장이 친히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재고발을 했다.
진성학원 이사장이 친히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재고발을 했다.이장연

표현의 자유 침해하고 비판적 블로깅 가로막는 권리침해신고

학생인권침해와 학교비리로 물의를 빚은 진성고(학원)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 제한적본인확인제가 본격 도입된 이후 제 블로그 포스트를 상대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규정을 이용해 권리침해신고를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버를 통해 취해온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권리침해신고는 지난해 제한적본인확인제가 도입된 뒤 계속 늘어났다.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권리침해신고는 지난해 제한적본인확인제가 도입된 뒤 계속 늘어났다.다음 권리침해신고 화면캡쳐

네이버

1. 2008년 3월 18일 / [패러디] 박스 쓴 태권V-운하건설 반대!
http://video.naver.com/2008031716222987794
신고내용 : 로버트태권브이 측으로부터 저작권 침해 게시물 사유

2. 2008년 1월 14일 /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역학조사 중간발표에 대한 비판적 검토결과
http://video.naver.com/9/2008011411492724136
신고내용 : ?

3. 2007년 12월 7일 / [참세상TV] 광고 좋아 따분한 광고 방송위 정말 좋아
http://blog.naver.com/friday1519/150025304154
신고내용 : 저작권 위반 / 신고자 : MBC

4. 2007년 11월 21일 / 찬바람이 불어오면 뼈다귀전골과 콩나물국밥
http://video.naver.com/3/2007112121334938967
신고내용 : 홍보/상업성 게시물

5. 2007년 9월 17일 / SBS U포터데이, 웹2.0 시민기자를 바란다면
http://video.naver.com/3/2007091712525675338
신고내용 : 저작권 침해 게시물


현재까지 다음 측에서 권리침해신고를 받고 임시제한조치(게시글 삭제)를 했던 4건은 현재 모두 복구된 상태고, 네이버(비디오) 측에서 권리침해신고를 받고 임시제한조치했던 5건 중 1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30일이 지났음에도 저작권 위반이나 침해 여부를 가려내지도 못했음에도 복원조치 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동원에프앤비는 칼날참치 등 이물질사고에 대한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인터넷에서 자사의 식품안전사고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저뿐만 아니라 여러 블로거들의 포스트를 무작위로, 말그대로 악의적으로 권리침해신고(명예훼손 게시글 삭제요청)를 걸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시기에는 개인정보(이메일)를 한나라당 예비후보자에게 팔아먹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포스트에 대해, 인천 서구에 입후보한 국회의원의 관계자로 보이는 이가 선거법 위반 운운하며 관련 포스트 삭제를 강요하고 사법기관에 신고하겠다고 위협한 적도 있습니다.

 네이버 비디오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가 부회장인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관련 기자회견 영상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말라며" 임시제한조치를 해버렸다. 별 이유없이 말이다.
네이버 비디오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가 부회장인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관련 기자회견 영상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말라며" 임시제한조치를 해버렸다. 별 이유없이 말이다.네이버 권리침해신고 관련 메일캡쳐

이와 관련해 2008 국정감사에서 방송·언론·인터넷 장악에 고삐를 늦추지 않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 게시글에 대한 권리침해 등 이유로 임시제한조치 당하는 사례가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더불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고 최진실씨의 죽음을 빌미로 강도높은 인터넷 검열·감시를 위해 사이버모욕죄까지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비판적 네티즌과 블로거들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심산인 것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악의적인 신고자의 명예훼손 및 권리침해신고에 의해 네티즌이나 블로거들이 받는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구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권리침해신고를 받아 임시제한조치(게시글 삭제) 당한 게시글의 명예훼손 여부가 30일 이내에 입증되지 않아, 임시조치가 해제되고 해당 글이 복원되더라도 말입니다(복원되었다는 공지는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30일 전에 신고된 게시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구제 기관을 통해 입증하는 것도 말이 쉽지 더욱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기보다 네티즌이나 블로거들은 저처럼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리거나 경찰·검찰에 고발 당하지 않기 위해 원하든 원치 않든 스스로 게시글을 삭제하게 됩니다.

 권리침해신고를 당하면 무조건 30일 동안 게시글 삭제처리를 당한다.
권리침해신고를 당하면 무조건 30일 동안 게시글 삭제처리를 당한다.다음 권리침해신고 화면캡쳐

무차별적이고 악의적인 명예훼손 및 권리침해신고의 악용과 남발을 막기 위해, 한 블로거는 신고시 일정액의 보증금을 내는 제도를 제안하기도 하지만 빅브라더가 인터넷을 감시·검열·통제하기 위해 탄생시킨 실명제와 제한적본인확인제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네티즌과 블로거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결국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 주도와 열린우리당의 뒷받침으로 개정된 정보통신망법과 함께 도입된 인터넷실명제와 제한적본인확인제로 인한 명예훼손 및 권리침해신고를 악용·남용하는 기업이나 지자체, 사람들로 인해 블로거들의 비판적 포스팅이 위협받고 있지만, 이것을 극복하고 뛰어넘을 구체적인 방법이나 해결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영화 <매트릭스>를 닮아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규약에서도 규정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매순간 감시당하고 간섭당하고 침해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모든 사람은 간섭받지 아니하고 의견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유엔 시민·정치적 권리규약 제19조)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때문에 인터넷의 악몽은 시작되었다.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때문에 인터넷의 악몽은 시작되었다.선거관리위원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권리침해신고 #진성고 #명예훼손 #제한적본인확인제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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