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훤주 기자가 펴낸 <습지와 인간> 책 표지.
산지니
나이가 1억4000만년인 '바로 그' 습지인 우포늪에 대한 그의 관심은 남다르다. 창녕이 그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포' 내지 '우포늪'이란 말 대신에 '소벌'로 부르자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다.
"지금 우포는 대대로 '소벌'로 일컬어져 왔다.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한결같이 그리 말할 것이다. … 행정용어인 우포를 잘못 쓰는 바람에 국제기구인 람사르협약에도 우포로 이름이 오르고 말았다. 고향 선배는 '우포라 해서 어디 바닷가에 있는 항구 이름인 줄 알았다'고 한다. … 소벌이 왜 소벌이냐 하면, 늪의 모양이 꼭 소대가리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훤주 기자는 "소벌을 삼켜버린 우포는 좀처럼 소벌로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자기 인지도를 바탕으로 스스로 세력화해나가기 시작했다"면서 "우포농협이 아니라 언젠가는 소벌농협으로 이름을 갈아치우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현상인 범람은 그대로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범람은 문화이기도 하다. … 옛날 물가 농사는 3년이나 4년에 한번씩 풍년이나 흉년이 들었단다. 나락 싹이 패거나 알이 여물 때 물이 넘치면 흉년이고 그렇지 않으면 풍년이었다는 것이다. 농사가 들쭉날쭉해도 사람들은 물가를 떠나지 않았다. 범람이 땅을 기름지게 해서 농사짓기가 쉬웠는데, 거기에다가 한번 풍년이 들면 소출이 그야말로 푸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뻘에 푹 빠진 눈으로 그는 곳곳의 습지를 둘러보았다. 인공인줄 잘못 알려진 창원 주남저수지, 이런 습지가 어째 살아남았을까 싶은 김해 화포습지, 온 천지가 뻘밭이었던 함안, 40년 넘게 개가늘 견디고 있는 창녕 용호늪, 해마다 물에 잠긴다는 양산 원동․화제습지, 올망졸망 뜻 깊고 아름다운 진주 습지들도 소개해 놓았다.
흔히 갯벌이라고 하는 연안습지에도 그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 매립 여부로 논란이 뜨거운 사천 광포만을 둘러본 그는 "경남에서 갯벌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데가 바로 사천"이라며 "사천에는 갯벌과 관련한 문화유적도 많다"고 소개했다.
고성의 습지를 둘러본 그는 "작은 습지는 생명의 숨구멍"이라고 강조했으며, 거제를 둘러본 그는 "거제 바닷가의 이름도 없고 규모도 적은 연안습지들은 자신이 품어서 길러낸 굴의 껍데기 때문에도 망가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산들늪과 천성산, 하동 갈사만, 남해 갯벌도 둘러보았다. 또 그는 "논도 습지다, 당연하지"거나 "얘깃거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습지"라는 글도 써놓았다.
서정홍 시인은 추천하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써놓았다.
"습지를 그냥 습지가 아니라 사람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져 숨쉬는 공간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습지에 대한 여러 자료를 살펴보면 여러 사람을 만나며 온몸으로 쓴 값진 책이다."
습지와 인간 - 인문과 역사로 습지를 들여다보다
김훤주 지음,
산지니,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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