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에서 그려놓은 묘산봉지구 조감도선흘곶에 160만평 규모의 묘산봉관광지구가 개발되고 있다.
장태욱
그런데 선흘곶자왈 일부를 대상으로 하는 묘산봉관광지구 개발사업이 2006년에 승인되어 개발이 진행되면서, 선흘곶자왈에 대한 급격한 훼손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묘산봉관광지구는 주식회사 에니스가 1조300억원을 들여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산157번지 일원에 조성하는 관광 개발지구다. 지구 내에는 이미 36홀 규모의 골프장과 태왕사신기 세트장 등이 공사가 끝나 개장되어 있고, 앞으로도 호텔과 콘도 등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묘산봉관광지구, 개발의 검은 유착 고리를 세상에 드러내묘산봉지구는 지난 10여년간 개발과 환경보존이라는 두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개발이 지연되던 곳이다. 그런데 제주도 당국의 강한 개발의지와 지역주민들이 개발 욕구들이 맞아들면서 수많은 논쟁 가운데서도 개발이 강행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검찰이 환경영향평가 심의의원들의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묘산봉 관광지구 환경영향평가에 참여했던 학자들이 관련업체로부터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10억이 넘는 뇌물을 수수했다는 정황이 포착되어 구속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환경운동가의 말을 빌리면, “도저히 허가가 날 수 없는 사업”이 허가가 나서 개발에 착수하게 된 뒤에는 학자적 양심과 공공의 재산인 환경을 돈과 맞바꾼 비양심적 심의위원들이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이 사건을 계기로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제주도 개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업체에게 면죄부를 주는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짚어보기 위해 지난 10월 23일 활동가들을 초청해서 좌담회를 열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실에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도내 환경운동을 대표하는 세 개 단체에서 각 1인씩 참여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과, 제주참여환경연대 고유기 사무처장, ‘곶자왈의사람들 김효철 사무처장이 참여하여 2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토론을 이어갔다.
다음은 필자의 질의에 활동가들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의 내용이다.
-이번 묘산봉관광지구 개발사업에서 개발의 가부를 따지는 과정에서 ‘곶자왈’의 정의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보고 된 기록을 보면, 용암대지를 ‘파호이호이 용암(pahoehoe lava)대지’와 ‘아아 용암(aa lava)대지’로 구분해놓고, 이 중 아아 용암대지만을 곶자왈로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묘산봉 지구는 파호이호이 용암대지에 위치했기 때문에 개발을 해도 무방하다는 논리였습니다. 실제로 두 용암대지 사이에 식생의 차이가 구별될 만큼 존재합니까?(김효철, 이하 김) "용암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식생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실제로도 두 용암대지는 투수율도 다르고 거기에 자라는 식물들도 다릅니다. 그런데, 식생이 다르다고 해서 곶자왈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설사 곶자왈로 인정받을 수 없다손 치더라도, 보존의 가치가 무시될 수는 없는 겁니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 용암대지의 성질을 구분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