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의 대화, 이상 없습니까?

신경정신과 장호균 원장이 들려주는 십대 자녀와의 대화법 5가지

등록 2008.10.30 18:01수정 2008.10.3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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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그들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들은 도움을 주면 간섭한다고, 관심을 보이면 어린애 취급한다고, 조언을 하면 지시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부모들은 오도가도 못 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도와주면 원성을 듣는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방법을, 안내를 거절하는 상황에서 안내하는 방법을 , 배려가 공격으로 오해받는 상황에서 아이들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들에겐 “서점가에 ‘십대와의 상담과 교육 서적’이 넘쳐 나는데 왜 정작 변화가 없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장호균 하나 EQ의원(안성시 석정동) 원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28일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사무실에서 ‘십대 자녀와의 대화법’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그는 신경정신과를 다년간 운영해오다가 최근 3년째 매주 십대들과 고정적으로 만남을 가져왔기에 잘 준비된 ‘이론과 실제의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아래는 장호균의 강의를 토대로 가상의 상담사례 (아래에서 언급되는 강의의 주 내용은 ‘부모역할훈련’의 저자 토마스 고든에 의한 것임을 밝혀둔다)를 만들었다.

 

장호균 원장 한참 강의 중인 장호균 원장은 십대와의 대화법을 이론과 실제를 잘 융합해서 풀어내고 있다.
장호균 원장한참 강의 중인 장호균 원장은 십대와의 대화법을 이론과 실제를 잘 융합해서 풀어내고 있다. 송상호
▲ 장호균 원장 한참 강의 중인 장호균 원장은 십대와의 대화법을 이론과 실제를 잘 융합해서 풀어내고 있다. ⓒ 송상호

 

1. ‘해결하려고 들지 말아야 하는 갈등’이 있음을 인식하라

 

Q : 청소년인 딸아이가 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해요. 어떡하죠?

A :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십대로서 무엇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건드리는 문제는 절대 양보하지 않습니다. 십대에게 있어서 친구를 사귄다고 하는 것만큼 자신의 정체성과 연관된 문제가 없죠. 어른들은 십대가 “싫어요. 그 친구들과 사귈 거예요”라고 말대꾸를 하면 “싸가지가 없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십대에게 있어서는 이제 막 뇌가 성숙되어 부모와는 구별된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는 노력의 한 과정일 뿐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현상은 성숙하려는 십대들의 몸부림이므로 좋은 현상입니다. 이때 부모와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학교를 그만두고 가수가 되고 싶어 한다, 딸아이가 코와 배꼽에 피어싱을 하려고 한다, 교회를 가지 않으려 한다’는 등의 문제입니다. 이것은 가치관의 문제로서 ‘해결하려고 들지 말아야 하는 갈등’의 문제입니다.

 

2. 새로운 언어인 ‘수용화법’을 습득하라

 

Q : 오늘 아들아이가 학교에서 교감 선생에게 불려갔다는데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죠?

A : 이런 말을 들으면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에게 무슨 큰 문제라도 있었나 싶어 과민반응을 보이게 마련입니다. 자녀의 비행을 상상하면서 다짜고짜 사실의 진상을 캐묻곤 합니다. 이어서 부모는 자녀의 행동에 대한 ‘재판관’이 되어 잘잘못을 가리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자녀는 말문을 닫게 될 뿐만 아니라 다음에 그러한 일이 생겨도 부모에게 말을 하지 않게 됩니다. 이럴 경우는 사건의 진상이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감정의 흐름에 따라 받아주는 것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그런 말을 하고 있는 자녀도 분명 감정이 불편할 테니까요.

 

사건 그 자체보다는 사건이 암시하는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대답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녀의 감정을 인정’해줌으로써 자녀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수용화법의 핵심’입니다. 자녀가 어떠한 일을 말해오더라도 먼저 기분을 받아주고 풀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3. ‘적극적 듣기’를 활용하라

 

Q :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같은 반 아이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지요?

A : 먼저 이러한 문제가 부모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지 자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지를 구별하는 게 좋습니다. 이 문제 같은 경우는 사실 자녀 스스로 해결해야 되는 문제입니다. 부모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면 자녀는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부모가 해결하지 못해 줄, 말하자면 자녀 스스로가 해결해야 될 문제의 경우엔 부모가 ‘적극적 듣기’를 활용해야 합니다. 자녀가 지금 부모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알기위해 부모가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다는 것을 자녀에게 인식시켜주는 대화법입니다.

 

자녀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의미의 진짜 메시지를 잘 알기 위해 자녀가 한 말을 그대로 받아 되묻는 과정입니다. 이 때 주의해야할 것은 ‘부모가 원하는 것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이용하거나 끝까지 듣지 않고 미리 판단하거나, ‘적극적 듣기’를 남발하는’ 등의 행동은 좋지 않습니다. 자녀의 고민을 적극적으로 들어주기만 해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자율적인 힘이 생깁니다.

 

4. ‘너-메시지’가 아닌 ‘나-메시지’로 부모 마음 알려라

 

Q : 딸아이가 말도 하지 않고 집에 늦게 들어와서 화가 났습니다. 어떻게 말하죠?

A : 이 경우는 부모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이럴 땐 “네가 집에 늦을 거라고 전화해 주지 않아서(자녀의 행동) 걱정했다. 걱정이 되어 화도 나고 해서(부모의 감정) 엄마가 아무 일을 하지 못했어.(부모의 영향)”라는 식의 대화법이 좋습니다.

 

말하자면 자녀가 실제로 취한 어떤 행동 하나 때문에 느낀 부모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털어 놓으면서 그것 때문에 생긴 영향들을 일러주는 방식이죠. 이 방식이 바로 ‘나-메시지’입니다. 반면 ‘너- 메시지’는 “전화도 한 통 하지 않다니. 왜 기다리는 엄마 생각은 할 줄 모르니. 너처럼 생각 없는 아이는 처음 봤어. 도대체 늦게까지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니?”라는 식의 대화법입니다.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고 ‘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입니다. 이렇듯 ‘나- 메시지’는 부모의 감정만 전달하고, 행동을 고칠 책임을 자녀에게 전적으로 위임하여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자녀의 행동을 비난하는 것보다 부모의 솔직한 감정만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인 거죠.

 

5. ‘힘겨루기’보다 새로운 평화전략인 ‘무패방법’을 사용하라

 

Q : 남매를 자녀로 두고 있는 부모인데 누나인 딸아이가 ‘방 2칸의 집’에서 ‘내 방이 필요해요’라고 요구하는데...

A : 이 경우 부모가 이기는 대화방식은 “우리 집 사정을 잘 알면서 그런 소리가 나오니.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갈 때까지 무조건 참아. 어쩔 수 없어”라는 것입니다. 반면 자녀가 이기는 대화방식은 “그래. 네 말대로 당장 이사하는 방향으로 해보자”라는 식입니다.

 

하지만 자녀도 이기고 부모도 이기는 방식이 있습니다. 자녀를 동등한 입장으로 대하면서 자녀 요구의 진짜 메시지를 듣는 것입니다. 자신의 방이 필요하다고 이야길 할 때 ‘옷 갈아입는 게 불편하다는 것인지, 공부하는 것에 방해를 받고 싶지 않은 것인지, 친구를 집에 데려오는 게 불편하다는 것인지,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것인지’ 등의 구체적인 자녀의 욕구를 대화를 통해 알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차선책이지만, 실제적인 해결책을 구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상호 합의된 해결 방법을 도출해낼 수 있죠.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더욱 더 ‘무패방식’이 필요합니다. 서로 간의 아이디어를 동원하는 과정에서 감정적 해결까지 이루어집니다.  

 

한편 장호균 원장은 이 강의에서 이례적으로 ‘십대 청소년이 부모와 대화하는 법’을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부모를 적으로 보지 않는다. 부모도 완벽한 인간이 아니므로 실수한다는 걸 인정하라. 마음을 열고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부모에게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을 잘 알려라. 가정과 학교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부모에게 보여주어라. 가정과 학교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지 말고 실제적인 개선방안을 찾아 실천하라. 친구 부모에게 대하듯 자신의 부모에게도 정중하고 사려 깊게 대하라.(출처 : www.drchoi.pe.kr)"                         

덧붙이는 글 | 상담 : 031-671-0075 (전화), mentheal@catholic.or.kr (이메일)

2008.10.30 18:01ⓒ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상담 : 031-671-0075 (전화), mentheal@catholic.or.kr (이메일)
#자녀와의 대화법 #청소년과의 대화법 #장호균 원장 #십대와의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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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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