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도 담배연기를 싫어해요

등록 2008.11.02 10:48수정 2008.11.0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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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도 담배연기를 싫어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어울려 지내려면 여간 고통이 아니다. 차라리 떠나 살고 싶은 것이다! 오늘(1일) 퇴근길에 ‘창녕 양파장류축제’가 열리고 있는 마당에 들렀다가 정작 양파축제 구경은커녕 창녕군보건소가 개설해 놓은 금연부스에서 뜨악한 모형을 보았다.


엄마의 자궁 안에서 ‘태아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인즉슨 임신한 산모가 담배를 피우거나 피우는 연기를 들이마셨을 때 그 영향은 마치 자궁 속의 아기가 담배를 피우는 것과 똑같다는 것.

엄마의 자궁 속에서 담배를 피우는 태아 엄마의 자궁 안에서 ‘태아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엄마의 자궁 속에서 담배를 피우는 태아엄마의 자궁 안에서 ‘태아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박종국

담배 한모금은 태아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혈액 속 산소 일부가 일산화탄소로 대체되면서 탯줄을 통해 아기가 받는 산소의 양을 감소시킨다. 담배의 니코틴은 엄마와 태아의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킨다. 그로 인해 혈관을 축소시키고 탯줄 속의 혈류를 감소시킨다고 한다. 결국 니코틴은 흡연을 하는 산모의 폐와 혈액 속으로 들어가서 태아가 마시게 되는 것이다.

엄마의 자궁 안에서 담배 피우는 아기

담배가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백해무익한 담배, 그렇지만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론 필자도 서른세 살 늦깎이로 은근슬쩍 배운 담배를 아직도 끊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숱하게 금연을 결심해봤다. 하지만 번번이 결행을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사실 우리 사회에 담배 인심만큼 후한 게 또 있을까. 생면부지의 사람한테도 담배는 선뜻 얻어 피운다. 그만큼 담배는 다른 음식처럼 낯가림을 하지 않는다. 아직도 담배에 관한 한 우리 사회의 정서는 관대한 편이다.


막 부스를 스쳐 지나려는데 예쁘장한 간호사 한 분이 앞을 가로막았다.

“저 선생님, 담배 피우세요?”


순간 머쓱하게 쳐다보았더니 손을 잡아끈다. 부스 안에는 담배의 해악을 지칭하는 각종의 안내판들이 즐비하게 마련돼 있었다. 모두가 섬뜩한 장면들이다. 담배로 인해 건강치 못한 폐와 간, 그리고 여러 가지 병치레를 겪은 사람들의 사진이 파노라마처럼 눈에 들어왔다. 숫제 장난을 치다 들켜버린 아이마냥 고분고분하게 제법 긴 설명을 들었다.

“그래도 담배를 피우시겠습니까?”
당장에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간호사의 강변이 이어졌다.

담배 한 개비의 수명  단 한 개비의 담배연기 속에 무려 40가지 발암물질과 4000가지의 화학성분이 혼재한다.
담배 한 개비의 수명 단 한 개비의 담배연기 속에 무려 40가지 발암물질과 4000가지의 화학성분이 혼재한다. 박종국
헛헛한 마음으로 여러 가지 자료들을 훑어봤다. 단 한 개비의 담배연기 속에 무려 40가지 발암물질과 4000가지의 화학성분이 혼재한다. 톨루엔, 시안화수소청산가리, 벤조피렌, 아세톤, 나프틸아민, 니코틴, 포름알데히드, 부탄, 암모니아, 카드뮴, 나프탈렌, DDT, 폴로늄 210, 페놀, 일산화탄소 등 익히 알고 있는 무시무시한 화학성분이다.

그 땜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건강에도 막대한 해를 끼친다는 얘기, 설명을 들으며 마치 내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무뢰한이요 폭력배가 된 기분이었다. 아니, 금연권이 있으면 흡연권도 있다는 애연가들의 강변이 귓가에 맴돈다.  

담배의 해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잖아도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또 하는 중인데, 오늘 우연찮게 ‘개인금연과외’를 받고나자 이참에 금연을 작심해야겠다는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 간호사는 친절하게도 금연지침을 조목조목 일러주었다.

금연을 실시하는 중에 누군가 담배를 피워보라고 말하면 다음과 같이 말하라고 다그쳤다.
“아니야, 싫어!”
“담배는 고약한 냄새가 나! 나는 건강하고 싶어!”
아주 평범한 실천사항이었다.

그리고 끔찍한 이야기를 하나 더 덧붙였다. 요즘 청소년들의 흡연율이 하루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직 신체적으로 야물지 않은 몸에 담배연기가 솔솔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직업상 날마다 아이들을 상대해야하는 나부터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마음이 다시금 굳혀졌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청소년은 아름답다고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흡연하지 않는 청소년은 아름답다

“내 폐는 신선한 공기를 사랑해요.”
“내 폐 안에는 담배연기가 들어와서는 안 된다.”
“나는 담배를 피우기에는 너무 멋진 사람이다.”

오랜 흡연 경험으로 봐서 담배는 한번 피우기 시작하면 끊기가 힘들다. 물론 중독성에 기인한 탓이겠지만, 그것은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의지가 약한 때문이다. 담배는 고약한 냄새가 나고, 여러 가지 발암물질이 들어있다고 해도 실제로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다. 

담배의 해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한다. 자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담배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이제는 금연해야겠다 싶다. 엄마 자궁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아기 모형을 다시 들여다봤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남의 일이 아니다.

나는 담배를 피우기에는 너무 멋진 사람이다.  
#담배 #발암물질 #애연가 #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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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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