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신발을 신는 친구의 모습.
정현순
그날 그림공부를 마치고 수련관 1층 로비로 내려왔다. 70살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들 몇 분이서 운동화를 '신어봐라', '싫다'하면서 작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도 그 옆으로 가 봤다.
A할머니 : "이 신발 우리 아들이 명품이라면서 28만원주고 사왔어. 신어보니깐 정말 가볍고 편해. 세상에 이렇게 편한 신발은 처음 신어봐. 얼른 한번 신어봐."B할머니 : "싫어 내가 왜 남의 신발을 신어봐. 나는 245mm신는데 그건 235mm라면서 작아서 어림도 없어."A할머니가 자신의 신발을 벗어 기어이 B할머니에게 신기고 말았다. 건강운동화를 신어본 B할머니, 생각보다 괜찮았나보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약간은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B할머니와 그곳에 있던 다른 할머니들이 은근히 걱정되었다.
그날 집에 돌아가 어쩌면 아들·며느리에게 "OO할멈은 아들이 늙은이들이 신으면 좋다는 신발을 사줬다는데 허리도 안 아프고, 가볍고, 발도 편해서 아주 좋단다"하지나 않을런지. 그런데 건강신발 가격은 왜 그리도 비싼지. 요즘 많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그 신발을 신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아무리 오래 걸어도 힘든지 모른다'는 거였다. 하기사 발이 불편하면 온몸이 빨리 피곤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발은 제2의 심장이란 말도 있듯이 발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내 몸에 맞는 게 가장 편한 신발오래 전 유행했던 '효도신발'이란 것이 생각났다. 그것도 신으면 발을 아주 편하게 해준다고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 모두에게 인기 있었다. 그 신발가격이라면 괜찮을 법도 한데. 어쨌든 건강신발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알게 모르게 널리 퍼져나가는 것도 현실인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신발을 우리 모두가 신어야 하는 걸까?'하는 거다. 남이 신어서가 아니라, 다른 신발도 내가 신어서 편하면 되는 거란 생각이 든다. 내가 꼭 그 신발을 신어야 하는지는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러면서도 그 신발에 끌리는 이유는 또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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