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밭김장할 날은 아직 멀었는데 무는 생채를 해먹을 수 있을만큼 자랐다. 무는 벌레들에게도 강했다.
홍광석
사실 우리가 생산한 농작물을 돈으로 환산하면 그 가치는 말하기 민망해진다. 그러나 농작물을 심고 가꾸는 동안 우리가 얻는 기쁨과 농작물을 수확하는 보람은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동안 여러 자료나 책에서 녹색의 숲이 두통이나 아토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기록을 본적이 있다. 또 불치판정을 받은 암도 자연의 숲에서 치료했다는 말도 들었지만 솔직히 나는 '그럴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만 했을 뿐 아내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아내는 어떤 치료도 받지 않고, 약도 먹지 않음에도 2년 전 농사를 시작했던 시기에 비해 매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증을 호소하는 정도를 비교해도 발병 초기는 물론 금년 초에 비해서도 덜한 것 같고, 내가 걱정할 만큼 밭의 김을 매는 등 많은 일을 하지만 예전처럼 피로감을 덜 느낀다는 사실이다. 본인도 몸이 예전과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아내가 좋아진 원인은 그동안 받았던 각종 치료효과 일 수 있다. 혹은 시간에 따른 자연 치유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깨끗한 땅에서 완전한 유기농으로 농사지은 작물을 년 중 먹을 수 있던 점도 아내와 나의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비록 정확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녹색 식물을 심고 기르는 과정에서 본인이 느끼지 못한 가운데 치료효과를 보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즉, 농작물을 심고 가꾸면서 신선한 산소를 호흡할 수 있었던 점도 그렇지만 그것들이 자라는 과정을 보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는 효과가 더 컸으리라고 추정하는 것이다. 만약 내 추정이 틀리지 않다면 가까운 텃밭에서 아내의 건강을 찾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나도 정확하게 모르는 '숲의 치료', '녹색심리치료', 혹은 '식물 심리치료'라는 용어를 들먹였더니 아내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사온 채소와 우리 밭에서 기른 채소를 씻을 때의 감촉부터 달랐던 경험이며 먹을 때의 기분을 이야기 한다. 그런 아내를 보며 아내의 병도 내년이면 치유되리라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아내의 건강을 얻었다는 점에서 지난 1년이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