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8.11.04 22:34수정 2008.11.04 22:34
재래시장에서 사온 과일로 아침을 대신한 후 호텔직원에게 택시를 부탁했다. 조금 기다리니 택시가 도착한다. 베트남은 콜택시 제도가 잘 되어 있다. 전화하면 항상 택시가 달려온다. 택시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럭저럭 영어도 하기 때문에 택시를 부르는 데 문제가 없다. 택시는 10분도 걸리지 않아 부두에 데려다 준다. 택시에서 내리니 우리를 푸콕섬으로 데리고 갈 큰 고속 여객선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배를 타려고 부두에서 서성거리는데 푸콕섬 호텔 광고지를 열심히 나누어 준다. 건네주는 광고지를 한 장 받아 주머니에 넣고 배에 올랐다.
여객선은 꽤 큰 규모다. 4개의 객실이 있다. 모든 객실의 승객은 어림잡아 400명은 훌쩍 넘는다. 시설 또한 깨끗한 편이다. 앞에 걸려 있는 대형 텔레비전에서는 한국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고속 여객선답게 시원한 물줄기를 가르며 빠른 속도로 달린다. 배가 떠나자마자 베트남 여객선이나 시외버스를 타면 흔히 하듯이 물수건과 함께 음료수를 승무원이 건네준다. 심지어는 조그만 과자 봉지도 나누어 주어 서비스가 좋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를 태운 여객선은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푸콕섬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리니 예상과는 달리 부두에는 아무런 시설이 없다. 덩그러니 허름한 상점 두 군데가 있을 뿐이다. 수백 명의 손님을 실어 나르는 부두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허허벌판이다. 부두에 내리면 잘 곳이 있으리라고 생각한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호치민시에서 오늘 밤에 지낼 호텔 예약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밤 지낼 곳을 찾아야 한다.
오토바이와 택시를 타라고 따라다니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흔히 낯선 고장에서 하듯이 부두 앞 상점에 앉아 쓴 커피를 시켜 마시며 궁리를 한다. 이곳에 오기 전 부두에서 받은 호텔 명함이 생각났다. 명함을 꺼내 전화를 하니 차를 보낸다고 한다. 만약 자신의 호텔을 이용하지 않을 때에는 택시비를 내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우리가 도착한 별 세 개 달린 호텔은 새로 지어 시설도 좋고 깨끗하다. 가격도 3만 5천 원 정도 밖에 하지 않는다. 특히 깨끗한 바다가 앞에 있으며 시내에 가까운 곳에 있어 좋다.
짐을 풀자마자 푸콕섬을 찾은 이유 중 하나인 바다에 몸을 담근다. 호치민시에서 마셔보지 못하던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이다. 햇살이 엷어지면서 근처에 사는 베트남 사람들도 나와 수영을 즐긴다. 해변을 따라 조금 걸으니 바닷가 조그만 돌섬 위에 지은 절이 나온다. 높지 않은 돌계단을 올라 바다를 본다. 일몰이다. 멋있는 풍경이다. 호주 여행할 때 일몰 경치로 유명한 서부호주의 부름(Broom)해변과 다윈 해변의 일물 경치보다 더 멋져 보인다.
호텔을 나와 밤거리를 산책하려고 나오니 호텔 앞 도로에 규모가 크지 않은 야시장이 선다. 내가 좋아하는 야시장을 걷는다. 베트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를 늘어놓고 해산물 파는 식당이 눈길을 끈다. 커다란 생선 한 마리를 놓고 어눌한 베트남 말로 흥정을 한다. 싱싱하고 커다란 생선 한 마리를 5000원 정도만 내면 요리해 준다고 한다. 내가 사는 호치민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싼 가격이다. 숯불에 구워준 푸짐한 생선을 안주로 맥주를 마시며 야시장에서 이국의 정취를 만끽한다. 소주가 생각나는 밤이다.
덧붙이는 글 | 지난번에 이어 두 번째 글입니다.
2008.11.04 22:34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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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생선 한 마리가 5000원, 소주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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