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총리가 지난 11월 3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답변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남소연
이에 앞서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 민주)은 "오랜만에 국회에 들어오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총리께서는 여전하시다"면서 단독직입으로 한승수 총리만을 상대로 질의를 했다. 질문마다 '총리께서'라고 또박또박 존칭을 썼지만 말 속에는 비수가 들어있었다.
"총리께서 상공부장관을 지냈던 노태우 정부에서는 남북기본합의서를 성공시켰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보좌했던, 김영삼 대통령께서는 '핵을 가진 자하고는 악수도 하지 않겠다'는 강경책으로 북한 핵 문제 협상과정에서 완전히 소외되었으면서도 KEDO 분담금 70%, 11억4천만 달러를 부담만 했다. 또한 김영삼 정부는 IMF 외환위기를 가져왔다. 총리는 사실상 그 모든 실패의 중심에 서 있었다.총리께서는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부장관으로 2001년 9월 유엔총회 의장에 취임하면서 김 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 즉 햇볕정책을 반대하는 나라는 지구 상에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제 이명박 정부에서도 총리가 됐다. 참으로 처세의 달인이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총리는 김영삼 정부 때의 과오를 되풀이할 겁니까, 아니면 전 세계의 지지를 받던 햇볕정책으로 돌아가야 된다고 생각합니까?"한 총리는 낮은 목소리로 "존경하는 박지원 의원님께서 여러 가지로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을 근간으로 해서 남북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북한으로부터 어떤 긍정적인 신호가 없기 때문에 이 상태에 있다"고 판에 박힌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자 박 의원은 "꼬인 대북 문제를 푸는 길은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의 지지와 이행 밖에 없다"면서 냉전 50년, 부시 대통령 6년간 실패한 대북 강경정책을 왜 이명박 대통령은 따라만 갑니까? 이 대통령께서는 6·15, 10·4 선언을 지지하고 이행할 겁니까, 안 할 겁니까?"라고 추궁했다.
한 총리는 박 의원의 대북식량 지원 촉구에는 "정부에서는 이미 북한에 대해 식량을 주겠다는 제의를 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전제하고 "박 의원님께서 여러 가지로 북한에 관계도 많이 했으니까 북한 측에 대화에 응하도록 해달라"면서 "그러면 모든 문제가 쉽게 잘 풀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슬쩍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박지원 :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겠다, 북미 간 본격적인 협상을 하고 외교대표부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북․미 간 고위급 채널이 열리고 미국 고위급 인사들이 방북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만 '왕따' 되는 것 아니냐.한승수 : 오바마 상원의원이 북한에 가겠다고 했을 때는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의 일이고, 최근에는 경제 살리기에 집중을 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오바마가 갈지 안 갈지 모르겠지만, (가더라도) 대한민국 정부와 협의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소외될 일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박 의원은 다시 "부시 대통령도 대북 적대정책에서 180도 전환해 김대중·클린턴 대통령이 실행했던 포용정책, 즉 햇볕정책으로 돌아왔다"면서 "이 대통령에게 부시 대통령처럼 '햇볕정책'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건의할 의사가 없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부시 대통령이 추진한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총리가 정치 분야 대정부질의에서 '잃어버린 10년'에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경제학자로서 성장 잠재력 면에서 그런 점이 있다"고 답변한 점을 들어 "그래서 (김영삼 정부 때) 경제부총리와 비서실장을 하면서 IMF사태를 가져오게 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민주 정부 10년은 97년 말보다 27배나 많은 외환보유고를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는 인위적으로 환율 개입을 해 아까운 외환보유고 300억 달러를 까먹었다. 그러나 환율은 날뛰고 주가는 폭락했다"면서 "(총리의) 그 답변을 듣는 순간에 현 정부에서도 경제를 망치고 있는 장본인이 경제학자인 총리가 아닌가 이렇게 느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 총리를 외교부장관으로 기용할 때 박지원 의원을 보내 '대리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박 의원은 당시 '야인'이었던 한 총리를 만나 의사를 타진하고 대북 햇볕정책에 대한 소신 등을 청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인연이 있기 때문인지 한 총리는 박 의원 질의 때에 유난히 자주 물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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