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된 나, 전기요금 반토막 냈다

경제 한파에 맞선 우리집 미션 '대기전력을 잡아라'

등록 2008.11.07 11:01수정 2008.11.0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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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보도를 보니 올해 전기료가 15%, 내년에 15% 인상된다고 한다. 전기료뿐만 아니라 가스·수도요금 같은 공공요금들도 줄줄이 인상 '대기 중'이라고 하니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경제 위기에 엎친 데 덮치고 목조르기까지 당할 처지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기 전에 네 식구의 가장으로서 책임감과 함께 가족들에게 고통분담을 제안했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에 동참하자는 것이다.

아내는 '궁상'을 떤다고 딴죽을 걸었지만, 맞벌이 수입이 반토막에 반토막되어 버린 상황에서 아끼고 아끼면서 버텨야 한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통분담 제안, 아내는 궁상이라지만...

  온 가족이 모두 귀가한 후에는 인터폰 전원코드도 뽑았다.
온 가족이 모두 귀가한 후에는 인터폰 전원코드도 뽑았다. 오창균
우리 부부는 10년 전 IMF 직격탄을 맞고 동시에 실업자가 되었다가, 어찌어찌 버티고 버텨 창업대출로 '사장님'이란 직함을 달고 새출발을 하게 되었다. 사장님이라지만, 직원은 달랑 나뿐이다. 

아내는 처가 식구들과 함께 꽃가게를 하게 되었다. 첫 술에 배부를 리 없기에 열심히 일하고 일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놨더니, 올해 초부터 불안불안 급기야 지금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나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은 심상치 않은 경기에 또 한번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주식 폭락에 환율 대란까지 겹치면서 서민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는 빚만 없어도 괜찮다는데, 빚이 있는 우리로서는 깊은 한숨만 나올 뿐이다. 그래도 어쪄랴. 버텨야지.

경제 위기에 따른 우리 가족 고난의 행군 첫 번째 미션은 에너지 절약이다. 전기·가스·수도를 아껴라. 두 번째는 외식금지다(기념일에는 할 수도 있고).


마르고 닳도록 말했다 "뽑아라, 꺼라"

 꽂혀있던 전기 코드 싹 뽑아 대기전력까지 차단시켰다.
꽂혀있던 전기 코드 싹 뽑아 대기전력까지 차단시켰다. 최은경

먼저, 전기를 아끼기로 했다. 모든 전등을 절전형으로 교체하면서 두 개 사용하던 것을 한 개로 줄였다. 전자제품 코드는 절전 콘센트를 이용해서 사용하게 연결했고 스위치를 이용해서 대기전력까지 소모되지 않도록 했다.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코드까지 뽑는 습관을 가지도록 가족들에게 마르고 닳도록 말하고 또 말해서 세뇌시켰다.

참고로 우리집 가전제품 목록을 보면 TV 2대, 컴퓨터 2대(모니터·프린터·모뎀 포함), 냉장고, 전자레인지·세탁기·벽걸이 에어컨 등이 있다.

컴퓨터의 경우 한 번 켜두면 완전히 사용하지 않을 때까지 켜두는 경우가 있었는데 잠시라도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도 반드시 끄고 대기전력까지 차단시켰다.

전등도 어둠이 내릴 때까지는 사용하지 않았고 저녁에 온 가족이 모두 귀가한 후에는 인터폰 전원코드도 빼버렸다. 보일러도 온수를 사용할 때만 전원을 사용했고 거실에서 식사를 할 때는 방안의 전등은 물론 TV 등의 가전제품도 끄고 대기전력도 끊었다(이전에는 켜놓고 식사했다).

전등 바꾸고 대기전력 차단 두 달, 전기요금 반토막 났네

 에너지 절약 두 달 만에 전기요금 반토막. 전기사용량이 176kwh 나 감소했다.
에너지 절약 두 달 만에 전기요금 반토막. 전기사용량이 176kwh 나 감소했다. 오창균

쌀쌀한 늦가을에 한기를 느껴서 잠을 뒤척이고는 하지만 난방보일러 사용은 아직 이르다.고난의 행군인데 이 정도 추위 정도는 참아야 한다는 아빠의 방침에 아이들은 벌써부터 내복에 겉옷까지 입고 생활하고 있다. 두 달 정도 이렇게 전기절약 생활을 실천한 것 같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잠시 사용하는 여름에는 월전기료가 10만원을 넘었고 10월 요금(9월분사용요금)은 7만1440원 나왔다. 그랬는데, 11월요금(10월분사용) 고지서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300kwh 밑으로 사용해 본 적이 없었는데 221kwh(2만7090원) 요금이 나왔다.

전등 바꾸고 대기전력까지 차단하는 실천만 했을 뿐인데 전기요금이 반토막으로 줄어든 것이다.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부모님 말씀 중에 하나가 '있을 때 아껴라, 쓸 데 없는 것에 돈 쓰지 마라'였다. 역시 어른들 말 틀린 거 하나 없지 싶다.

아, 그리고 나의 오랜 절약 습관 중 하나를 밝히자면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는 반드시 휴대폰을 꺼놓는다는 거. 이유는? 해 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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