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할아버지영광군 영광읍 황샘길에서 쓰레기를 줍고있는 이병기 할아버지
채종진
어둑어둑한 새벽 6시 30분경, 영광군 영광읍 군농협 뒤편 '황샘길' 주변엔 어김없이 볼 수 있는 녹색조끼 할아버지가 있다.
한손엔 자그마한 고무통, 다른 손엔 철제 집게를 들고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거나 껌을 떼어낸다.
그렇게 2시간이 넘도록 주변 청소를 마친 그는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진다. 이러기를 7년째, 주변에서는 그를 '황샘길 할아버지'라 부른다.
하지만 황샘길 할아버지가 백발이 성성한 머리에 작은 체구, 86세 이병기 할아버지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적다.
할아버지가 청소를 시작한 것은 아침마다 운동 삼아 타던 자전거에서 떨어져 다친 뒤부터다. 그래서 가벼운 운동 겸 집 앞 황샘거리의 쓰레기 줍기를 시작했다.
남들이 버린 담배꽁초나 휴지 등을 줍는 것은 기본이며 바닥에 붙은 껌도 떼어낸다. 심지어는 개똥까지 처리한다. 3년 전부터는 농협군지부 주변까지 청소 범위를 2배 넘게 넓혔다. 아침마다 2시간에서 2시간 30분 가량을 거리 청소를 하며 7년간이나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