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태 무죄' 선고 재판부 "법관은 신이 아니다"

이한주 판사, '무죄추정의 원칙' 강조하며 판결문 밝혀

등록 2008.11.07 17:34수정 2008.11.0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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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운태 의원에게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운태 의원에게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강운태 의원(무소속·광주 남구)에 대해 항소심에서 다시 '무죄'를 선고한 한 재판장의 변이 눈길을 끌고 있다.

7일 열린 항소심 선고재판에서 재판장인 이한주 부장판사(52)는 작심한 듯 선고에 앞서 왜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지와 유죄 입증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담담하게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법관은 신이 아니다"고 전제를 하고 "재판을 하다 보면 국민들 생각과 다르게 잘못된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그래서 재판은 객관적 증거와 물증, 목격자 증언 등에 의해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재판은 판사가 그 증거를 어느 정도 믿느냐, 어떤 합리적 방법으로 증거를 파악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재판 증거주의 원칙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역으로 유죄를 입증할 책임은 기소권을 쥔 검찰에게 있으며, 이를 검찰이 증거로서 확증하지 못하면 무죄라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밝힌 것이다.

"잘못된 판결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특히 "'100명의 범인은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선 안된다'는 말이 있다"면서 "무고한 사람이 죄를 받을 경우 개인은 물론, 가족 모두를 망가뜨릴 수도 있어 판사들은 유죄선고를 두려워한다"고도 말했다.

이어진 강 의원에 대한 선고에서 "이 판결이 완전히 진실에 부합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는 "법관이 확신을 가질 정도의 증거가 제시되지 못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 의원에게서 500만원을 직접 건네받았다는 서모씨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돈을 건네받은 뒤 한 달 동안 돌려주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으며 ▲서씨가 강 의원에게서 건네받았다는 돈 봉투와 돈에서 강 의원의 지문은 나오지 않고 김아무개 비서의 지문만이 나온 점 등을 들어 "범죄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제시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선고 후 누군가는 '재판부가 속았다' '결론이 잘못 내려졌다'고 말할 가능성이 있고, 당사자들은 사건의 진실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해 '합리적 의심을 해소하고 유죄를 입증할 증거 확보의 중요성'에 비중을 두는 자세를 보였다.


이같은 자세는 "강 의원이 서씨에게 돈을 줬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유죄를 선고하려면 확신을 줄 수 있는 증거를 검찰이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한 대목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심증이 아닌 확증을 검찰에 요구한 것이다.

강운태 의원 측 "사필귀정... 지역통합 시발점 되길"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강운태 의원은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강 의원의 한 측근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해서 "사필귀정이라 별도의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면서 "증거주의에 위배되는 무리한 기소는 자제되었으면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측근은 또 "우리를 음해했던 인사들에 대한 정치적 보복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판결이 지역발전과 지역통합을 위해 아픈 상처를 해소하고 힘을 모아나가는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 의원은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광주 남구의 한 식당에서 서씨에게 현금 500만원이 담긴 봉투를 건넨 혐의로 5월 30일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가 지난 9월에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강운태 #무죄 #항소심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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