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하루 대여 7천원, 생선값도 7천원

베트남의 제주도 푸콕섬 여행기 (3) 베트남 전쟁 상처 간직한 푸콕섬

등록 2008.11.11 18:34수정 2008.11.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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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마음놓고 게으름을 피울 수 있다는 점이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게으름을 피우며 호텔에서 제공하는 늦은 아침 식사를 한다. 호텔식당이 자리 잡은 옥상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백만 불짜리 경치다. 멀리 한가로이 떠 있는 고기잡이배들과 몇 점의 하얀 구름 때문에 더 파랗게 보이는 하늘 아래 펼쳐지는 맑은 바다의 모습이 좋다.

a  호텔 옥상에서 바라본 바다: 휴가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풍경이다.

호텔 옥상에서 바라본 바다: 휴가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풍경이다. ⓒ 이강진


식사를 끝내고 호찌민시에서 예약한 호텔로 옮기려고 전화를 하니 차를 보내겠다고 한다. 어제 묵은 호텔보다 별이 하나 더 많은 4성 호텔이다. 호찌민시에 있는 여행사에서 요즘 비수기라 특별한 가격이라고 하루 5만 원에 예약한 호텔이다.


별 4개를 자랑스럽게 표시한 호텔은 꽤 넓은 터를 잡고 있다. 큰 수영장이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심지어는 조그마한 골프 연습장까지 준비되어 있다. 호텔 투숙객만이 사용할 수 있는 해변에는 의자를 비롯해 수건 그리고 안전 요원까지 배치된 흠잡을 곳 없는 시설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이곳보다 비싼 값을 주고도 형편없는 호텔에서 지내던 생각이 난다. 점심때 호텔식당을 찾았다. 메뉴를 보니 호찌민에 있는 고급 식당 이상으로 비싸다.

비싸고 좋은 시설의 호텔에 왔다는 핑계로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이틀 동안은 호텔 해변에서만 지냈다. 가지고 온 두툼한 책 한 권과 수영복을 들고 해변으로 나가 한가로움을 만끽한다. 책을 읽다 더우면 물에 들어가고 다시 책 읽기를 반복하며 휴가를 즐긴다. 다음 날 아침도 호텔에서 주는 푸짐한 뷔페로 배를 채운 후 바닷가로 나왔다. 호텔 투숙객만 사용해서 그런지 맑은 바닷속은 고기들이 제법 있다.

해가 질 무렵 해변을 따라 올라가 보았다. 해변으로는 호텔이 줄지어 있다. 조금 더 올라가니 베트남 사람이 모여 수영을 한다. 베트남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호텔인 모양이다. 호텔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조금은 썰렁하다. 호텔 한복판을 지나 정문을 통해 해변이 아닌 도로변으로 나왔다. 도로에는 가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식당 앞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기다리던 사람이 우리 보고 오토바이를 타라고 권한다. 빌리는 값을 물어보니 7천 원이면 하루를 빌려준다고 한다. 지금 묵는 호텔에서 만 원 정도를 요구한 것에 비하면 싼 편이다. 내일 아침에 오기로 약속을 했다.

조금 더 걷자니 지난번 야시장에서 보던 것과 같이 생선을 비롯해 오징어 새우 등을 구워 파는 음식점이 있다. 제법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생선 한 마리를 7000원 정도 주고 주문했다. 야시장보다는 비싼 가격이지만 시설도 좋고 샐러드 한 접시도 나온다. 섬이라 그런지 생선값이 싸다. 초고추장에 찍어 회도 한 접시 먹고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 날 약속한 시간에 오토바이를 빌리러 갔다. 7천 원 정도 하는 베트남 돈을 주니 오토바이 열쇠를 내준다. 신분증 보자는 것도 없고 완전히 믿는다. 조그만 섬이라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지도책도 준비하지 않았다. 무작정 해변을 끼고 돌다 보면 구경을 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해변도로를 따라 집사람을 뒤에 태우고 오토바이를 조심스럽게 운전한다. 비포장도로다. 자동차가 추월할 때면 황토색 먼지가 앞을 가린다.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도 푹 눌러쓰고 먼지를 피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가다 보니 포장된 도로가 나오고 조금 더 가니 큰 재래시장이 나온다. 재래시장을 따라 들어가니 수십 척의 어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다. 어선 사이를 걸어본다. 출항 준비를 위해서인지 배에 물건을 싣고 있는가 하면 배에서 낮잠을 자는 사람, 바다를 향해 오줌을 누는 사람 그리고 다른 한 편에서는 트럼프를 치는 사람들로  떠들썩하다.

a  어선으로 붐비는 항구: 오징어잡이 배가 유난히 많다

어선으로 붐비는 항구: 오징어잡이 배가 유난히 많다 ⓒ 이강진


항구 입구에서는 잡아온 오징어를 얼음에 재느라 분주하다. 큰 통에 있는 오징어를 조그만 플라스틱 통에 얼음과 함께 담는다.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큰 오징어 한 마리를 들어 보이며 자세까지 취해준다.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나는 전시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a  오징어를 얼음에 재우는 청년: 사진을 찍으라고 오징어 한 마리 들어 보여주는 청년의 모습이 순수하다.

오징어를 얼음에 재우는 청년: 사진을 찍으라고 오징어 한 마리 들어 보여주는 청년의 모습이 순수하다. ⓒ 이강진


항구를 떠나 아스팔트가 잘 된 도로를 따라 언덕을 올라가니 특이하게 생긴 기념탑이 있다. 기념탑 모양을 보니 베트남 전쟁에 관한 조형물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도로 건너편에는 베트남 당시 포로수용소로 쓰였던 초라한 건물이 있다. 베트남전쟁의 흉터가 푸콕섬에도 남아 있다. 전쟁을 통해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전쟁이 수많은 사람을 죽음과 어려움에 내모는 것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 아직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욕심 때문인가 아니면 인간은 원래 잔인하기 때문일까?

a  포로수용소 건너편에 있는 조형물: 조형물 앞에는 향을 피울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포로수용소 건너편에 있는 조형물: 조형물 앞에는 향을 피울 수 있도록 해 놓았다. ⓒ 이강진

덧붙이는 글 | 세번 째 이야기입니다.


덧붙이는 글 세번 째 이야기입니다.
#베트남 #푸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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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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