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제는 교사평가제의 미래

[주장] 전교조, 우리 교육의 대안임을 실천으로 보여줄 때

등록 2008.11.11 18:01수정 2008.11.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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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수정 문제와 더불어 전교조 죽이기에 정부와 일부 보수 단체가 아예 목숨을 건 모양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 신문의 1면 머리기사로 오르는 걸 보면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인 양 여겨질 정도입니다. 전 지구적인 경제 위기가 덮친 상황에 견주면 지극히 지엽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절실합니다. 나락에 빠진 경제 상황에다 연이은 실정으로 여론이 악화돼 있기 때문입니다.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내놓은 정책마다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에서 그나마 비교적 높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교사평가제이고 보면, 결국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전교조가 반전을 위한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도 경쟁해야 한다거나 무능력 교사는 퇴출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이 마치 전교조가 그것을 막고 있다는 식의 ‘황당한’ 논리로 먹혀들면서, 아예 이참에 전교조를 해체시켜야 한다는 얘기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이미 적지 않은 현장의 전교조 조합원들이 교사평가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할 때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교사들과 학부모, 심지어 학생들까지도 한 자리에 모여 공청회를 열어 취지를 살려보자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뢰가 망가진 우리 사회에서는 그 시작조차 버겁습니다. 시행하기에 앞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우선 토론해보자고 하면 평가 받기 싫어서 꼼수 부린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자칫 평가가 교육과 무관한 승진을 위한 경쟁 도구로 변질될 우려를 제기하면 무능한 교사의 변명쯤으로 치부하기 일쑤입니다.

 

‘공교육 붕괴’라는 수사가 다소 과장 섞인 표현이라고 할지라도, 학교에 대한, 교사에 대한 신뢰가 위기에 처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학부모는 물론 아이들마저 ‘선생들은 다 썩었다’고 조롱하는 현실이지만, 우리 교육에 빛과 소금이 되는, 성자 같은 교사도 분명 적지 않습니다. 전국 수십 만 명의 교사들을 한데 묶어 평가할 수 있는 동질적인 집단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저들이 교육 파탄의 주범인 양 몰아세우는 전교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수 만 명의 조합원들 중에는 전교조의 우산 속에 숨은 부적격 교사도 분명 존재하지만, 아이들이 존재 이유라며 그들과 늘 함께 하려는 참스승이 훨씬 많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문제는 활발한 토론을 통한 치밀한 준비 없이 막무가내로 교사평가제를 시행하게 되면, 저들이 전교조를 겨냥해 던진 폭탄에 쓰러지는 조합원들 중에는 전자보다는 후자가 훨씬 많으리라는 점입니다. 아울러, 학교 현장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장으로 변해 교육의 본령 자체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미 몇 해 전에 도입된 성과급 지급 문제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연착륙하지 못하고 교사들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만 조장하고 있는 성과급 제도의 현재는 교사평가제의 미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과문한 탓에 정부가 ‘좋은’ 취지로 시작한 성과급제가 학교 현장의 교육력 향상에 어떠한 기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없습니다. 이미 상급 기관에 보고한 문서 내용과는 달리 균등 분배하거나 해마다 등급의 순번을 정하는 학교가 많습니다. 성과급 지급 기준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의 부서마다 업무가 다르고, 그 실적과 양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담임 몇 점, 행정부장 몇 점, 호봉 수 몇 점, 연수실적 몇 점 등으로 기준 삼는 게 고작입니다.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에 다소 차이가 있을 뿐 학교마다 대동소이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명문화된 기준일 뿐입니다. 연수가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에 어떻게 구현되었는가는 상관없이 시간만 늘리면 무슨 소용이며, 담임을 단지 맡고 있다는 것과 정작 중요한 담임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동일시할 수 있을까요.

 

곧, 계량화된 잣대만을 들이대는 성과급제는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행정부장과 담임 여부는 별도의 수당으로 지급되는데 느닷없는 성과급 기준으로 왜 중복돼 반영되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끊이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공청회 등 제대로 된 절차 없이 강행되다 보니 곳곳이 허점투성이입니다.

 

성과급 지급 기준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에도 상급 기관의 지시대로 충실하게(?) 교사들의 ‘능력’을 가르는 학교에서도 그 부작용은 적지 않습니다. 기준 자체가 학교장과 몇몇 측근 교사에 의해 정해지기 일쑤인데다, 최하위 등급을 받은 교사들은 기준에 대한 불신으로 반성은커녕 의욕마저 잃어가는 모습을 쉬이 볼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작 가장 중요한 교육자적 자질이나 수업 능력에 대해 인정받는 교사가 뒤로 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계량화시키기 어려운 업무를 평가하기란 근본적으로 쉽지 않은 까닭입니다. 결국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드러내 보이는’ 일에만 집중하게 되고, 기존의 근무평정 제도에서 익히 보아왔던 것처럼 점수 딸 보고서 쓰느라 수업을 게을리 하는 ‘승진 0순위 교사’들만 넘쳐날 게 뻔합니다.

 

굳이 제도가 아니라도 교사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학기말마다 학생들로부터 강의평가서를 받고, 그 내용을 공개하며 자기 수업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또한 동료 교사들에게 장학을 받는 것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정기적으로 수업을 공개하는 것조차 꺼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교사로서의 가치’를 높여주는 후원자이며, 때때로 죽비를 아끼지 않는 스승이자 교육 동지이기 때문입니다.

 

더 늦기 전에 안으로부터의 변화와 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이름표를 가슴에 달듯, 교사도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걸고 교육에 나서야 합니다. 정부와 일부 보수단체의 마녀사냥에 휘말린 전교조 역시 ‘안티 집단’이라는 비아냥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교육의 본령에 가장 충실한 우리 교육의 ‘대안’임을 실천으로서 증명해 보여야 합니다.

 

전교조의 힘은 단지 조합원의 수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모든 조합원이 한 목소리로 똘똘 뭉치되, 내부의 환부를 도려내기 위한 뼈를 깎는 자성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 내부의 곪은 환부를 도려내는 일이며, 이는 곧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고취시키는 단련 과정임과 동시에 전교조에 대한 ‘비난’을 ‘애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법입니다.

 

조합원들 스스로, 그리고 외부로부터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것은 내부로부터의 자성의 목소리이자 애정 어린 충고입니다. 전교조라는 이름을 내걸고, 교육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을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http://by0211.x-y.net)에도 실었습니다.

2008.11.11 18:01ⓒ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제 홈페이지(http://by0211.x-y.net)에도 실었습니다.
#교사평가제 #전교조 #교원평가 #성과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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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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