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안보는 신성불가침'이라고 공언하는 버락 오바마

등록 2008.11.12 17:47수정 2008.11.1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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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일 헤브류대 학생 알리 바하르는 이스라엘 대통령 시몬 페레스와의 악수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감금당하고 신분증을 빼앗겼다. 페레스가 악수를 요청했을 때, 바하르는 "나는 어린아이들을 살인한 자와 악수를 하지 않겠다. 2000년 이후 이스라엘 군인들이 1050명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살해하였고, 같은 기간에 팔레스타인 전사들이 이스라엘 어린이 123명을 살해하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그 실상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은 태도를 지난 선거 운동 기간 동안에 표명하였다. 지난 6월 미국-이스라엘 공공업무 위원회(AIPAC)의 연설에서, 오바마는 "이스라엘의 안보는 신성불가침이고,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미국-이스라엘 동맹은 공동의 이익과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에 근거하며,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것은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다"라고 공언하였다. 그는 가자를 통치하는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이란이 이스라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가자에서부터 테헤란까지 그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미국-이스라엘의 방위 협력이 강화되어야하며, 이를 위하여 대통령으로서 10년 이내에 3백억 달러의 군사 원조를 제공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이스라엘과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최강의 군대를 보유한 이스라엘에 3백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이 제안의 의미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국주의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은 이스라엘을 군사 요새로 변형시키고, 주변 중동 국가들의 무장화를 급격히 부추기면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 연설 도중 오바마는 시오니스트들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주제어인 '홀로코스트'를 언급하면서, 2차 세계대전에서 외할아버지의 형제들이 6백 만 명을 학살한 악마 나찌와 대결해서 싸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아프리카 흑인 아버지와 미국 백인 어머니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자신의 생애가 세계 각지를 떠돌았던 유대인들의 그것과 유사하다며, 고향 땅을 회복한다는 기치를 내세운 시오니스트들의 꿈에 깊은 공감을 표명하였다. 그는 시오니스트들이 이스라엘 국가를 창설한 것은 정당하고, 필수 불가결하였으며, 수십 년 동안 투쟁한 성과라고 평가하였다. 이스라엘 국가 창설 60년이 지난 오늘날 이 투쟁을 완화시킬 수 없으며, 포기할 수도 없고, 대통령으로서 자신은 이스라엘의 안보 문제에 관한한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약하였다. 

 

  이러한 오바마의 주장은 이스라엘 국가가 토착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량학살하고, 90퍼센트의 주민들을 추방함으로써 건설되었고,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만이 핵을 무장한 국가이며,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도외시한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 국가가 팔레스타인 땅 전역을 군사 점령한 상태이며,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일상적으로 자행하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국가 폭력이 하마스가 이스라엘인들을 공격하는 것과는 규모나 빈도수에서 비교 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전 세계의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어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오바마가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공정한 분쟁 조정자라면, 이스라엘의 안보가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에 대한 권리와 인권 보장을 주장해야할 것이다.

 

  오바마는 지난 7월 이스라엘 방문에서"“이스라엘은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고, 중동에서 유일하게 민주적인 국가다.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것은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 중동 정책의 출발점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와 연대 의사를 재차 확인하였다. 반면, 그는 압도적인 화력을 사용하면서 매일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 민간인 살상과 팔레스타인인 영토 강탈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팔레스타인인을 언급한 경우는 이스라엘의 안보 논리를 합리화시키는 불가피한 배경으로써 ‘이스라엘의 존재를 위협한다고 알려진 하마스’뿐이었다. 오바마의 눈에는 하마스 이외에 다른 팔레스타인인들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가자 근처의 스데로트 이스라엘 점령촌을 방문하여 하마스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이란, 하마스,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위협론을 거듭 주장하였다.

 

  그러나 11월 5일,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미국과 외교관계가 단절된 이후 이란 지도자로서는 최초로 아마디 네자드 대통령은 오바마에게 당선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것은 이란과 미국의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마스 최고 지도자 칼리드 마샬은 11월 8일 “미국 행정부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마스와 대화를 해야 하며, 대화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강력하게 대화를 통한 분쟁해결을 제안하였다. 과연 차기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테러리스트들이라고 지목한 이들의 관계 개선과 대화 제안을 요구를 수용할 것인가? 중동 평화로 가는 대화 테이블이 마련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홍미정씨는 현재 건국대 중동 연수소 연구원으로 재직중에 있습니다. 이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11.12 17:47ⓒ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홍미정씨는 현재 건국대 중동 연수소 연구원으로 재직중에 있습니다. 이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고립장벽 #분리장벽 #이스라엘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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