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한창이던 10월 7일,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오바마와 공화당 대선 후보이던 매케인이 토론회장에서 악수하고 있다(자료 사진).
AP=연합뉴스
매케인과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할 때마다 오바마는 '에너지 자립'을 위한 자신의 정책을 설파했고, 그때마다 항상 이렇게 말했다.
"우리 각자가 집과 일터에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중,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여러분들이 일본이나 한국이 아닌 이곳 미국에서 만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정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10년 안에 미국이 중동으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이룰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태양열, 바이오 디젤, 풍력, 지열 등을 이용한 대체 에너지를 개발할 것이고, 무엇보다 한국이나 일본이 아닌 이 미국에서, 미시건과 오하이오에서 만든 에너지 효율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힘쓸 것입니다." 이 내용은 비단 토론회에서뿐 아니라 거의 모든 유세장에서 끊임없이 반복됐다.
오바마, 줄기차게 한국 자동차 거론... 정치적 수사로만 봐선 안 돼한국 자동차에 대한 오바마의 문제 인식은 한국과 미국 간의 무역 불균형 문제에도 있다. 오바마의 경제 정책 중 미국 국내의 제조업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것을 살펴보면, '오바마는 한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오바마는 한미FTA로 은행과 통신회사 그리고 일부 대규모 농업 회사들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특히 미국의 자동차와 쌀, 쇠고기 부분이 한국 시장에서 불리한 대우를 얻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과 자동차 교역을 하면서 미국이 110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며, 2007년 한국은 미국 시장에 7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했지만 미국은 단지 4556대만을 팔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논의 중인 FTA에는 이 같은 불균형에 대한 문제 인식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며,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곤 했다.
세 번째 대통령 토론회에서 오바마는 매케인과 자유 무역에 대한 이견을 교환하던 중에 중국의 노동환경 개선 문제와 환율 조작 문제 등과 더불어 특히 한국을 상대로 한 자동차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그는 "한국은 미국으로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보낸다. 다 좋다. 그런데 우리는 고작 4천에서 5천대의 자동차를 수출한다. 이것은 자유 무역이 아니다. 우리에겐 미국의 산업과 노동자의 이득을 수호하기 위해 일할 대통령이 필요하고, 나는 이렇게 말하는 것을 전혀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했었다.
간혹 한미간 자동차 수출과 관련해서 오바마가 한미FTA를 반대하는 이유를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적 수사나 매케인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 정도로 보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 한국 자동차에 대한 그의 인식은 미국의 다른 여러 이슈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게다가 현재 미국 자동차 업계가 풍전등화의 위치에 처하면서 한국 자동차에 대한 그의 문제 인식은 한미FTA 내용에도 구체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선거 기간 내내 한국 자동차를 예로 들었던 이유 때문이라도 한국과의 자동차 무역에는 오바마의 문제 인식이 강하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대통령 당선 직후 첫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산업을 미국 제조업의 근간이라고 했고, 그의 참모 중 하나는 미국인 10명 중 1명의 직업이 자동차 업계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며 빅3 중 하나라도 파산한다면 미국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일 미시건에 있는 CAR(Center for Automotive Research, 자동차연구센터)에서는 빅3가 파산할 경우 첫 해에만 약 3백만 명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며, 미국 정부 또한 첫 해에만 약 6백억 달러의 손실을, 차후 3년간 1560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