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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도 지나 무서리가 내린 11월 12일 아침,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에 사는 문화해설사 이상기(68)씨를 만난 건 암사동 선사주거지에서였다. 상일초등학교 5학년생들에게 선사주거지 신석기문화 해설과 몽촌토성에서 한성백제 해설을 하는 날로 9시 30분 시작인데도 9시부터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문화해설사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활동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선사주거지 말고 또 어디에서 봉사활동을 하시나요?
"아휴, 내세울만한 일도 아닌데 이렇게 와주셨네요. 저는 선사주거지에서 문화해설을 하고 있는데요, 실은 문화해설보다는 생태해설을 먼저 시작했어요. 2003년 길동 생태공원에서 교육을 받은 후 생태해설을 해왔고, 청계천에서도 생태해설사로 활동하며, 강동구 노인지회에서도 숲 생태해설을 하고 있어요."
-자원봉사활동은 언제부터 해오셨나요?
"2002년도 강동구역사문화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그 다음해에 길동 생태공원에서 교육을 받은 후 생태해설사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청계천과 선사주거지, 강동구 숲 생태 해설은 2006년부터 했고요."
-그럼 현재 5군데서 활동하시는데 힘들진 않으신가요? 그리고 문화해설과 생태해설은 어느 편이 더 적성에 맞으시나요?
"전혀 힘들지 않아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오히려 보람되고 건강에 매우 좋지요. 그리고 문화해설이나 생태해설 모두가 적성에 맞는 과목이고 연계성이 있으므로 재미있어요, 어느 것이 더 좋다고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매력이 있고, 또 대상은 어차피 같은 학생들이므로 병행하여 가르치면 서로가 다 좋으니까요."
-그럼 학창시절엔 어떤 공부를 하셨고, 젊은 시절엔 무슨 일을 하셨나요?
"저는 서울 토박이로 이대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했고 동아방송국에서 디스크라이브러리 담당으로 10년을 근무했어요. 그러다보니 결혼이 좀 늦었지요. 결혼 후에는 가정에만 충실하며 아이를 키웠는데, 이젠 노후 건강을 위해서 다시 사회활동을 시작한 셈이죠."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애로 사항이나 좋은 점은 어떤 것이 있고, 또 언제까지 하실 예정입니까?
"생태학이나 역사는 너무나 방대해서 끝없이 공부를 해야 하므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해요. 그래서 이 일을 하면 일단 치매는 안 걸릴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실버들에게 가장 적합한 일이므로, 가능하다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속하고 싶어요."
-자원봉사 시간 외엔 주로 무슨 일을 하시나요?
"남편과 함께 합니다. 주말에 오는 외동아들 뒷바라지도 해야 하지만, 워낙 친구를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해서 비교적 많이 돌아다닙니다."
-선생님 세대는 젊은 날 가족만을 위해서 살았으니까 이젠 좀 자유롭게 자신을 위한 시간을 누려도 되지 않을까요? 친구들도 다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나요?
"아뇨, 다들 개성이 달라서요, 아직 이 살뜰한 맛을 몰라요. 아, 저기 아이들이 오고 있네요. 어쩌죠? 결례가 되어서..."
-천만에요. 자투리 시간을 서로 활용했으니까 더욱 알찬 아침인걸요. 특히 무서리 내린 이아침, 향기로운 산국화 같은 분을 만나서 매우 기분 좋습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선사주거지 해설과 유물 탁본까지 지도한 후, 자동차로 몽촌토성을 향했다. 몽촌역사관에서 한성백제 해설을 마쳤을 때는 정오 무렵, 후련한 모습으로 억새꽃 날리는 올림픽공원 성내천 길을 걸으면서도 그녀는 청둥오리, 왜가리, 물억새와 참억새 비교, 갈대와 달뿌리풀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주었다.
2008.11.13 21:3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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