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예정지인 창원시 가음본동.
김대홍
진해는 섬과 같은 곳이다. 인근 마산이나 창원으로 가려면 장복터널과 안민터널, 마진터널을 반드시 통해야 한다. 길이 가파른데다 터널엔 보행자 통행로가 없다. 버스에 자전거를 싣는다. 자전거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많다. 자전거가 많이 좋아졌다는 어르신도 있고, 가격을 묻는 분도 있다.
창원시 가음본동에 갔다. 철거예정지다. 대규모 아파트 개발이 예정돼 있다. 누구는 철거 반대를 외치고, 누구는 매력 있는 투자처로 눈독을 들인다.
2008년 가을 그곳은 곳곳이 부서진 집과 빨간 스프레이가 뒤섞여 을씨년스럽다. 마을 입구엔 '건물소유자 및 세입자가 아직 이주하자 않아 사업추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지장가옥 철거 안내문이 방문객을 맞는다. 2008년 5월 설치한 안내문이다.
어느 집 건물 벽엔 '10일 이내에 자진 철거해달라'는 벽보가 붙었다. 2008년 10월 9일자다. '철거'라는 붉은 글씨가 곳곳에 쓰여 있고, 무너진 담벼락도 꽤 많다. 이곳에서 15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주민 A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시에서는 10년 정도 유예기간을 줬단다. 가음정지구가 1999년 택지개발사업 승인이 났으니 10년이란 기간은 맞다.
A씨는 10년이라는 기간이 의미없다고 강조했다. 동네엔 생활보호대상자, 장애인, 일을 할 수 없는 어르신이 상당수라 10년이든 20년이든 의미가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시도 이런 사정을 아는 듯했다. <경남도민일보>(2008년 1월 11일)에 따르면 "시 도시개발사업소 윤상근 주사는 '사실 집주인의 경우 이주 택지 문제만 해결되면 나갈 수 있는 처지지만, 생활보호대상자가 대부분인 세입자의 경우 나갈 형편이 못된다'며 '시로서도 이들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무조건 나가달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시가 어떤 묘안을 짜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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