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직원과 경찰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폭력을 동원한 토끼몰이식 단속을 벌여 부상자들이 속출했던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가구단지의 한 골목길에 'I WANT GO BACK!' 'I ♡ 대한민국'가 적혀 있다.
권우성
"우리는 우리의 위기가 다른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진정한 실패를 보지 못하도록 다른 곳에 주의를 뺏겼고, … 이민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도록 들어왔습니다."(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출마선언문 중)
'오바마와 닮은꼴'이라던 이명박 행정부에서는 지금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토끼몰이식 집중단속이 진행중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장지대의 진출입로를 봉쇄하고 투망식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법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 밀집지역이 범죄의 온상이 되는 등 치안 부재 현상이 심화"되어 "국법 질서의 유지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한다.
전형적인 남 탓이다. 2006년 통계를 보면 내국인 범죄율은 4%이고, 외국인 범죄율은 1.3%다. 그렇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안, 특히 일자리 불안에 대한 책임 전가일 뿐이다. 그렇다고 일자리를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이와 같은 이명박 행정부의 움직임은 실용적이라기보다는 충분히 이념적이다. 그러기에 충분히 예측될 수 있는 진행방식이다. 뉴스위크 국제판 편집장인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의 말이다. "많은 우익들에게 불법 이민자들은 하나의 집착이 되었다. 자유기업을 옹호하는 정당도 노동력 유입 저지를 위해 국가 경찰력을 크게 증강하는 데 열심이다."(「흔들리는 세계의 축」(베가북스), 377면.)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은 강경하다. 목표는 '5년'이다. 5년 내로 불법체류자를 전원 출국시키라는 것이다.(3월 법무부 업무보고 시) 이유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9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회의 7차 회의에서 5년 안에 '100%가 아닌 90%' 정도로 줄이겠다고 보고했다. 우선 연말까지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22만3229명(2008년 7월 31일 현재)을 20만명대로 줄이겠다고 했다. 22만여명 중에는 10살 미만 아동이 3600명이고, 11살에서 20살까지의 청소년이 5000명이다.
그렇게 해서 단속이 진행중이다. 2006년도에 2만3771명, 2007년엔 2만2546명이었는데, 2008년 7월 31일 현재 1만8412명이다. 그 이후로 토끼몰이식 단속이 시작되었으니, 연말쯤이면 예년 통계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불법체류에 동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거의 모든 나라가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고 단속중인 것도 맞다. 특히 선진국이라면 누구나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 시민도 미국, 일본, EU 등지에서 불법체류중이다. 미국 내 한국인 불법체류자만 하더라도 23만명으로 불법체류자 순위 7위에 올라있다.
국제이주기구(IOM)의 보고서 '세계이민백서 2005'에 따르면 세계 인구 35명당 1명이 이민자라고 한다. 우리는 이민이 까다롭기로 알려진 세계 몇 나라 중의 하나이다. 개방을 이야기하면서 철저히 순혈주의, 혈통주의를 고수한다. 단일민족의 신화를 즐겨 이야기하는 몇 안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화교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대표적 나라이기도 하다. 오죽 했으면 작년 8월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사회의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하고, 한국이 실제와는 다른 '단일 민족 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겠는가?
이런 혈통주의가 국가주의와 결합되면 자칫 배타적 국수주의로 전환될 수 있다. 나아가 인종차별로 이어진다. 인종과 범죄와의 상관성에 대한 학문분야가 있다. 미국에서는 흑인범죄율을 연구하고, 일본에서는 재일한국인의 범죄율을 연구한다. 이들은 범죄율과 인종과의 상관관계를 긍정한다. 하지만 이들 범죄의 근본적 원인이 사회경제적 차별과 삶의 기본조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아예 무시된다.
결국 지나친 순혈주의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진다. 일본의 예를 보자.
"'민주주의'라는 말은 일본에서는 '국민'이라는 국한된 틀 안에 갇혀 비국민으로 분류된 재일조선인 등 마이너리티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제도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왔고, 또 세계적으로도 초강대국 미국이 각지에서 '반공'을 위해 군사독재를 지원하고 유착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나카노 도시오, <오쓰카 히사오와 마루야마 마사오>, 13면) 남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들만의 법질서, 우리들만의 법치주의, 이것이 곧 우리들만의 민주주의로 이어지고 있다는 염려를 지우기 어렵다.